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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진해구 안골동에 욕망산이 있다. 수 만년 세월, 남해의 가덕도를 먼 발치로 바라보고 지켜주던, 그러나 이제 시한부의 삶을 사는 산이다.

2033년, 욕망산은 얼마 남지 않은 제 몸을 마저 헐어 바다에 내준다. 해발 187m의 높이로 뭉쳐 있던 암석과 흙과 설움이 풀어져 부산앞바다를 메울 것이다. 욕망산이 품었던 천년의 전설은 그때쯤 심해를 떠돌 것이다. 

둘로 쪼개진 욕망산의 모습. ⓒ부산항만공사
둘로 쪼개진 욕망산의 모습. ⓒ부산항만공사

5일, 건설사 DL이앤씨가 수직으로 관통 당한 욕망산의 사진을 언론에 배포했다. 드릴이 관통한 산의 모습은 그로테스크했다.  DL이앤씨는 부산항 신항 북측 컨테이너 부두 2단계 항만 배후단지 조성 공사를 하는 기업이다. 욕망산의 죽음을 집행하는 기업이라고 할까. 욕망산의 잔해는 부산항 신항 부지를 메우는 데 사용된다. 

욕망산의 명줄이 끊긴지는 이미 오래다. 욕망산 인근이 지난 2006년 부산 신항만 배후부지로 지정됐다. 그때부터 절개가 시작됐다. 정상부터 갈려나갔다. 해발 187m는 150m로 줄었고 산 중턱을 파먹는 크레인들이 욕망산을 둘로 쪼갰다. 

쪼개진 산 가운데로 도로가 놓였다. 처참히 노출된 산의 단면을 공사 차량이 무심히 지나친다. 산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만신창이 광경이다. 

욕망산의 죽음을 기억하는 이들이 안골마을엔 여전히 남아 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안골마을 사람들은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욕망산이 마을을 지키는 영산이라고 여겼다. 산 중턱에는 제사를 지내는 신당도 마련돼 있었고 매년 정월 초 평판이 좋은 마을 주민을 뽑아 목욕재계 후 제례를 지내는 ‘당산제’도 열렸다. 주민들이 소원을 빌었던 나무 두 그루는 밑동만 남아 있다. 

주민들이 영험한 산이라고 믿었던 이유는 욕망산이 지켜온 역사 때문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등장한 ‘육망산(陸望)’이 욕망산의 옛이름이다. 육지를 바라보는 산이라는 뜻이다. 마을에서 일종의 전망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케 한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학익진을 피해 숨어들었던 산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한산도 대첩 이틀 뒤 치러진 안골포 해전에서 전멸하다시피 한다. 

가야를 세운 수로왕이 허황후를 처음 맞이한 곳이라는 주장도 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수로왕이 하늘의 계시를 받아 신하들과 함께 배필을 맞이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신하들은 ‘망산도’에 올라 수로왕의 배필이 타고 오는 배를 바라봤는데, 망산도가 지금의 욕망산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산을 기억하는 이들은 욕망산과 함께 늙어갈 기회를 빼앗겼다. 수십 년간 안골마을에 살았다는 한 주민은 “욕망산에서 무당을 불러 당산제를 지냈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이제는 다 끝난 일인데 뭣하러 얘기를 꺼내나”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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