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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넷플릭스
영광. ⓒ넷플릭스

송혜교가 넷플릭스 데뷔와 동시에 정상에 올랐다. 첫 OTT 출연작으로 이룬 성과니 대단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로 김은숙 작가와 두 번째 합을 맞춘 송혜교. 공개 3일 차 한국 포함 아시아 9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제목처럼 영광을 찾았다.
 
<더 글로리>는 가차 없이 세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파리의 연인>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그리고 <태양의 후예>와는 다르다. 적나라고 노골적인 폭력과 욕설이 펼쳐진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20년간 빌드업한 복수극’이라는 줄거리에 <비밀의 숲> 안길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니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건 예정된 흐름이다.

복수에 웬 바둑? ⓒ넷플릭스
복수에 웬 바둑? ⓒ넷플릭스

그럼에도 <더 글로리>는 김은숙식 입말체와 유머, 그리고 송혜교식 케미로 “알록달록”하다. 잔인한 복수극에 케미가 웬말이냐고? 본격 로맨스가 아니어도 케미는 가능하다. 오히려 더 끈끈할 수 있다. 거대한 복수를 위해서는 든든한 조력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동은 편, “매 맞아도 명랑한 년” 강현남(염혜란)

메모는 생명. ⓒ넷플릭스
메모는 생명.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는 고교 시절 학교 폭력의 피해자인 ‘문동은’을 연기했다. 동은은 약자다. 18살 어린 학생일 때도 공장과 사범대를 거쳐 초등학교 교사가 된 현재도 마찬가지다.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무리의 사회, 경제적 힘에 혼자 맞서는 것은 무리다. 그런 동은 앞에 ‘강현남’(염혜란)이 나타나 “같은 편” 하자고 한다. 현남은 동은과 닮았다. 동은이 고교 시절 학교 폭력의 피해자라면 현남은 남편의 가정 폭력에 아이와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동은과 현남은 각자의 복수를 위해 서로의 복수를 돕는다.
 
또 동은은 현남의 딸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현남은 동은에게 배추김치를 담가 주며 둘은 연합과 연대 사이를 오간다. 동은은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현남의 “매 맞아도 명랑한” 면모에 완전히 냉담할 수 없다. 피해자와 복수라는 교집합 속에서 두 사람이 만든 케미는 <더 글로리>의 숨 돌릴 틈이자 웃음 포인트, 그리고 슬픔이다.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읽히는 수더분하고 해학적인, 인간적인 분위기는 그들이 공모하는 복수와 양립할 수 없고 조만간 폐기될 것임을 우리는 미리 알기 때문이다.

신 스틸러. ⓒ넷플릭스
신 스틸러. ⓒ넷플릭스

현남은 <더 글로리>의 명실상부 신 스틸러다. 유튜브에는 그가 출연한 부분만 편집한 영상이 벌써 올라왔다. 분량은 징검다리처럼 감질나지만 연기는 압도적이다. 웃기면서도 처연하다. 그런 현남을 연기한 염혜란은 2000년도에 극단 연우무대에서 데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통해 영화 연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60편 이상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으며 김은숙 작가와는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에서 만난 바 있다. <더 글로리>를 비롯해 <마스크걸> <경이로운 소문 시즌2>까지. 올해 염혜란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한다.

 

문동은의 왕자님 아니고 망나니 ‘주여정’(이도현)

바둑 선생님. ⓒ넷플릭스
바둑 선생님. ⓒ넷플릭스

어찌 됐든 동은과 현남은 계약 관계다. 둘은 서로의 노동력을 최저시급으로 사고판다. 하지만 동은을 무작정 돕는 인물도 있다. ‘주여정’(이도현). 동은의 대학교 선배이자 동은에게 바둑을 알려준 스승이다. 동은에 무한정 호감을 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6화에서 재회한 동은의 과거와 흉터를 알게 된 여정은 동은의 위험한 게임에 동참하기로 한다. 기꺼이 “왕자님이 아니라 함께 칼춤 출 망나니”가 되기로 약속한다.
 
여정의 망나니 칼춤은 단순히 비유에 그치지 않을 예정이다. 여정의 직업이 성형외과 의사기도 하거니와 그에게는 메스로 가득 찬 서랍과 평생을 달고 살아온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 살인범을 치료하던 중 목숨을 잃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바로 그것이다. 동은의 핏빛 여정(旅程)에 동참, 연인보다는 조력자의 포지션으로 자리매김한 여정. 2부에서는 그가 동은을 위해 칼춤을 추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 선배. ⓒ넷플릭스
어린 선배. ⓒ넷플릭스

작중 여정은 동은의 선배지만 2살 연하로 등장하는데, 실제 배우들 사이 나이 차이는 14살이다. 영화 <해바라기>를 수십 번 반복해서 보며 연기자의 꿈을 꾼 2017년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데뷔, 이후 드라마를 중심으로 매년 적게는 한 편에서 많게는 세 편씩 작품을 찍으며 안정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멜로부터 장르물의 날카로움’까지 소화한다는 평을 받은 그는 실제로 <더 글로리>에서 두 가지 모습을 다 소화하고 있다.

 

바둑메이트? 복수 대상의 남편 ‘하도영’(정성일)

복수 대상의 남편. ⓒ넷플릭스
복수 대상의 남편. ⓒ넷플릭스
복수 대상 넘버1. ⓒ넷플릭스
복수 대상 넘버1. ⓒ넷플릭스

 바둑은 동은이 실행하는 복수와 닮았다. “좀 더뎌도 차곡차곡” 가야 하고 “상대가 정성껏 지은 집을 빼앗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동은의 말처럼 그는 “바둑을 빨리 배웠다.” 복수 대상인 연진의 남편 ‘하도영’(정성일)이 바둑광임을 알기 때문이다. 의도대로 동은은 기원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발휘, 도영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다. 동은에게 도영은 복수의 도구이자 연진이 “정성껏 지은 집”이다.

동은과 도영 사이에는 그러나 복수 이상의 뭔가가 있다. 로맨스 케미라고 해야 하나. 삼각김밥 같은 건 먹지 않는 도영은 삼각김밥만 먹는 동은이 궁금하다. 동은의 의도적 접근을 알지만 끌린다. 동시에 아내 연진의 외도를 알게 된 도영. “재미로도, 미학적으로도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그가 2부에서 취할 행동은, 동은의 복수에도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또한 관전 포인트 되겠다.

알쏭달쏭한 포스터. ⓒ넷플릭스
알쏭달쏭한 포스터. ⓒ넷플릭스

정성일은 대학로에서 더 유명한 배우로 2007년 <강풀의 바보>를 시작으로 <라이어 1탄> <쉬어매드니스> <언체인> <미오 프라텔로> 등의 무대에 올랐다. TV 드라마에는 <비밀의 숲 2>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우리들의 블루스> 등에 출연했으며 <더 글로리>의 하도영을 통해 드라마 팬들로부터 “저 배우 누구냐”는 반응을 끌어냈다.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20대 시절 ‘빨리 나이 먹고 싶다’고 생각했다는데. 이유는 바로 ‘나이 먹으면 연기 잘하게 된다’는 선배들의 조언 때문이었다니 연기를 향한 그의 열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태양의 후예> 이후 6년 만! 김은숙 작가=자유로움?

'태양의 후예'. ⓒKBS
'태양의 후예'. ⓒKBS

<더 글로리> 내에서 송혜교는 염혜란, 이도현, 정성일 등 배우와 다양한 케미를 보여줬는데.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김은숙 작가와의 케미다.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는 2016년 <태양의 후예>를 통해 처음 작품을 함께 했다. <태양의 후예>에서 송혜교는 흉부외과 전문의 ‘강모연’를 맡아 2016 KBS 연기대상에서 송중기와 공동 대상을 받았다. 상대역 ‘유시진’을 연기한 송중기와의 결혼 및 이혼으로 작품 외적인 말도 많았지만, 송혜교의 연기 인생에서 <태양의 후예> 그리고 김은숙 작가와의 만남은 중요하다.

염혜란, 이도현, 정성일 넷플릭스 '더 글로리' 복수의 화신으로 돌아온 송혜교와 '환상의 케미' 보여준 배우들 정체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더 글로리'. ⓒ넷플릭스

송혜교는 <태양의 후예> 당시 김은숙 작가의 ‘자유로움’이 인상적이었다고 묘사했다. 그는 김은숙 작가가 배우들의 평상시 모습을 인물에 많이 반영할뿐더러 “어떤 신이 배우들의 맛을 잘못 살릴 수도 있겠구나 싶을 땐 (배우에 맞춰) 다 계산하고 수정한다”고 말했다. 이후 <더 글로리>를 통해 6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익숙한 로맨스가 아닌 낯선 스릴러로 뛰어들었고 기대 이상의 작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더 글로리> 파트1이 공개되고 “이걸 어떻게 두 달이나 기다리냐”는 반응이 나오는 현재, 부디 뒷심이 여지없이 발휘돼 3월에는 전편 정주행 붐이 일기를 기대해본다.

유해강 기자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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