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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실패, 결국은 방향성의 문제
ⓒ연합뉴스

지난달 초중반만 해도 가장 유력한 5위 후보로 꼽혔던 롯데 자이언츠가 5위 경쟁에서 가장 먼저 낙마했다.

롯데가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원인을 명료하게 짚어내기란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유사한 키워드를 꼽자면 방향성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폐쇄회로(CC)TV 선수단 사찰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른 롯데는 사장과 단장, 운영부장, 코치 등이 줄줄이 사퇴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더 큰 문제는 CCTV 사태를 거치며 선수들 사이에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롯데가 프로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이종운 감독을 사령탑에 앉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이 감독의 선임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다친 선수들의 마음을 안아주려면 '끌어안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은 빛을 발했다. 항명 사태에 앞장섰던 고참급 선수들에 대한 보복 조치는 없었고, 손아섭의 말대로 롯데는 최고의 분위기 속에서 스프링캠프를 마쳤다.

이 감독이 선수들 편에서 방파제 역할을 해주면서 롯데는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했지만, 정규시즌을 거치며 조금씩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롯데는 올 시즌 리빌딩을 할 것인지, 우승을 노릴 것인지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채 정규시즌을 맞이했다.

이 감독의 선임 배경도 불분명하다. 1992년 이후 우승 전력이 없는 롯데가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다면 프로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이 감독을 선택한다는 것은 사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또 팀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해 리빌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퓨처스리그에서 유망주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2군 감독 출신이 지휘봉을 잡는 게 현명했다.

하지만 롯데는 이 감독을 선택한 이유가 우승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리빌딩을 위해서인지 그 의도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초보감독으로서 시행착오를 겪었다. 야구계 전문가들은 이 감독의 투수운용에 대해 지적했다.

단적인 예로 롯데는 시즌 내내 필승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없었다. 또 불펜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현대 야구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선발 투수 키우기에만 집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펜진의 노쇠화와 무분별한 마운드 운용이 겹치며 롯데는 시즌 초중반 뼈아픈 역전패가 잦았다.

물론 이를 이 감독의 능력 부족이라고 탓할 수만은 없다. 기본적으로 감독의 능력은 선수의 능력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롯데는 케이티 위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성민을 불펜에 보강하면서 상승세를 탔고, 후반기에는 마무리 정대현이 가세하면서 다시 한번 도약했다. 5위 고지가 손에 잡힐 듯했지만, 롯데는 스스로 절호의 기회를 걷어차 버렸다.

이에는 정교하지 않은 스윙, 고질적인 내야 불안 등 기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선수단의 열정과 끈기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중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성민이나 시즌 중반에 메리트 문제로 구설에 올랐던 일들은 롯데 선수단이 과연 명확한 목표 의식을 공유했는지 의문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롯데는 전날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 1-13의 대패를 당하고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됐다. 실책 4개가 나온 최악의 경기였지만 일부 선수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경기장을 찾아와준 홈팬들에 대한 예의나 책임감을 느낀다면 결코 보여서는 안될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올 시즌 사직구장 홈경기 관중 수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급감했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 이후 신동빈 회장이 롯데 자이언츠를 직접 챙기기로 하면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어느 정도 선의 투자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내년 시즌에는 구체적인 방향 설정이 있어야 한다. 감독, 코치, 선수가 한데 뭉칠 수 있는 하나의 목표가 롯데에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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