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한 채 구급차 안에서 숨진 고등학생이 무려 ‘병원 14곳’으로부터 수용을 거부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들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고3 학생인 환자에게 ‘소아 진료 불가’ 등을 이유로 거부했고, 결국 환자는 신고 접수 후 1시간 20분이 지난 뒤 15번째 병원으로 이송됐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9구급대와 부산소방본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전 6시 17분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 A군이 쓰러진 채 경련 중이라는 교사의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당시 구급대는 신고 16분 후인 오전 6시 33분쯤 현장에 도착했고, A군은 호흡은 있었으나 의식이 희미하고 경련으로 몸부림이 심한 상태였다.
구급대는 중증도 분류 기준(Pre-KTAS)에 따라 환자를 5단계 중 2번째인 레벨2(긴급)로 분류하고, 지침에 따라 경련 환자 응급처치가 가능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위주로 수용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해운대백병원, 동아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부산백병원, 부산대병원 등에서 ‘소아 중환 수용 불가’ ‘소아 신경과 진료 불가’ 등의 이유로 연이어 거부당했다.
A군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임에도 병원 대부분이 ‘소아 환자’로 분류해 수용을 거절한 것이다. 구급대는 처치와 병원 탐색을 동시에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부산소방 구급상황관리센터에 병원 선정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센터가 창원한마음병원, 해운대백병원,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백병원, 동의병원, 고신대학병원 외 타지역 병원까지 포함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기사와 상관 없는 자료사진. ⓒ뉴스1
결국 A군은 오전 7시 25분쯤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구급대는 환자 중증도 분류를 긴급 단계(레벨1)로 상향했고, 소방 당국은 2분 뒤 부산의료원에 요청했으나 이번에는 ‘소아 심정지 불가’로 거절당했다. 구급대는 오전 7시 30분쯤 15번째로 접촉한 대동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고, 5분 뒤 병원에 도착했으나 A군은 끝내 숨졌다.
소방 측은 “배후 진료(응급처치 후속 진료)와 관계 없이 응급실에 갔다면 생존 가능성이 높았을지에 대해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레벨2(긴급) 환자의 경우 의료기관에 보다 신속히 이송돼 응급진료와 적정 치료를 받는 것이 예후에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응급환자가 제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일은 더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국회와 소방, 복지부, 의료계가 현실적인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