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가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7개 그룹 총수들이 참석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합이 잘 맞아 공동 대응한 사례가 없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 이재명 대통령은 “전적으로 우리 기업인 여러분들 정말 헌신과 노력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투자와 지역 균형 발전,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이 힘써 달라는 당부도 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혹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들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걱정들이 없도록 여러분들이 잘 조치해 주실 걸로 믿는다”라고 전했다.
대통령의 기대에 총수들도 화답했다. 이재용 회장은 “관세 협상 타결로 기업들이 크게 안도하고 있다. 그동안 정말 노고가 많았다. 감사하다”라며 운을 뗀 뒤 “관세 협상의 결과를 바탕으로 저희 기업들은 후속 작업에도 차질이 없도록 정부와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밝혔다.
삼성은 향후 5년간 R&D(연구개발)를 포함해 국내에 총 45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의 2단지 5라인 골조 공사 추진을 결정한 삼성은 이와 함께 전남에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에 나서는 등 수도권 이외 국내 시설 투자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은 “국내 산업 투자와 관련한 우려가 일부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라며 “삼성은 9월에 약속한 대로 향후 5년간 6만 명씩을 국내에서 고용하겠다”라고 첨언했다. 이 회장은 또 “경주에서 대통령께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신 후 ‘어려운 대외환경을 맞아 국력을 키워야 되겠다’라고 하신 말씀이 어떤 말씀보다도 절실하게 제 머릿속에 남아있다”라면서 “산업 경쟁력이 국력을 키우는데 핵심요소라 생각한다. 삼성은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대한민국 7개 그룹 총수들이 총 800조 원 이상의 국내 투자 및 대규모 채용을 약속했다. ⓒ대통령실
SK그룹도 적극적인 국내 투자와 고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은 “교역 환경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국내 기업들도 실질적인 경제 성장의 과실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라고 말했다. 당초 2028년까지 128조 원의 국내 투자를 계획했던 최 회장은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 등으로 해서 투자비가 계속 달라지고 있다”라며 “대충 추산컨대 용인만으로도 한 600조 원 정도 규모의 투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 덧붙였다.
SK는 반도체 생산공장 (팹·fab) 증설 속도에 따라 2029년까지 매해 공장 1기당 최소 1만 4천 명에서 2만 명 사이까지의 고용 효과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방 균형 발전 관련과 관련해 “다른 기업들과도 계속 논의를 통해서 더 빠른 속도로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를 지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한 최태원 회장은 “글로벌 AI 허브 국가로 위상 확보를 하기 위해서 저희가 제조 AI 부분에 힘을 기울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현대차그룹도 내년부터 2030년까지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를 단행한다. 그 규모는 총 125조 2천억 원. 직전 5년(2021~2025)간의 국내 투자금(89조 1천억 원)보다 무려 40.5%(36조 1천억 원) 늘어난 숫자다. 내년 1만 명 채용이 목표라고 밝힌 정의선 회장은 “한미 협상 타결에 따라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해 준 대통령과 정부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AI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 가장 큰 금액인 50조 5천억 원을 투입한다. 또 기존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에 38조 5천억 원을, 국내 생산 설비 효율화와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등 경상 투자 명목으로 36조 2천억 원의 투자를 계획했다. 정의선 회장은 “미 관세의 15%로 인한 수출 감소 및 국내 생산 위축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라며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 한 해 부담하는 대미 관세를 소급 적용해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LG그룹은 향후 5년 동안 예정된 100조 원의 국내 투자를 AI, 바이오, 클린, 우주산업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 투입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구광모 회장은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끝까지 협상 과정을 이끌어준 정부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이번 한미 관세 협상으로 오랫동안 이어졌던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됐다”라고 했다. 구 회장은 “앞으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미래 시장을 이끌 첨단 기술을 지속 확보하고, 이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를 국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하는 혁신 생태계를 꾸준히 키워나가는 일”이라며 이를 위한 국내 투자와 협력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이끌 한화그룹과 HD현대도 앞으로 5년 동안 각각 11조 원, 15조 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5천억 원인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1조 원까지 늘리는 등 3년간 국내 시설 투자에만 4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