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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을 멈춰 달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트라우마를 겪게 될 사람들에게 '심리적 부축'이 절실한 시기다

31일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국화꽃을 들고 있다. 2022.10.31 ⓒ뉴스1
31일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국화꽃을 들고 있다. 2022.10.31 ⓒ뉴스1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다룬 인터넷 기사의 댓글 가운데,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혐오 가득한 비난이 있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154명이 목숨을 잃고 149명이 다친 이태원 핼러윈 참사. 고인을 향한 비난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맞이한 피해 생존자, 유가족들에게 또다시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행위다. 그리고 참사 현장의 목격자들과 구조자들, 그리고 이를 SNS와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는 시민들에게도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삶의 시계가 멈춘 사람들을 위한 '심리적 부축'  

"아픈만큼 파괴된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바라보는 '트라우마'의 모습이다. 정 박사는 2019년 tvN 강연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에서 출연해 트마우마에 관해 설명했다.

트라우마는 성폭행, 강도, 사랑하는 이의 죽음, 고문 등 재앙에 가까운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 충격을 의미한다. 정 박사는 이 사건의 공통적인 특징은 "죽음의 각인"이라고 설명했다. 

정혜신 박사. ⓒ사피엔스 스튜디오
정혜신 박사. ⓒ사피엔스 스튜디오

정 박사는 "곁에서 숨을 쉬고, 너무 밀접하게 있는 사람이 갑자기 죽음을 당하면 죽음이 내 안으로 훅 들어온다"며 비극적인 죽음이면 더 말할 수 없이 그 기억이 생생해진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으면, 자기 삶의 시계가 멈춘다고. 

정 박사는 "그 기억에 의해서 트라우마를 재경험하게 된다"며 "그 경험에서 더더욱 묶여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트라우마의 고통을 설명했다. 

특히, 정 박사는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 사람의 경우,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박사는 "그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죄의식을 갖는 게 아니라 목숨을 잃은 사람을 사랑하는 순서대로 죄의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부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의 마음을 공감하는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전과는 달라진 인생을 통과해야 한다고. 정 박사는 치유를 돕는 방법은 충분히 존재를 알아주고 기억해주며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난을 멈춰달라, 고통을 헤아려달라"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로 사망자가 최소 154명이 발생한 가운데 31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장례식장에 국화꽃 한 송이가 놓여 있다. 사상자는 순천향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서울 전역의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정부는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2022.10.31. ⓒ뉴스1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로 사망자가 최소 154명이 발생한 가운데 31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장례식장에 국화꽃 한 송이가 놓여 있다. 사상자는 순천향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등 서울 전역의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정부는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2022.10.31. ⓒ뉴스1

이번 이태원 참사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대처하고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지난 30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학회는 시민들의 스트레스 반응을 낮출 수 있는 안정화 기법을 제시했다. 

학회는 "갑작스러운 사고와 죽음이 고인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줄 가족, 친척, 친구와 함께 고통을 나누라"고 조언했다.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생존자와 유가족을 혐오와 비난으로부터 보호해달라"며 "사고를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을 비판하지 말고 진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지지와 위로가 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대중의 비난은 생존자와 유가족의 마음에 더욱 크고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며 "비난을 멈춰달라. 생존자와 유가족이 겪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헤아려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심리 상담 실시 

3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를 위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2022.10.31 ⓒ뉴스1
3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를 위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2022.10.31 ⓒ뉴스1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태원 사고 대응을 위해 보건복지부 내 '이태원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여 신속히 사고를 수습하고 부상자와 유가족을 대상으로 의료와 심리 지원, 장례 지원을 실시한다고 31일 밝혔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내 심리지원단을 설치하고, 정신건강전문의와 정신건강전문요원을 투입해 심리상담을 실시한다. 유가족과 부상자,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심리지원 안내 문자를 발송해, 대면 또는 전화상담을 실시하여 모니터링과 사례관리를 지속하는 등 심리지원을 실시한다. 아울러 이번 사고로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국민을 대상으로 위기상담전화(1577-0199)도 운영한다.

양아라 기자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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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이태원 참사 #핼러윈 #압사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