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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사실이지만, 이현주의 첫 장편영화인 〈연애담〉에 대해 언론과 에스엔에스 반응은 신기할 정도로 다르다. 이는 일반 관객들과 핵심 팬, 이성애자와 성소수자(LGBT) 관객 차이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은 이 영화의 평범함, 일상성, 보편성을 강조한다면 에스엔에스는 이 영화가 자신들이 겪는 특별한 경험을 얼마나 잘 잡아내고 있는지를 강조한다.

평범함을 강조한 반응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읽는다면 이는 '동성애 영화라서 몰입 못할 줄 알았는데, 그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도 우리랑 다를 게 없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더라'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부정적으로 읽는다면 이는 '뭔가 동성애자들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별 거 없더라'가 된다.

후자에 대해선 얼마든지 반박할 수 있다. '동성애자들만의 특별함'을 다룬 영화는 90년대 이후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영화 상당수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거나 무난했다. 당연한 것이, 그 어떤 동성애자도 동성애자만의 특별함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만 집중하면 영화는 쉽게 납작해지고 캐릭터는 생기를 잃으며 모든 게 비슷비슷해진다.

특별한 사람들의 보통 '연애담'

두 여성 동성애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지만 〈연애담〉은 그 이외에도 할 말이 많은 영화이다. 얼마 전 영화평론가 김영진은 〈씨네21〉에 〈연애담〉에 대한 꼼꼼한 비평을 실었는데, 이 글은 동성애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쓰고 있지 않다. 심지어 섹스신에 대한 묘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그건 그렇게 이상한 것이 아니다. 〈연애담〉에서 다루는 주제와 소재는 주인공의 성적 지향을 떠나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빈곤, 장래의 불안함, 자신만의 공간의 소중함, 준장거리 연애의 난감함, 사회적 압력은 동성애자들만의 주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침대에서 상대방의 요구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지수의 태도는 이성애자들도 배워 마땅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담〉은 이성애 연애 이야기로 전환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김영진의 비평에도 동성애에 대한 언급은 숨어있다. 지수가 동성애자가 아니고 윤주가 남자였다면 인천에 사는 기독교인 중산층 가족의 결혼 강요는 그렇게 대단한 압박이 아니었을 것이다. 〈연애담〉 중후반의 스토리는 오로지 두 사람이 여성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존재한다. 물론 그 이전의 전개도 이성애나 남성 동성애자로 전환하면 전혀 다른 성격의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에스엔에스에서 〈연애담〉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이 터진 것은 이 영화가 오로지 여성 동성애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딱 맞아떨어지는 내용과 디테일을 잔뜩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이야기도 진공 속에서 순수한 보편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전통적인 설정을 넣어도 주인공의 정체성과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연애담〉은 바로 그런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지닌 영화이다. 그리고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수많은 퀴어 영화들이 이런 성격을 공유하고 있다. 한탄과 선언의 시대는 조금씩 지나가고 그 자리에 일상이 들어온다. 그렇다면 '보통의' 관객들에겐 이 일상의 디테일과 의미를 읽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역할이 남는다. 그 과정을 통해 그들의 세계는 점점 넓어지는 것이리라.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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