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정부가 1400원대 후반으로 치솟는 환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투자 이득이 줄어들 수 있는 환율 급등 자체도 부담인데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이 마치 환율 상승의 책임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서 분노를 키운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상승은 한미 금리차나 외국인 자본 이탈 때문이 아니라 내국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젊은 분들이 해외에 투자를 많이 해서 물어봤더니 답이 ‘쿨하잖아요’ 이렇게 딱 나오더라”며 “이게 무슨 유행처럼 커지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이 떨어진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단순히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행태 자체를 도마에 올렸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서학개미의 투자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것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도 ‘서학개미’들로부터 큰 오해(?)를 낳았다.
구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서학개미들에게 세금을 더 물릴 가능성에 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정책이라는 것이 상황 변화가 되면 언제든 검토하는 것이고 열려있다”고 말했다.
이에 투자자들이 구 부총리의 발언을 현재 해외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연 250만 원 초과분부터 적용되는 22% 세율을 더 올리겠다는 것 아니냐며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논란이 커지자 기획재정부는 27일 설명자료를 내어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추가 과세를 검토한 바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서학개미들은 당국자들의 발언에 화를 참지 못하고 있다. 이미 고환율로 인해 나중에 환율이 내려가면 환차손을 보게 생겼는데 개인의 재테크를 환율 안정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구조적 원인을 원인으로 꼽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환율 상승이) ‘서학개미’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미국의 고금리 정책과 달러 강세, 엔화 약세의 지속 등 구조적 요인들이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지속적인 고환율 흐름을 끊어내고자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최근 부처 간 협의체를 꾸려 환율 안정에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키기 위한 것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건드린다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게다가 원화 유출을 줄이려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올려 미국의 기준금리(4.00%)와 격차를 줄여야 하지만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경기부양 기조와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