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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이영남씨가 가뭄으로 뿌리를 뻗지 못한 양파 모종을 가리키고 있다. ⓒ한겨레 김용희 기자 제공 
23일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이영남씨가 가뭄으로 뿌리를 뻗지 못한 양파 모종을 가리키고 있다. ⓒ한겨레 김용희 기자 제공 

‘상수도를 이용한 농작물 물주기 절대 금지’

24일 오전 전남 신안군 곳곳에서 이런 글귀가 적힌 펼침막을 볼 수 있었다. ‘빨래 모아서 하기’ ‘양변기 수조에 물병 넣기’란 문구를 담은 현수막도 여럿이었다. 대파밭이 몰려 있는 임자도 원상마을에서 만난 최재복(54)씨는 “반평생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 같은 가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24일 전남 신안군 임자면 원상마을 대파밭에서 농민 최재복씨가 가뭄으로 잎끝이 말라버린 대파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김용희 기자 제공 
24일 전남 신안군 임자면 원상마을 대파밭에서 농민 최재복씨가 가뭄으로 잎끝이 말라버린 대파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김용희 기자 제공 

2만㎡(6천평) 대파밭을 일구는 최씨는 김장철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대파 잎끝 쪽이 노랗게 마르고 크기도 평년의 3분의 2 수준이어서 상품가치가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대파는 5~6월에 심어 9~10월에 바짝 자란다. 올해는 봄부터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아 잎이 말랐다고 한다. 관정을 설치해 스프링클러를 운영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바닷물이 섞인 도랑물을 뿌렸다가 농사를 망쳐버린, 경험이 부족한 귀농인도 있단다.

최씨는 “이맘때쯤이면 밭고랑이 안 보일 정도로 대파가 허리 높이로 풍성하게 자라야 한다. 올해는 (가뭄 탓에) 무릎 높이가 대부분”이라며 “비는 질소 등 양분이 녹아 있고 식물에 골고루 닿지만, 스프링클러는 잎 한쪽 면에만 물을 뿌릴 뿐”이라고 말했다.

고흥군 풍양면 대청유자마을 이재용 이장이 23일 수확을 앞둔 유자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김용희 기자 제공 
고흥군 풍양면 대청유자마을 이재용 이장이 23일 수확을 앞둔 유자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김용희 기자 제공 

고흥 유자 농가도 근심이 한가득이다. 전날 찾은 고흥군 풍양면 대청유자마을에서 만난 이재용(63) 이장은 “유자는 테니스공 크기(지름 7㎝)를 기준으로 상·중·하품을 분류한다. 지난해는 중품 이상이 70%였는데 올해는 50%도 안 된다”며 “귤보다 작은 유자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유자가 여무는 10월에 비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을 인근의 농업용 저수지는 논으로만 수로가 연결된 터라 밭농사에는 활용하기 어렵다. 이 이장은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추워져 유자에 불리한 기후로 바뀌고 있다”며 “마을의 29가구 모두 유자농사만 짓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양파 주산지 고흥군 거금도(금산면) 어전리 농민들은 내년 봄 수확기를 벌써부터 걱정한다. 지난달부터 심은 양파 모종이 뿌리를 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빗물 등을 저장하는 평지소류지는 바닥을 보인다. 11월 초부터 고흥군청은 레미콘차량 등을 동원해 양파밭에 살수하고 있다. 그나마 이달 12일과 20일께 두차례 비가 내려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고 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의 실시간 계측정보.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 홈페이지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의 실시간 계측정보.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지난달 16일 모종을 심은 김영남(82)씨는 “지금이면 양파 줄기가 무릎 높이로 자라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손바닥 크기만 한 게 많다”며 “말라버린 잎도 있어 내년에 얼마나 양파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병기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금산면지회 사무국장도 “비가 오지 않고 지하수까지 고갈되면 내년 농사까지 장담할 수 없다”며 “섬은 빗물과 하천이 바다로 빠져나가 버려 이를 가둘 수 있는 저류지 건설이 시급하다”고 했다.

박진영 전남농업기술원 작물환경팀장은 “각 지역을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지금 당장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거나 고랑을 파는 방법밖에 없다”며 “기상 자료를 분석해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고만 말했다.

신안과 완도 섬지역에서는 제한급수를 하고 있고 광주도 계속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내년 2월께 제한급수가 예상된다. 18일 기준 광주·전남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 저수율은 31.78%, 주암댐은 31.62%다. 전남지역 농업용 저수지(478개)의 평균 저수율은 44.5%(전국 평균 69.2%) 수준이다.

전남 지역 가뭄 발생 이유로는 여름철 강수량이 꼽힌다. 올해 전남 지역 강수량은 예년에 견줘 60%대에 불과하다. 22일 기준으로는 올 한해 전남 지역 누적 강수량은 808.2㎜로 1974년 기상 관측 이래 최저치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여름 정체전선(장마전선)이 중부지방 위주로 형성됐던 터라 비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이 내렸다”며 “경남 쪽은 태풍이 지나가면서 비가 왔지만, 전남은 태풍이 비껴가 가뭄이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21일 광주·전남·제주 지역에 가뭄대책으로 급수 운반, 관정 설치, 농업용 저수조 등을 늘릴 수 있도록 특별교부세 55억원을 지원했다. 또 전날 완도 금일도를 방문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1650억원을 투입해 광역 상수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한겨레 김용희 기민도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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