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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스틸컷과 포스터. ⓒ디즈니플러스 제공
'카지노' 스틸컷과 포스터. ⓒ디즈니플러스 제공


※주의 :  드라마 결말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인생을 건 도박이 끝났다.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이 없듯이,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었다. 지난 22일 최종화를 공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얘기다.

“항의도 많이 받고 협박까지 받았습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배우 최민식이 하소연했다. “내가 너한테 허락받아야 해요?”, “그럼 싸가지 있게 부탁을 하셔야지”라며 존댓말인지 반말인지 모를 말투로 상대방 기를 죽이는 ‘차무식’이었던 그에게 감히 누가 협박을? “아니, 일주일에 한편씩 공개하니까 사람들이 저한테 전화해서 그런 게 어딨느냐고, 기다리기 힘들다고 항의하더라고요. 결말을 알려달라고 협박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만큼 ‘카지노’가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는 뜻이리라.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21일 ‘카지노’ 1~3화를 한꺼번에 공개했을 때만 해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 제법 있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펼치기 전 차무식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에피소드가 다소 늘어지듯 이어진 탓이다. 차무식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 오승훈(손석구) 경감은 대체 언제 나오냐고 목 빠지라 기다린 시청자들은 5화 마지막에 가서야 스치듯 오 경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대본을 보니 어린 시절부터 영어학원 하다가 불법 카지노에 손대는 상황까지 너무 길어서 다이어트(압축)가 필요하겠더라고요. 많은 이들이 ‘초반부터 시청자들이 이걸 따라올 수 있을까?’ 우려했죠. 하지만 강윤성 감독은 ‘빌드업이 돼야 한다’며 연출의 큰 그림을 고수했어요.”

결과적으로 강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초반의 느렸던 전개에 이야기의 살과 속도감이 붙으면서 사람들은 점차 젖어들기 시작했다. 차무식에게 감정이입을 한 이들이 ‘무식이 형’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드러내는 움직임도 생겨났다. 편법과 불법을 일삼는 카지노 업자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차무식의 매력은 ‘평범함’에 있어요. 단순한 빌런(악당)이면 망한다, ‘맞아, 내 주변에도 저런 놈 있어’ 하는 캐릭터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엄마 앞에선 아들이고, 아내 앞에선 남편인 평범한 한 남자가 생존을 위해 어찌어찌 살다 보니 잘못된 일에 손대고 늪에도 빠지고 하는 모습을 그려보려 했어요.”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에서 주인공 차무식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에서 주인공 차무식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 ⓒ디즈니플러스 제공

차무식을 고정된 틀이 아니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인물로 해석한 것도 신의 한수였다. “차무식은 이래야 해, 정하지 않고 다른 인물들과 재즈 즉흥연주를 하듯 연기했어요. 정팔(이동휘)이나 오 경감도 다 각자 캐릭터의 당위성을 갖고 모인 거니, 나도 말랑말랑한 고무공처럼 유연하게 그 친구들을 받아들였죠. 감독의 설계도 안에서 후배들과 펼친 변주와 호흡이 정말 그럴듯했어요. 연기 생활하면서 보기 드문 경험이었죠.”

그는 특히 손석구를 치켜세웠다. “오 경감은 처음 필리핀에 왔을 때 ‘적당히 있다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한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차무식이란 놈도 보이고, 사람도 죽어 나가고 하니 슬슬 파기 시작한 거죠. 나중엔 ‘저런 나쁜 놈은 그냥 두면 안 된다’는 경찰로서의 본능이 깨어나는 건데, 처음부터 맞붙고 싶은 걸 참고 빌드업 하는 게 힘들었을 거예요. 손석구가 맨날 호텔 방에 박혀서 연구만 하고 있길래 ‘너 고시 공부하냐?’ 했는데, 결국 그럴듯한 오승훈 캐릭터를 만들더라고요. 대견하고 보기 좋았죠.”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플러스 제공

최종화에서 차무식은 느닷없는 총격전에 휘말려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감정이입이 최고조에 달한 주인공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린 탓이다. 차무식의 다음 시즌을 기대한 이들은 큰 아쉬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최민식은 이런 결말을 두고 자신이 의도한 바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초반 정팔이와의 대화에서 ‘화무십일홍’이 나와요. 열흘 붉은 꽃은 없다, 인간의 욕망이 과하면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차무식은 정팔 등과의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며 식탁 위 빈 병에 꽃 한송이를 꽂는다. 이는 최민식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내가 일부러 시들시들한 들꽃을 부탁했어요. (화무십일홍처럼) 꽃잎이 떨어지듯이 차무식이 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죠. 강 감독도 내 의도를 알아채고 꽃을 잡아주더라고요.”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에서 주인공 차무식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 ⓒ디즈니플러스 제공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카지노'에서 주인공 차무식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 ⓒ디즈니플러스 제공

마지막 총격전이 순식간에 끝난 것도 그와 강 감독의 뜻이 통한 지점이다. 총알 사이로 막 가는 주인공도 없었고, 총 맞고 죽어가며 비장한 대사를 읊어대는 이도 없었다. “서양 누아르, 갱스터 영화와는 다르게 가자, 한국적인 리얼리티를 해보자, 진짜처럼 보여야 한다”는 게 연출과 촬영의 주안점이었다고 그는 귀띔했다.

“장구한 얘기를 나름대로 이야기가 되게끔 꿰어봤는데, 좀 삐져나간 구슬도 있지만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엮었구나 싶어요. 늘 아쉬움은 남지만 연애 한번 찐하게 한 기분입니다. 이제 이별을 해야 하니….”

그의 눈빛은 아직 차무식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한겨레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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