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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해" EBS 간판스타 펭수가 강조하는 소통의 자세(인터뷰)

펭수의 MBTI는 '시유티이'였다.

2022년 8월 8일 펭수가 데뷔 3주년을 기념해 팬들과 만났다. 출처: 펭수 인스타그램
2022년 8월 8일 펭수가 데뷔 3주년을 기념해 팬들과 만났다. 출처: 펭수 인스타그램

그를 만나기 100미터 전.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가득 찬다. 실제 성격은 어떨까? 혹시 ‘네 눈’을 바라보면 마음이 치유될까? 기대감과 함께 괜한 설렘까지 주는 사람, 아니 캐릭터, 아니 그냥 그. 바로 펭수다.

지난 6일 <한겨레>는 펭수를 만났다. 2년여 구애 끝에 잠깐이지만, 어렵게 마주했다. 이날은 펭수한테 뜻깊은 날이다. 데뷔 이후 첫 팬미팅을 열었고, 8월8일 생일을 맞아 파티도 겸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펭수와 ‘펭클럽’(펭수의 팬클럽)의 변치 않는 마음도 확인했다. 이날 두차례 열린 팬미팅은 2천석(회차별)이 5분 만에 매진됐다. 부산만 해도 지척이다. 베트남과 일본에서도 펭수를 보려고 왔다.

 

'우영우'서 소통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펭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회 '펭수로 하겠습니다' 캡처. 출처: ENA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3회 '펭수로 하겠습니다' 캡처. 출처: ENA

―펭수, 코로나로 오랫동안 사람들을 못 만났잖아요. 오늘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꼈겠어요.

“소중함 말해 뭐 해. 우리 펭클럽 정말 정말 정말 보고 싶었고, 팬미팅 하면서 내가 살아 있다는 걸 한번 더 느꼈어요.”

펭수는 2019년 처음 탄생해 2030세대 ‘소통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말이 안 통하거나 권모술수에 능한 상사에게 상처 입은 사람, 취업준비생 등 여러 이유로 찢어진 마음들을 꿰맸다. 펭수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다. 아픈 이유에 공감하며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솔직한 방향을 제안한다. 권위로 찍어누르려는 어른에게 할 말을 다 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특히 엠제트(MZ)세대의 마음을 얻었다.

펭수의 소통력은 18일 종영하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엔에이)에서도 드러난다. 3회 ‘펭수로 하겠습니다’ 편에서 펭수는 소통의 매개체로 등장한다. 의사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자폐 장애인 김정훈(문상훈)에게 펭수는 언어다. 현실 세계에 마음을 닫은 그는 펭수의 세계에서 말을 걸어오는 우영우(박은빈) 변호사한테 마음을 연다. 방영 당시 펭수 헤드폰을 착용하고, 펭수 옷을 입은 김정훈 앞에서, 변호사들이 펭수 노래를 부르며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이 뭉클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 방송을 봤다는 펭수도 자신의 ‘쓰임’에 대해 “황송했다”고 말했다.

―펭수, 방송 보면서 어땠어요?

“저는 이 장면이 등장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어요. (제작진이) 얘기를 해줬어요. 게다가 드라마도 재미있었잖아요. 거기에 제 노래와 저를 좋아해주는 인물이 나오는 게 정말 기쁘고 황송했어요.”

―펭수가 소통의 상징이라는 것. 현실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을 거예요. 드라마를 보면서 펭수가 고마운 존재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저란 존재’라기보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떠나서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를 상대방이 공감해주고 흥미를 가져준다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상대한테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박은빈 배우의 랩은 어땠나요?

“댓글 중에 이런 내용이 많더라고요. ‘(펭수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

―가르쳐준 건 아니죠?

“전혀요. 제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

펭수가 고은아와 함께 유기견 입양을 홍보하고 있다. 출처: 펭수 인스타그램
펭수가 고은아와 함께 유기견 입양을 홍보하고 있다. 출처: 펭수 인스타그램

펭수의 소통력은 자존감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소통의 왕으로 불리는 이들은 많지만, ‘나’를 대신해 내 속마음을 쏘아붙여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펭수가 소통의 존재로 우뚝 선 이유다.

어른들이 내 꿈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 펭수는 나를 대신해 이렇게 말해준다. “잔소리하지 마세요! 네가 내 꿈을 대신 이뤄줘라, 그런 건가요? 전 제 꿈을 이룰 거예요!” 그러면서 ‘나’한테 말한다. 참지도 말고 흥분하지도 말고 그냥 차분하게 이야기하라고. 팬들은 펭수를 보고 있으면 솔직한 마음을 말하는 게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또 “다 잘할 순 없어요. 하나 잘 못한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잘하는 게 분명 있을 겁니다. 그걸 더 잘하면 돼요”라는 펭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자책하고 자학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단다.

펭수와 소통하며 지킨 자존감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펭수는 “나를 사랑하게 되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사랑하게 된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펭수, 좋은 일을 하는 것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일까요? 펭수도 유기견 입양 홍보 등 좋은 일을 많이 해요. 유명인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당연하죠. 유명인은 물론이고 유명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다들 살아가는 데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죠. 달라도 괜찮다는 마음가짐.”

 

펭수가 화를 푸는 방법은?

펭수가 분노하고 있다. 출처: EBS
펭수가 분노하고 있다. 출처: EBS

펭수 자체가 달라도 괜찮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인 존재다. 우리 사회가 다름을 존중할 줄 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교육방송>(EBS) 캐릭터인 펭수를 캐릭터로 보지 않는다. “펭수는 그냥 펭수”라며 그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한다. 그는 ‘2020년 한국방송대상’에서 유재석 등 연예인들과 경쟁해 ‘올해의 예능인상’도 받았다. 한국 방송 역사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던진 화두처럼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 노력과 성공이 비례하지 않고, 공정과 차별의 문제가 더욱 확장하면서는 사람들의 분노지수가 더 높아졌다. 사람들은 늘 화가 나 있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볼까 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펭수의 소통력은 더 중요해진다.

―펭수, 요즘 사람들은 늘 화가 나 있어요. 이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화가 날 땐 내가 무엇에 화가 난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해요. 화가 나는 원인을 짚고 나서 ‘아 이건 화를 내도 되는 문제다’ 그러면 화를 내야 돼요. 요즘 세상은 화를 분출하는 방법을 잘못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안 좋은 일들이 생기는 거예요. 무조건 참는 게 좋은 건 아닙니다. 좋은 방법으로 좋게 화를 낸다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안에 있는 화도 많이 풀릴 거예요.”

―요즘 엠비티아이(MBTI·성격유형검사)가 유행이잖아요. 이것도 결국 유형별로 사람을 나누는 것인데, 우리는 사람을 나누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너는 이런 성격, 이런 유형이구나, 하고 나누지만 너는 너대로 좋고, 나는 나대로 좋다 그렇게 생각하면 돼요. 그걸로 고정관념이 생겨버리면 안 좋다고 생각해요. 성격 그대로를 인정해주자, 바뀌면 또 바뀌는 대로 즐기세요.”

―펭수도 엠비티아이 해봤어요?

“그럼요!”

―어, 안 할 것 같았는데. 펭수 엠비티아이는 뭐예요?

“저 시유티이요.”

―실제 성격과 잘 맞나요?

“너무 잘 맞아요.”

―C…U…T…E…큐…엌

 

소통의 기본은 잘 듣기!

펭수가 '아는 형님' 206회에 에 출연해 춤을 추고 있다. 출처: JTBC
펭수가 '아는 형님' 206회에 에 출연해 춤을 추고 있다. 출처: JTBC

어느덧 데뷔 4년차. 소통 아이콘 펭수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한뼘 더 나아가야 하는 중요한 때다. 사람들은 펭수한테 익숙해졌다. 이젠 그가 어떤 행동을 해도 놀라거나 신기해하지 않는다. “펭수니까”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펭수한테는 뭐든 잘한다는 인식 때문에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을 것 같다. 춤 연습도 해야 하고,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 티브이(TV)>에서는 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팬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더 많은 명언도 쏟아내야 한다. 펭수는 라이벌을 묻는 질문에 “나 자신”이라고 했지만, ‘펭수’라는 존재가 가장 힘든 대상일 듯하다.

―펭수, 3년간 스타의 삶을 살았어요. 어때요? 생각했던 것처럼 좋아요?

“그쵸~. 그런데 제가 원하는 스타는 한참 멀었어요. 지구 끝까지~ 우주 끝까지~ 가야지 그게 진짜 스탑니다!”

―그럼, 지난 3년의 삶이 힘들진 않았겠네요?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힘들 땐 어떻게 했어요? 펭수도 마음을 털어놓을 누군가가 있나요?

“전 스스로한테 털어놔요. 내 힘듦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파악해요. 파악하는 게 힘들지, 그걸 해결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거든요. 알고 보면 아주 사소한 겁니다.”

그래서 펭수의 그 힘듦은 어디에서 왔을까. 되묻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깊은 속내를 끄집어낼 상황이 아니었지만 아티스트 보호 차원이 더 컸다.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라는 답변이 내내 생각났다. 우리의 소통 아이콘이 되어주는 ‘그’의 곁에도 유능한 소통 아이콘이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를 통해 소통의 힘을 깨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펭수가 한수 가르쳐줘요. 요즘 직장에는 ‘소통에디터’라는 직책이 생길 정도로 선후배 간 소통이 중요해졌어요. 그런데도 잘 안되고 있어요. 소통이 무엇인지, 소통을 위한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소통은 내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해요. 들을 줄 알면 소통의 기본은 되어 있는 거예요.”​

한겨레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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