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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빅뱅이 일어나야 한다
ⓒ연합뉴스

지금 한국은 실질적인 정치 빅뱅이 일어나야 할 상황이다. 야권의 분당은 형식만의 빅뱅으로 그칠 것 같다. 한국과 비슷한 발전 경로를 겪었던 대만에서 야당 후보가 압승을 했고, 한국처럼 심각한 청년실업과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기록하던 스페인에서도 30대가 주축인 포데모스가 30년 양당체제를 깨고 변화의 구심이 되었다. 이들 나라에서는 선거 이전에 이미 대중들이 움직였다. 변화의 절박함에서 한국은 결코 이들 나라 못지않다. 그러나 한국의 갈라진 두 야당은 대중의 변화 열망을 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뚜껑을 덮고 있다.

기존의 단순다수,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지만, 야당들의 정견 부재도 매우 심각한 걸림돌이다. 두 야당은 인재영입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우리는 1988년 이후 야당이 인재 수혈을 통해 지금까지 연명해온 사실을 수없이 지켜보았다. 영입된 '참신한' 인사들은 한두번 사용되고 폐기되거나 현실 안주 정치인이 되었고, 정당정치는 여전히 자리잡지 못했으며, 야당은 이벤트 정당으로 남았다. 정책연구소도 역할이 없고, 정치연수원도 없고, 풀뿌리 당원도 사실상 없는 하루살이 정당이다.

인재영입 이벤트로 지지율은 올릴 수 있지만, 지역이나 중앙에서 당에 헌신해온 많은 당 간부들은 또다시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영입 인재의 대부분은 이미 성공한 엘리트들이므로, 성공하지 못한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의 주역이 아닌 또다시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게다가 성공하고 유명해진 사람은 정치로 간다는 공식을 또다시 반복하여 전문가 집단의 자존심을 뭉개고, 자신의 직업세계에 충실하면서 정치와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현대 사회의 대명제를 묵살하는 나쁜 관행을 확인하는 절차다.

나는 야권의 분열 자체가 잘못이라 보지 않는다. 더 문제는 갈라진 후 양 야당이 정권 비판과 정책 경쟁을 통해 대중들의 열망을 깨우지 않고, 인재영입, 중도 전략을 통해 표 얻기에 치중한다는 데 있다. 기존 야당 지지표를 갈라먹는 정치는 두 야당 모두를 몰락시킬 것이다. 민감한 국가 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당이 변화의 주역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야당들은 정치 자체에 실망한 청년 노동 대중을 끌어들여 야권 지지 파이를 확대할 때만 승리할 수 있다. 영국 노동당에서도 제러미 코빈이 당수가 된 이후 몇 개월 만에 당원이 20만에서 39만명으로 늘었고, 미국에서는 '골수 좌빨'로 분류될 버니 샌더스가 본선에 가면 경쟁자인 클린턴보다 공화당의 트럼프를 이길 확률이 훨씬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들은 모두 자기 입장을 5분 내에 열정과 진정성이 담긴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동안 거대 정당의 독점체제에 환멸감을 느꼈던 대학생, 청년, 노동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야권연대, 후보 단일화, 빅텐트,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안 된다. 야권에서는 영입된 인물을 포함한 10여명 정도의 30~40대 소장 그룹을 전면에 내세운 다음 이들의 목소리로 선거 이전까지 매일 한 건씩 정책 대안을 발표해야 한다. 무리한 단일화보다는 박근혜 정권의 정책에 대한 전면 비판과 자신의 대안 제시 방식으로 서로 경쟁하여 집권 새누리당과의 차이를 부각시켜야 한다. 각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에 몸담지 않은 청년, 자영업자, 노동조합원, 각종 사회단체 회원들이 지역정치위원회를 구성해 각 당의 정책은 물론 지역에 출마한 후보 검증 작업을 하고 그 정보를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현 의원이 출마하면 그의 국회 성적표와 중요 쟁점 법안에 대한 찬반 입장 정보를 취합하여 유권자들에게 공개하고, 신인이라면 그들이 과거에 무엇을 한 사람인지 조사 발표하면서 유권자를 조직해야 한다.

영입된 새 인물에만 주목하는 언론 보도는 눈속임이다. 몇 명의 영입 인사가 정치를 바꿀 수 없다. 선거는 결과일 따름이다. 선거 이전에 대중의 참여, 정책 논쟁의 전면화를 통해 실질적 정치 빅뱅이 일어나야 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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