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미워해도 소용없어.’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지난해 5월17일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아이다호데이)을 맞아 내 건 문구다. 해당 문구는 같은 해 퀴어퍼레이드에서도 사용되며 성소수자와 앨라이(ally·성소수자 인권 지지자) 공감과 반응을 끌어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올해 ‘미워해도 소용없어 2023’ 캠페인을 시작한다. 지난해 캠페인이 혐오와 차별에 대항하는 성소수자·앨라이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자신을 긍정하며 현재를 사는 모습에 주목한다. 〈한겨레〉도 이 캠페인에 동행했다. 시리즈는 17일까지 총 6차례 계속된다. 

조나 아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조나 아키 인스타그램
조나 아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조나 아키 인스타그램

“지금 역은 강남, 강남역입니다.”

해금 소리가 구수한 지하철 환승 음악 ‘얼씨구야’가 배경음악으로 흐르자,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외국인 남성이 트월킹(엉덩이를 흔드는 춤)을 한다. 배경화면은 서울 지하철 내부를 합성한 모습이다. ‘지하철 댄스’로 화제가 된 이 영상의 조회 수는 무려 500만이 넘었다.

영상 속 주인공은 조나 아키다. 댄서이자 안무가인 그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 현아, 보아 등의 안무를 담당해 왔다. 현재도 걸그룹 앨리스의 안무를 맡고 있다. 그가 춤 영상을 올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구독자는 2만7천명이 넘는다. ‘지하철 댄스’ 영상이 화제가 된 뒤, 그는 서울교통공사의 협조를 받아 역사 내부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그가 한국에 온 건 10년 전인 2013년 2월4일이다. 그의 생일이었다. 한국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가 해외 경험을 쌓을 곳으로 가장 먼저 떠올린 나라였다. 2009년 케이(K)팝 열풍을 접한 뒤 조나는 원더걸스, 브라운 아이드 걸스 등 한국 대중음악을 즐겨 들었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부전공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한국에 온 뒤 영어 강사로 생활했지만, 자신을 표현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고등학생 때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조나는 춤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로 했다. “고향이 하와이예요. 엄마가 하와이에서 훌라 춤을 추는 댄서였어요. 그 영향으로 저도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줄 알게 됐어요. 춤을 추면 어떤 문제가 있어도 잊을 수 있어요”라고 그가 말했다.

그의 ‘본캐’(본래 캐릭터)가 댄서라면, ‘부캐’(본캐가 아닌 또다른 캐릭터)는 ‘퀴어 인플루언서’다. 그는 퀴어(성소수자) 문화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유튜브 채널 ‘네온밀크’의 구성원이다. 미국에서 성 정체성을 숨김없이 공개하는 ‘오픈리 게이’(openly gay)로 살던 그에게 한국에서의 생활은 말 그대로 ‘매운맛’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그에게 ‘악의 없지만 당황스러운’ 질문들을 했다. ‘여자친구 있느냐’, ‘어떤 여자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이다. 남성은 당연히 여성을 좋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질문들이다. 조나는 자신의 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클로짓(성적 지향을 숨기는 것)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댄서이자 안무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조나 아키가 5일 서울 동작구 한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댄서이자 안무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조나 아키가 5일 서울 동작구 한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난 게이야” “난 친절해” “난 재능있어”. 그는 자신을 이렇게 설명했다. 10대 때 아우팅(타인에 의해서 성적 지향이 강제로 공개되는 것)으로 커밍아웃하게 됐지만, 오히려 더 당당해졌다. 그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사람들에게 거짓말하지 말고 나에게 솔직하게 살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그의 한국 발음이 귀에 꽂혔다.

‘내리실 때 사랑 빠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지하철 댄스 영상에 적힌 이 문구처럼, 조나는 8년째 사랑에 빠져 있다. “한국에서 이렇게 오래 살게 될 줄은 몰랐어요. 10년째 한국에 머무는 이유는 사랑 때문”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 사랑을 경험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보다 좋은 건 없기 때문이에요.”

그의 연인은 8년 전 만난 밤비 네온밀크 대표다. 둘은 3년 전 결혼을 약속했다. “하루는 그냥 얘를 보고 있었는데, 결혼한다면 얘랑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나는 유튜브 네온밀크에 2020년 1월 업로드된 ‘게이 커플 프러포즈했어요’ 편에서 약혼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댄서이자 안무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조나 아키가 5일 서울 동작구 한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댄서이자 안무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인 조나 아키가 5일 서울 동작구 한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제공

조나는 밤비와 결혼할 계획이다. 결혼식은 조나의 고향인 미국에서 한번, 또 밤비의 고향인 한국에서 한번씩 할 생각이다. 조나와 밤비는 “한복을 입고 결혼하고 싶다”고 할 만큼 한국에 애정이 있지만, 한국의 제도는 아직 이들을 포용하지 못한다. “8년 동안 사귀었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결혼할 수 없어요. 혹시 응급실에 가야 할 상황이 생겨도 (내가 밤비의, 밤비가 나의) 보호자가 될 수 없어요. 그게 가장 걱정이에요.”

다만 조나는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끼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여자친구’를 언급하는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아예 그런 단어 자체를 말하는 사람이 줄었어요. 그리고 이젠 남자친구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얘기해요. 작은 부분이지만 사회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느껴요.”

조나는 2015년부터 꾸준히 유기견을 임시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유기견 쉼터에서 처음 강아지를 데려올 때 밤비와의 관계를 ‘동거인’이라고 적었다. 몇 년 후에는 ‘남자친구’로, 최근에는 ‘약혼자’라고 바꿔 썼다. 그는 “쉼터 직원들이 ‘아빠가 두 분이네요’라고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더라”고 했다. 둘의 관계가 깊어지는 동안 사회의 이해도 높아진 셈이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한다면, 그 이유는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일 거예요. 아마 우리가 서로 잘 알게 되면, 잘 이해하게 되면 그 미움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데도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떡할까. 그는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미워해도 소용없어. 나는 완벽하니까.”

 

한겨레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허프 US] 2024 트럼프 피격 사건 조작됐다는 주장 퍼진다 : 트럼프 지지자 출신 마저리 그린도 진실규명 대열에 합류했다
  • 2 4년 고민 끝에 결심했다는 이영지, “싸가지 없게 썬글라스 끼고?” 현장에 있던 선배들도 당황하게 만든 돌발 고백
  • 3 “아이유랑 사이즈 같다”던 박준금, 30년째 43kg 유지 비결은? : 한파주의보를 부르는 세상 쿨한 대답이 돌아왔다
  • 4 '장동혁 삭제' 개시한 국힘 지자체장 후보들 : 오세훈 독립 선대위 꾸리며 "중도 확장", 박형준도 "자율"
  • 5 레바논 남부서 이스라엘 군인이 예수상 망치로 쾅 내려치는 사진 확산 : 이스라엘 방위군 공식 입장 나왔다
  • 6 주문하시겠습니까? 포기하겠습니다 : 키오스크 앞에서 멈춰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 7 청와대 AI 수석 하정우 '출마할 결심' 일주일 미뤘고 정치권 논란 증폭 : 약속대련·정무개입 이어 피로감 얘기까지
  • 8 블랙핑크 지수 측, 친오빠의 BJ 성폭력 혐의 지목되자 선 그으며 밝힌 입장 : 블리수와 무관한 일이다
  • 9 추경호 국힘 대구시장 경선 후보, 장동혁 지원유세에 선그었다 : "지역별 특성 반영한 선거활동할 것"
  • 10 국힘 장동혁 "미국 핫라인 구축" 자평에 여야 반응 : 정청래 "외교 참사", 배현진 "후보 발목잡기 3주차"

허프생각

'죽음의 자기결정권' 우리도 논의할 때 된 것 아닌지, '좁은 문'이지만 꼭 열어야 할 문이기도 하다
'죽음의 자기결정권' 우리도 논의할 때 된 것 아닌지, '좁은 문'이지만 꼭 열어야 할 문이기도 하다

인간은 존엄하다

허프 사람&말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 '각자도생'론 : 미국과 친선에 매달리는 시대는 갔다는 공개 천명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 '각자도생'론 : 미국과 친선에 매달리는 시대는 갔다는 공개 천명

중국과 밀착하나.

최신기사

  • [허프 US] 미국 노동부 장관 로리 차베스-드레머 사임, 트럼프 2기 들어 3번째 장관 교체
    글로벌 [허프 US] 미국 노동부 장관 로리 차베스-드레머 사임, 트럼프 2기 들어 3번째 장관 교체

    비위 의혹이 있단다

  • 스티브 잡스, 팀 쿡 계보 이을 애플 새 CEO 존 커머스 누구? 에어팟·아이패드 개발 총괄한 '테크형 25년 애플맨'
    글로벌 스티브 잡스, 팀 쿡 계보 이을 애플 새 CEO 존 커머스 누구? 에어팟·아이패드 개발 총괄한 '테크형 25년 애플맨'

    애플의 미래는?

  • KB금융 앞으로 정보보호 운영 현황 선제적으로 공시한다 : '소비자 권익이 최우선 가치'라던 양종희 철학이 구체화된다
    씨저널&경제 KB금융 앞으로 정보보호 운영 현황 선제적으로 공시한다 : '소비자 권익이 최우선 가치'라던 양종희 철학이 구체화된다

    단순한 규제준수가 아닌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확고히 정착시켜야 한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했던 이야기다.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 소비자보호 품질

  • 원내대표 연임 위해 사퇴한 민주당 한병도가 국회 상임위 '독식' 가능성 열어뒀다, 나눠먹기 관례 점검해봐야
    뉴스&이슈 원내대표 연임 위해 사퇴한 민주당 한병도가 국회 상임위 '독식' 가능성 열어뒀다, "나눠먹기 관례 점검해봐야"

    국민의힘을 향한 경고

  • 노출 방송 논란 BJ 과즙세연과 이벤트 협업 진행한 화장품 회사 대표가 고개 숙였다 : 신경을 많이 못 썼다
    뉴스&이슈 노출 방송 논란 BJ 과즙세연과 이벤트 협업 진행한 화장품 회사 대표가 고개 숙였다 : "신경을 많이 못 썼다"

    "최종 결정을 한 제가 진심으로 죄송하다"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한국 경제 퍼펙트 스톰' 우려와 함께 취임 : 눈 앞 과제는 금융 안정과 중앙은행 역할 조정
    씨저널&경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한국 경제 퍼펙트 스톰' 우려와 함께 취임 : 눈 앞 과제는 금융 안정과 중앙은행 역할 조정

    신 총재 개인을 향한 신뢰도 중요하다

  • 트럼프가 한국전쟁 때 만든 국방물자생산법까지 꺼내들었다 : 이란전쟁 장기전 준비하나
    글로벌 트럼프가 한국전쟁 때 만든 국방물자생산법까지 꺼내들었다 : 이란전쟁 장기전 준비하나

    2차 종전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 경기 평택을 출마한 조국이 전입신고를 마치며 남긴 말, 평택에 뿌리를 내리겠다
    뉴스&이슈 경기 평택을 출마한 조국이 전입신고를 마치며 남긴 말, "평택에 뿌리를 내리겠다"

    안중읍 주민 된 조국 대표

  • 에이전틱 AI부터 피지컬 AI까지 통신3사가 만든 'AI 출장뷔페' 열린다 : 국내 최대 ICT 전시에서 SKT KT LGU+의 AI를 동시에
    씨저널&경제 에이전틱 AI부터 피지컬 AI까지 통신3사가 만든 'AI 출장뷔페' 열린다 : 국내 최대 ICT 전시에서 SKT KT LGU+의 AI를 동시에

    AI 출장 뷔페가 꾸려진다

  • '1900억 부정거래 혐의' 방시혁 하이브 의장 구속영장 경찰 신청 : 미국 출국금지 해제 요청이 변수 될까?
    뉴스&이슈 '1900억 부정거래 혐의' 방시혁 하이브 의장 구속영장 경찰 신청 : 미국 출국금지 해제 요청이 변수 될까?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