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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국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이유

구소련,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전 세계에 여러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을 설립

북한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그들의 국가를 '북한'이라고 부르면 싫어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공식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그들에게 이 국명은 북한이 한반도의 합법적인 정부임을 일깨워주는 명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양의 기준으로 보면 북한은 민주적이지도 공화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전체주의, 세습 독재정권인 북한이 어쩌다 이러한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1940년대 초, 소련이 동부 유럽으로 그 영향을 확장하고 있을 때 소련 정부는 기존의 귀족, 왕족을 뒤엎고 레닌주의 깃발 아래 건설된 국가들을 이전 부르주아 정권들과 구별하기 위해 '인민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창안했습니다. 소련은 이러한 이념을 통해 소련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세계 공산주의의 중심 국가로서 위상을 재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련의 위성국인 마케도니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은 '인민민주주의'의 기치를 내세웠으며 공식적으로 '인민공화국'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북한 학자인 국민대학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과거 NK News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인민민주주의 이론'은 1940년 초기 소련의 사상가들에 의해 창시되었습니다. 이 이론은 신생 독립국들이 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半) 봉건 사회에서 사회주의 사회로 장기간에 걸쳐 이행해 가는 과정을 의미하였습니다"

고려대학교 북한학과의 발라즈 샬론타이 교수는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과거 공산주의 블록에서 '인민민주주의'는 소련이 이미 이룬 사회주의보다 한 단계 낮은 체제의 모습을 의미했습니다. 이 개념은 작은 위성국가들이 소련에 비해 열등하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로 인해 차우셰스쿠 치하의 루마니아는 후일 국호를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격상하기도 합니다"

공산주의와 '인민민주주의 이론'이 아시아 대륙으로 퍼지면서 소련의 영향력이 미친 국명 제정도 계속됩니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1945년 남한에는 여운형을 중심으로 세워진 조선인민공화국이 일시적 임시정부로 존재했습니다. 소련과 국경을 마주하는 북한은 남한의 여운형이 세운 정부와 구별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추가하여 '조선민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채택하였습니다. 후일 1949년 마오쩌둥이 세운 중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선택합니다.

란코프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인민민주주의 이론'이 강조하는 점은 인민민주주의 국가들은 소련과 같은 등급의 사회주의 체계를 설립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인민민주주의 공화국들의 가장 큰 목표는 일반적인 민주주의 정책의 도입을 통한 국가의 후진성 극복이었습니다"

"당시 이들이 주창한 '민주주의 정책' 이란 토지 개혁, 귀족층의 세습 특권 철폐, 성 평등 개념 도입, 그리고 일부 또는 완전한 국유화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당시 인민민주주의 국가들은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사회주의의 기반을 다지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오늘날 북한에도 여러 개의 정당이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당이 선거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고 다른 정당들은 오직 전시용일 뿐입니다.

컬럼비아 대학의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당연히 사회주의 국가의 '민주주의'는 경쟁 선거, 복수정당제 같은 요소들이 들어간, 비공산권에서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아닙니다. 이들의 '민주주의' 개념은 강압적 봉건주의와 자본주의 국가의 횡포에서 인민을 대표하는 국가정당이 그들을 보호한다는 개념의 민주주의입니다"

북한은 국명에 '민주주의'와 '인민'을 동시에 쓴 첫 국가입니다. 하지만 북한과 비슷한 나라는 몇몇 더 있습니다.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에티오피아에서 집권한 공산주의 정권, 1967년에서 1990년까지 남예멘에서 집권한 정권, 1975년부터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는 라오스의 정권은 모두 '인민'과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국호에 넣었습니다.

소련의 위성국가들과는 달리 북한은 단 한 번도 국호를 바꾼 적이 없습니다. 과거 '유고슬라비아연방인민공화국'은 1963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으로 개칭했으며 루마니아는 1965년 '루마니아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국호를 바꿨습니다. 소련은 위의 국가들이 사회주의 국가 건설 에서 뒤처진 국가들이라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반발심으로 이들은 '인민민주주의'를 국명에서 지우며 소련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란코프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1960년대 소련은 몇몇 인민민주주의 공화국들이 '사회주의 국가'로 재탄생하는 것을 보며 탐탁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당시 소련의 언짢은 견해를 밝힌 문서들을 평양 주재 소련 대사관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북한이 한 번도 국명을 바꾸지 않은 것은 분단국이라는 독특한 위상이 반영된 결과일 것입니다.

샬론타이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이 루마니아처럼 '사회주의조선공화국'이라고 국명을 바꾸지 않고 원래 국호를 유지하는 이유는 북한이 공식 천명하고 있는 민족통일 원칙 때문일 것입니다. 수사학적인 면에서 보자면 '사회주의공화국'은 '민주주의공화국'보다 두 개의 한국 사이를 더 날카롭게 구분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집권당인 조선노동당의 당명도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반면 차우셰스쿠 치하의 루마니아와 1976년 이후의 베트남의 노동당은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한 단계 진보했거나 통일을 이루었다는 의미에서 '공산당'으로 바뀌게 됩니다."

공산주의 종주국이던 소련이 붕괴된 지는 한참 전이고 유럽의 소련 위성 국가들도 공산주의를 버린 지 오래입니다. 오늘날 북한은 굳이 통일이나 붕괴 이전에 국호를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후일 통일이 된다면 한국은 어떻게 불릴까요? 918년부터 1392년까지 유지된 고려 왕조의 이름을 따라 고려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일성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고려연방제'를 주창한 적이 있으며 고려는 남북한의 영어 명칭인 코리아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통일이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질지는 시간이 더 흘러봐야 명확해질 것입니다. 만일 평화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통일된 한국의 국호를 정하는 것은 남북한이 넘어야 할 많고 많은 산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이 글을 쓴 벤자민 영은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역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입니다. 안재혁이 번역했으며 메인 사진은 벤자민 영의 소유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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