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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고래는 바다 표면에서 통나무처럼 떠 있거나 수중에서 표류하며 잠을 잔다. 혹등고래가 수심 11m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 확인됐다.
대형 고래는 바다 표면에서 통나무처럼 떠 있거나 수중에서 표류하며 잠을 잔다. 혹등고래가 수심 11m에서 잠을 자는 모습이 확인됐다. ⓒGETTY IMAGES

사람 같은 육상 포유류는 자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호흡하지만 고래 등 바다 포유류는 익사하지 않으려면 잠든 상태에서도 의식적으로 숨을 쉬어야 한다.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고래의 수면 행동의 비밀이 첨단 기록장치 등에 힘입어 밝혀지고 있다.

 

뇌의 절반씩 교대로 자는 고래들

수족관 돌고래 등의 관찰을 통해 고래는 뇌의 절반씩 교대로 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쪽 뇌가 잠들어도 나머지 반으로 호흡할 수 있고 눈 하나는 감지 않은 채 포식자와 무리의 이동을 지켜본다.

큰돌고래는 이런 방식으로 주로 밤에 한두 시간씩 잠에 빠진다. 그러나 야생의 돌고래나 대형 고래의 수면 행동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향고래는 선 자세로 무리 지어 물속에서 잔다는 사실이 2000년 발견됐다. 사진은 2017년 지중해에서 잠자는 향고래 무리를 프랑스 사진가 스테파니 그란소토가 촬영한 것이다.
향고래는 선 자세로 무리 지어 물속에서 잔다는 사실이 2000년 발견됐다. 사진은 2017년 지중해에서 잠자는 향고래 무리를 프랑스 사진가 스테파니 그란소토가 촬영한 것이다. ⓒ스테파니 그란소토 페이스북

우연히 발견한 곯아떨어진 향고래 무리

루크 렌델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동물학자 팀은 2000년 칠레 해안에서 배의 엔진을 끄고 향고래의 신호음을 조사하던 중 선박이 떠밀려 간 곳에서 한 무리의 향고래가 세상 모르고 잠든 뜻밖의 모습을 발견했다.

2008년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연구자들의 보고를 보면 향고래들은 코만 물 밖에 삐죽 내민 채 수직으로 선 자세였는데 배가 한 마리를 건드려 깨우기 전까지는 곁에 누가 왔는지도 몰랐다.

연구자들은 이전에 전 세계 향고래 59마리에 데이터 로거(일정 기간 부착해 수심, 속도, 위치 등을 기록한 뒤 떨어져 나오도록 한 장치)를 붙여 조사한 결과 향고래는 하루의 7%(100분)를 바다 표면 또는 수심 10m에서 10∼15분쯤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것이 무슨 행동인지 또 왜 그렇게 하는지는 수수께끼였다.

하루 100분밖에 자지 않는 향고래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잠을 적게 자는 동물일 수 있다.
하루 100분밖에 자지 않는 향고래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잠을 적게 자는 동물일 수 있다. ⓒ가브리엘 바라티유, 위키미디어 코먼스

향고래, 포유류 중 가장 짧은 수면 시간

하지만 우연한 발견으로 그런 행동이 바로 잠자는 것임이 드러났다. 게다가 뇌의 절반만 쓰는 반구 수면이 아니라 두 눈을 모두 감고 숙면에 빠지는 것 같았다.

물론 향고래가 이런 숙면 말고 반구 수면도 할 가능성이 있지만 하루 7%의 수면은 포유류 가운데 최소 수준이다. 가장 잠이 없는 기린의 수면 시간은 하루 8%이다.

흰고래와 귀신고래는 각각 하루의 32%와 41%를 자는 데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돌고래는 하루의 3분의 1을 한쪽 눈을 뜬 잠으로 보내는데 수족관 바닥에 가라앉아 잠깐씩 잠에 빠지기도 한다.

 

‘뗏목의 통나무’처럼 자는 혹동고래

거대한 가슴지느러미와 몸집을 물 밖으로 솟구치는 행동으로 유명한 혹등고래도 바다 표면에서 마치 뗏목의 통나무처럼 30분가량 꼼짝 않고 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다 표면뿐 아니라 물속에 잠긴 상태에서 혹등고래가 잠에 빠진 모습이 최근 발견됐다.

고베대 연구진이 노르웨이 해안에서 혹등고래의 등에 초광각 비디오카메라를 단 데이터 로거를 부착하고 있다.
고베대 연구진이 노르웨이 해안에서 혹등고래의 등에 초광각 비디오카메라를 단 데이터 로거를 부착하고 있다. ⓒ고베대

이와타 다카시 일본 고베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노르웨이 해안에서 360도 초광각 비디오카메라를 단 데이터 로거를 혹등고래에 부착해 행동을 조사했다. 과학저널 ‘행동 프로세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수심 11m에서 혹등고래가 무리 지어 잠자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혹등고래는 평상시 속도의 절반인 초속 0.75m의 속도로 느리게 움직였는데 꼬리지느러미를 전혀 움직이지 않아 표류에 가까웠다. 몸을 수평으로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았고 카메라에는 다른 2마리의 혹등고래가 함께 잠든 모습이 찍혔다.

연구자들은 “혹등고래가 바다 표면에서 잘지 물속에서 표류하면서 잘지는 여건에 따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호주 서해안에서 이뤄진 최근 연구에서는 새끼에 젖을 먹이는 어미 혹등고래가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얕은 수심의 바닷속에서 휴식과 잠을 자면서 보내기 때문에 선박과 충돌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인용 논문: Behavioural Processes, DOI: 10.1016/j.beproc.2021.10436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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