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노중훈이라고, 여행작가인 후배가 있다. 그가 물었다. "인생의 솔(soul)푸드가 뭐요?" 응? 짜장면, 물국수(잔치국수), 칼국수, (빌어먹을) 스파게티, 라면(인스턴트로).... "죄다 국수네?" 그렇구나. 나는 면으로 말미암아 면으로 살 것인가 보다. 아닌 게 아니라 면을 먹고 컸고(식량 부족의 시대에 태어나서), 면을 팔아먹고 산다(이탈리아 국숫집을 하지 않소). 1998년, 회사 관두고 이탈리아에 가겠다고 결심했을 때 내 선언은 이랬다. "이탈리아 국수 딱 세가지만 배워 올게. 해물토마토 스파게티, 크림 카르보나라, 미트소스 스파게티!" 일이 이상하게 되느라고 그랬는지, 정작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국수를 만들어 팔지 않았다(그러니, 배울 곳도 없었다).

국수는 물리적 음식이다. 연속적이면서 (역설적으로) 분절적이다. 국수를 만드는 밀은 글루텐을 활성화시켜야 더 쫄깃하다. 그래서 손으로 치고(수타) 발로 밟는다(족타 또는 족답).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반죽하면서 누르고 겹치고 민다. 밀에 충분히 들어 있는 글루텐의 힘이 더 강력해지게 하려는 의도다. 그것도 모자라 '소다'를 넣어 반죽한다. 면은 더 쫄깃해진다. 그래서 연속적이다.

반면, 국수는 끊어져야 우리 입에 들어간다. 분절적이다. 일본 시코쿠(사누키)의 우동은 아주 길게 만들어 끊지 않고 먹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국수의 분절성은 적당한 길이가 필수다. 대학노트 길이만한 게 국제 표준이다. 스파게티는 좀 길고 소면은 짧은 편이다. 구룡포 '제일국수' 이순화 할머니는 해풍에 말린 국수를 손으로 뚝뚝 자르는데, 항상 길이가 일정하다.

쫄깃하지 않아 '분절적'이라고 생각하는 냉면이나 메밀국수도 역사적으로는 늘 더 쫄깃하게 만들기 위해 애썼다. 툭툭 끊어지는 맛이 일품인 메밀의 본성은 본래는 사랑받지 못했던 것이다. 메밀을 뜨거운 물로 반죽하고, 밀가루와 소다를 넣거나 국수 빼는 압력을 높이는 모든 노력은 결국 '더 쫄깃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툭툭 끊기기 마련인 메밀 함량 높은 국수는 일면으로는 그 의도에 실패한 국수다. 미식가들이 이런 메밀의 특성을 오히려 높게 치면서 사랑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리하여 연속적이며 분절적인 국수의 세계가 완성된다.

국수는 거칠어야 제맛

국수의 표면에 현미경을 들이댄다면, 그 물리적 성격이 더 선명해진다. 혀에 매끈하게 여겨지는 표면은 분화구처럼 울퉁불퉁하고 비균질적이다. 그 표면은 육수와 소스를 더 많이 머금어서 밋밋한 '가루'의 맛에 다채로움을 입힌다. 순수한 메밀과 밀가루의 향이 좋군, 이라는 표현은 어쩌면 과장을 일삼는 일본 요리만화에나 어울리는 것일 수도 있다. 구리 노즐로 뽑는 스파게티가 더 비싼 이유는 바로 구리가 스테인리스보다 스파게티 표면을 더 거칠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비균질적인 표면에 소스가 찰싹찰싹 달라붙어서 우리의 입을 더 즐겁게 한다. 손칼국수가 더 맛있는 것도, '손맛'이라는 정서적 기대감보다는 칼로 써는 단면이 더 거칠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 2 “지난달 방송에서 봤는데…” 제대로 ‘아사리판’ 난 조인성 인스타그램 근황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다
  • 3 조용히 남양주에 잠적한 서인영이 사업가 남편과 이혼할 때 들고나왔다는 이것 : 이목구비 자동 확장되는 솔직함이다
  • 4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 5 '음료 3잔 횡령' 청주 빽다방 점주, 비난 여론 퍼지자 고개 숙이며 고소 취하 : 그러나 경찰 수사는 계속된다
  • 6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로 '무주공산' 부산 북구갑, '조국 vs 한동훈 빅매치설'에 '하정우 출마설'까지
  • 7 설레는 봄의 정점 벚꽃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온다 : 벚꽃 축제 어디로 가볼까
  • 8 국힘 서울 지지율 13%에 뿔난 배현진의 장동혁 사퇴 공개 요구, “애당심과 결단 기대한다”
  • 9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 10 "홍명보 나가" 김영광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새 사람 추천했다 : 수원 삼성 팬들 불쾌감을 드러냈다

허프생각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인간이 만든 기계가 창출한 부, '인간의 가치'에 재투자해야

허프 사람&말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

최신기사

  • '12조 원' 삼성그룹 총수 일가 이달 중 상속세 완납한다 : 이재용 회장은 2조9천억 원
    뉴스&이슈 '12조 원' 삼성그룹 총수 일가 이달 중 상속세 완납한다 : 이재용 회장은 2조9천억 원

    삼성의 새로운 출발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데미안 허스트' 아시아 최초 개인전 : 반대 성명 죽음으로 상업적 성공
    뉴스&이슈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데미안 허스트' 아시아 최초 개인전 : 반대 성명 "죽음으로 상업적 성공"

    '동물의 죽음'을 전시하다

  • 아버지 트럼프가 전쟁 일으키고,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 업체는 무기 팔러 다닌다
    글로벌 아버지 트럼프가 전쟁 일으키고,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 업체는 무기 팔러 다닌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 '탄핵 1주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활절 맞아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뉴스&이슈 '탄핵 1주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활절 맞아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구원의 소망을 품고..."

  • 지옥이 펼쳐질 것 트럼프 또 '최후통첩' : 이란은 되받아쳤다 미국에 지옥 문 열릴 것
    글로벌 "지옥이 펼쳐질 것" 트럼프 또 '최후통첩' : 이란은 되받아쳤다 "미국에 지옥 문 열릴 것"

    답답해서, 불안해서, 심심해서?

  • 국힘 컷오프에서 기사회생한 김영환이 ‘윤어게인’ 윤갑근과 맞대결 벌인다 : 충북지사 대진표에 관심
    뉴스&이슈 국힘 컷오프에서 기사회생한 김영환이 ‘윤어게인’ 윤갑근과 맞대결 벌인다 : 충북지사 대진표에 관심

    3부리그? 4부리그?

  • [허프 트렌드] 샤넬·불가리·까르띠에 한국만 또 가격 인상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입 원가 늘었다지만 글로벌 흐름은 딴판
    씨저널&경제 [허프 트렌드] 샤넬·불가리·까르띠에 한국만 또 가격 인상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입 원가 늘었다지만 글로벌 흐름은 딴판

    우리가 호구냐

  •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2주를 외쳤다 : 집권 1기부터 등장한 '마법의 단어'
    글로벌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2주"를 외쳤다 : 집권 1기부터 등장한 '마법의 단어'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 꽃 피는 봄, 불청객 미세먼지가 함께 찾아온다 : 미세먼지를 둘러싼 잘못된 상식들
    라이프 꽃 피는 봄, 불청객 미세먼지가 함께 찾아온다 : 미세먼지를 둘러싼 잘못된 상식들

    자칫 피해 키울 수 있다

  • [허프 생각]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보이스 [허프 생각]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인간이 만든 기계가 창출한 부, '인간의 가치'에 재투자해야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