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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죽였다
ⓒ공무원U신문 제공

그날 백남기 선생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서울행 버스를 탔다. 쌀시장 개방으로 쌀 값은 계속 떨어졌고 농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FTA가 종국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분명한 이득을 가져다 줬다면, 그만큼 누군가의 삶을 가난하게 만들었다는 건 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출마 당시 쌀값 수매가를 17만원에서 21만원으로 올려주겠다고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쌀값은 10만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날 백남기 선생은 서울행 버스를 탔다.

백남기 선생은 미안하다고 했다. 한 평생 제 삶을 제대로 돌아본 적 없는 사람이 하는 말로는 화가날 정도로 슬프고 야속한 말이다. 백남기 선생은 대학 시절 유신철폐시위를 주도하다 학교에서 제적되고 오랜 수배생활을 했다. 박정희가 죽고 서울의 봄이 찾아와 복교했지만, 박정희의 빈 자리를 채운 건 전두환이다. 그냥 눈 한번 딱 감고 행복하게 살아도 되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분이었다. 백 선생은 신군부 반대시위를 벌이다 끌려가 고문을 받았다. 이때 받은 고문으로 평생을 고생했다. 감옥에서 나온 뒤 학교를 그만두고 보성으로 내려왔다.

잠시도 제몸을 편하게 못두는 사람이었다. 야학을 열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농사법을 연구해 밀 재배를 시작했다. 당시엔 한국에서 밀 재배가 흔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아쉬웠는지, 주변에서는 그에게 보상을 권유했다. 자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백 선생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 그런 거 받으려고 운동한 거 아니다. 죽은 사람들도 있다. 나는 멀쩡히 살아있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걸 받냐"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데 하는 말이 고작 미안하단다. 자기가 평생을 바쳐 싸워온 세상이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내 자녀들이, 후손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싸워왔던 건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단다. 누가 누구에게 가져야 할 부채감인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그 부채감 때문에 스스로에게 모질게 굴었나보다. 서울로 올라가셨다. 그를 기다린건 지난 40년, 그가 싸워왔던 유신이 남겨둔 딸이었다. 그리고 그 딸은 백 선생에게 물대포를 쏘았다. 그 노인이 그렇게 땅바닥에 쓰러졌는데, 거기다 대고 조준사격을 했다. 그만하라는 고함도 듣지 않았다. 누군가는 게임을 즐겼고, 누군가는 목숨만 겨우 부지한 채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

니들이 죽였다. 나는 이것만은 기억할 거다. 니들은 용산에서도 사람을 죽였고 서울 한복판에서도 사람을 죽였다. 무슨 짓을 벌인다 해도 지워질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으면 적어도 사람이라도 죽이지 말아야지. 나는 치가 떨리고 화가 난다.

서울대병원에서 난리가 일어날지도 모른단다. 일단 그곳으로 가야겠다.

"아빠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서 미안하대요" | 백남기 선생의 자녀 백도라지, 백민주화 님 인터뷰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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