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일장기 패싱’을 겪고 온 다카이치, 한국에선 태극기 앞에 묵례를 했다. ⓒ유튜브 채널 ‘JTBC News’
2025년 10월 30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 3층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첫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 만남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 9일 만에 이뤄졌다.
이날 다카이치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악수한 뒤 자리에 착석하기 전, 태극기 앞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환영 행사에서 의장대 사열 도중 상대국 국기에 예를 표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회담장에서 상대국 국기 앞에 직접 고개를 숙이는 건 이례적이기 때문. 2023년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 관저를 찾았던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일장기에 묵례를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강경 우파’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가 특히 과거사 문제로 여러 차례 논란을 빚어 온 만큼 이번 행보에 더욱 시선이 쏠렸다. 이러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일, 귀국 전 진행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입장 후 태극기와 일장기를 향해 각각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한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던 총리 취임 이전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태극기 묵례’가 확산되면서 일본 반응도 뜨겁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태극기 묵례는 별도로 사전에 계획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평소 국기에 대한 예우를 갖춰야 한다는 신념이 강한데 태극기에도 그런 생각을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일장기를 패싱하고 한국으로 넘어온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과 태극기 앞에 서 있다. ⓒ유튜브 채널 ‘The White House’ / 유튜브 채널 ‘YTN’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8일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장기 패싱’으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다카이치 총리는 성조기를 보고 거수경례를 했지만, 자위대 의장대의 사열을 받던 트럼프 대통령은 일장기를 가리킨 다카이치 총리의 손짓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장기를 그냥 지나치자 다카이치 총리는 입을 떡 벌린 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이 장면은 그대로 송출됐다.
반면 29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환영식은 물 흐르듯 진행됐다. 의장대를 사열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양국 국기 앞으로 나아가며 거수경례를 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태극기 앞에서 가슴에 손을 얹자 발걸음을 멈추고 곁에서 함께 태극기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