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은 저녁이 되기만을 기다린다.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퇴근하고 싶으니까. 1분 1초도 낭비할 수 없으니 오후 6시가 되자마자 칼같이 퇴근하는 것이 좋다. 여기 정반대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모두가 잠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 환경미화원들의 이야기다.
야간 작업 중인 환경미화원. ⓒMBC
2인 1조로 야간 작업하는 환경미화원. ⓒMBC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길에서 묵묵히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을 마주한 경험은 모두가 있을 테다. 각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환경미화원들은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는 시간대에 일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없으니 불빛마저 없어 도처에 위험이 도사린다.
″어두워서” 목숨 위협 당하는 환경미화원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5부터 2017년까지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은 1822명이나 된다. 이중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청소 차량에 치이거나 청소차 덮개에 끼이거나 지나가는 자동차에 치이거나 아까운 목숨이 스러지는 이유는 너무나도 다양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두워서”일 때가 가장 많다.
반복되는 환경미화원들의 안전 사고. ⓒJTBC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중랑구에서 2인 1조로 작업 중이던 60대 환경미화원이 청소 차량에서 떨어진 쓰레기를 줍던 중 지나가던 차에 들이받혀 숨졌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도로가 어두워 미화원을 잘 보지 못했다”라고 진술했다. 바로 이틀 뒤 서울 강북구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새벽에 홀로 도로변을 청소하던 40대 환경미화원이 70톤 기중기에 치여 숨졌다. 기중기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미화원을 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장이 5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3.5 ⓒ뉴스1
사실 환경미화원들의 야간 근무는 시정된 지 오래다. 지난 2019년 3월 환경부는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해 야간·새벽 작업을 주간으로 전환하는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을 전국 지자체에 통보했다.
그해 12월에는 환경미화원들의 주간 작업을 원칙으로 하는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도 개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환경미화원들이 밤에 일한다. 환경부가 마련한 안전 지침도, 국회에서 통과된 시행규칙 개정안도 각 지자체가 준수하기만 하면 되는 안전 기준 정도이기 때문이다. 안 해도 그만이라는 말이다.
‘주간 작업’으로 뜯어고쳐도 무소용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서울, 부산, 대전 등 대도시 환경미화원들은 여전히 야간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 중에서 주간 작업을 하는 지역은 겨우 2곳이다.
주간 작업 원칙을 지키지 않는 자치구에서는 교통 불편과 주민 민원을 이유로 들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구 사정상 낮에 작업을 하면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들이 길 위에 많이 보일 것”이라고 중앙일보에 설명했다. 길 위에 널브러진 쓰레기는 훤히 보는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의 고충은 전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야간 작업하는 환경미화원의 고충. ⓒMBC
환경미화원 신광철씨는 철저히 외면받는 미화원들의 워라밸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밤에는 시야가 제한된다. 손을 베이는 경우도 있다. (밤에 자고 낮에 일하는) 생활을 해야지 양질의 수면도 취할 수 있다”라고 MBC에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환경미화원 또한 ”오늘은 한 4시간 정도 잤다. 7년 일한 지금까지도 적응이 안 된다. 애들하고 놀아줄 시간도 없다”라며 애환을 털어놨다. 이렇게 환경미화원은 우리 주변에 분명 있는데도 때때로 없는 사람 취급받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