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전쟁 때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이란전쟁에 대응해 활용하고 있다. DPA는 미국 대통령이 민간기업에 전략물자 생산을 강제할 수 있는 법규다. 이 법을 활용하는 것을 두고 에너지 안보뿐만 아니라 이란전쟁 장기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연합뉴스
21일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DPA를 토대로 미국 내 석유생산과 정제, 석탄공급망, 전력망 인프라 등을 대상으로 하는 5건의 대통령 각서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각서에 서명하면서 "미국 내 에너지 공급부족은 국가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다"고 말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번 각서에 따라 발전소와 정유시설, 변압기 및 가스터빈 제조업체 관련 프로젝트에 재정지원과 규제해소를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초래된 미국 국민의 높은 에너지 비용을 경감하려는 의도에서 DPA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 AP=연합뉴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DPA를 통해 군수물자 증산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탄약 및 미사일 등 군수물자 생산에 DPA를 공식 발동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지만 군수물자 증산을 위한 움직임은 다각도로 포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3월 이란전쟁으로 탄약과 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자 DPA를 통해 방산업체에 탄약과 방공무기 우선생산을 명령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제너럴모터스(GM)과 포드를 비롯한 미국 주요 제조업체에 무기생산에 힘을 보탤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15일 단독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와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경영자와 무기 및 군수물자 생산을 주제로 회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렇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이란전쟁 종전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11월 있을 미국 중간선거를 고려하면 조속한 전쟁종결이 필요하지만, 플랜B(대안)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쑤 샤오후이(Su Xiaohui)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미디어그룹(CMG)와 나눈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에서 물러설 수도, 소모전을 지속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으며 최근의 군비확장은 출구 없는 전쟁에서 '확전을 통한 탈출'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란과 1차 종전협상 결렬 후 기자회견하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 AP=연합뉴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 협상단은 중재국 파키스탄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란은 미국을 비판하면서 협상에 응할지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미국이 '외교적 해법과 양립할 수 없는' 불법적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란은 미국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이란의 이익과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말했다. 아라그치 장관이 거론한 미국의 불법적 행동은 최근 진행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와 이란선박 나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외신들도 이란전쟁 2차 종전협상이 성사되더라도 난항이 예상된다고 바라보고 있다.
카타르 매체 알자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에서 빠르게 벗어나길 원하지만 이란은 생존을 위해 버티는 것이 유리하다"며 "양측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니고 있고, 제3의 세력인 이스라엘은 끝없는 전쟁을 원하고 있어서 종전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