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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란 권위나 권력을 지닌 대상을 비웃고 조롱하는 것이다. 힘센 자와 직접 겨루자니 힘에 부치겠고 슬슬 조롱이나 하며 약을 올리는 것이다.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처럼 잠시 웃고 넘어가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라블레의 「팡타그뤼엘」처럼 위대한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이 있다. 미술에서도 호가스, 도미에 같은 풍자의 대가들이 있다.

패러디는 사람들이 잘 아는 다른 작품이나 유명인, 어떤 현상 등을 대상으로 삼아 만들어내는 이차적 산물이다. 패러디는 원래 대상의 특성을 간직하면서 그것을 변형시키는 속성 때문에 권위, 권력을 비판하거나 남을 웃기기 위해 많이 사용된다. 개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패러디다. 청중이 원래 대상에 대해 익숙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하지만 그것만 충족되면 목적달성이 쉽기 때문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상류층에서 수 세기 동안 애독되던 기사문학을 패러디해 당대 사회를 비판했고, 뒤샹의 「L.H.O.O.Q.」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패러디해 기존 미술의 개념과 권위를 조롱했다.

어설픈 풍자와 패러디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L.H.O.O.Q.」, 1919년

오늘 인터넷과 언론을 달군 「더러운 잠」은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박근혜를 풍자하려 한 그림이다. 풍자의 기법으로 패러디를 사용할 때는 원래 작품의 형태와 함께 그 작품이 지닌 의미가 반드시 문제된다. 뒤샹의 「L.H.O.O.Q.」는 원본을 우스꽝스럽게 망가뜨림으로써 다빈치의 원본이 상징하는 기존 미술의 개념과 권위에 도전한다.

어설픈 풍자와 패러디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올랭피아(Olympia)」, 1863년

마네의 「올랭피아」는 어떠한가? 「올랭피아」는 그 자체가 기존 누드화에 대한 패러디이다. 마네는 19세기 아카데미가 미술계에서 행사하는 권력에 도전하기 위해 일부러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누드화를 선택했다. 그는 「풀밭 위의 점심」과 「올랭피아」에서 의도적으로 누드를 택해 아카데미 누드화의 관행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소재와 표현 방식을 선보였다. 이 그림들이 전시되었을 때 빚어진 소동으로 마네는 자신의 예술관을 세상에 알리고 추종자들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어설픈 풍자와 패러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곧, 바이!(soon bye)'전에서 방문객이 「더러운 잠」 보고 있다.

「더러운 잠」으로 돌아가면 이 그림은 원본인 「올랭피아」를 조롱하려는 것은 분명 아니고, 원본이 지닌 의미와도 아무 관계가 없다. 단지 「올랭피아」가 잘 알려진 그림이고(위에 말한 패러디가 성립하는 최소한의 전제조건) 누드화라서 선택한 것 같다. 풍자의 대상(박근혜)을 누드로 묘사해 희화화하려 한 게 아니었나 생각된다.

하지만 이 그림은 '에러'(에로가 아니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풍자는 항상 해학이란 단어와 붙어 다닌다. 그림을 딱 본 순간 마음속에 일말의 통쾌함과 웃음이 번지지 않으면 풍자화로서는 실패한 것이다.

상상력 빈곤이라고 생각되지만 개인이나 그룹 전시회에 전시된 그림이라면 크게 문제 삼을 것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로 첨예한 국면에 있는데 국회 의원회관에 이런 그림을 전시한 것은 경솔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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