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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영화 ‘조커’의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영화 '조커' 스틸
영화 '조커' 스틸 ⓒwarner

영화 ‘조커‘를 놓고 찬사와 비난이 동시에 일고 있다. 찬사를 보내는 지점에서 비난이 시작된다. 조커의 기원을 탐구하면서 한 남자가 악이 되어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고, 이 과정에서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이 돋보였으며 ‘과대망상‘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연출을 통해 영화적인 성취를 이루었다는 게 ‘조커’에 대한 찬사다. 하지만 그처럼 한 인간의 악행을 공감하고, 동정하고, 이해하려는 듯한 태도로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위험하고 불편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조커’는 어떻게 입장차이를 만드는가

정리하자면, ‘조커‘를 둘러싼 의견들은 ‘조커‘에 하나의 결론을 공유한다. 찬사와 비난은 그 결론을 받아들이는 입장의 차이다. 그런데 이 찬사와 비난의 입장차이는 단지 영화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조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는 자신이 한 말 그대로 ”사회에서 쓰레기 취급당하면서 천대받는 정신병을 앓는 사람”인데 조롱받아 탄생한 악인가? 아니면 그냥 찌질한 과대망상 환자인가? 누군가는 학대와 질병, 소외가 한데 엮인 조커의 상처에 공감하고 이입하면서 그가 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구는 조커를 그저 망상증 환자로 치부할 것이다. ‘조커‘는 왜 이러한 입장의 차이를 만드는가란 질문은 시점이 늦었다. 그건 이런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부터 제기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악의 기원을 탐구한다고 할 때부터 ‘조커‘는 불편한 영화일 수 밖에 없다. 영화가 공개된 후인 지금은 ‘조커’가 어떻게 이러한 입장차이를 만드는가라고 물을 수밖에 없다.

영화 '조커' 스틸
영화 '조커' 스틸 ⓒwarner

앞서 설명했듯이 ‘조커‘의 핵심적인 연출은 ‘과대망상’과 현실의 기묘한 줄타기다. 영화는 주인공 아서 플렉이 망상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처음에는 영화 속 사실인 듯 보여주었다가,나중에서야 그것이 망상이었다는 것을 반전처럼 전달한다. 처음 아서가 엄마와 머레이쇼를 보면서 생각하는 장면부터 그렇다.

그는 자신이 방청석에서 직접 머레이를 보게 되는 상황을 떠올린다. 직접 머레이와 대화를 하고, 그의 배려로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그에게 따뜻한 말을 듣기도 한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이 장면을 아서 플렉이 과거를 회상하는 것처럼 연결한다. 아서 플렉은 머레이와 실제로 만난 적이 있고, 그와 좋은 추억을 쌓았기 때문에 더더욱 머레이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처럼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 머레이 쇼에서 아서의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을 보여주는 장면을 통해 그 모든게 아서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여성 소피와 아서의 로맨스를 연출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이때 아서의 망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린다. 영화 속 아서의 엄마는 소피를 만나고 온 아서에게 ‘향수 냄새’가 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것도 아서의 망상일 수 밖에 없다. 아서에게는 누구와의 데이트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조커' 스틸
영화 '조커' 스틸 ⓒwarner

조커의 망상을 보여주는 ‘생략’의 연출

이렇게 볼 때 ‘조커‘에는 ‘망상‘이라고 짚어주지 않지만, ‘망상’일 가능성이 높은 장면들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을 보면서 바로 전 장면이 조커의 망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조커가 탄 경찰차를 한 앰뷸런스가 들이받는다. 머레이쇼를 통해 그가 웨인 엔터프라이즈 직원들을 죽인 진범이라는 걸 알게된 추종자들이 조커를 구한 것이다. 기절해 있던 조커는 경찰차 본넷 위에서 부활하듯 깨어난다. 광대 마스크를 쓴 군중들은 조커에게 환호를 보내고, 처음으로 자신이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고 생각한 것 같은 조커는 그 자리에서 기쁨의 춤을 춘다. 그런데 거기서 바로 이어지는 장면은 아캄 정신병원 취조실에 있는 조커의 얼굴이다.

그저 영화적인 편집이라고 볼 수 있지만, 군중이 환호를 받는 조커와 취조실에 갇힌 조커의 얼굴 사이에는 메워지지 않는 구멍이 있다. 조커는 어떻게 경찰에 잡힌걸까? 다시 달려온 경찰차가 그를 체포한 걸까? 그렇다면 조커에게 환호를 보내던 군중들은 조커가 체포되는 걸 보고 가만히 있었던걸까? 그게 아니라면 경찰들이 엄청난 무기로 군중들을 위협했을까?군중과 취조실 사이에 놓인 질문이 잇따를 수 밖에 없는 ‘거대한 생략’. 그런데 토드 필립스 감독은 이미 영화의 전반부 곳곳에서도 이와 같은 거대한 생략을 보여주었다.

영화 '조커' 스틸
영화 '조커' 스틸 ⓒwarner

소피가 찾아온 코미디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는 아서의 장면을 다시 떠올려보자. 소피가 미소띤 얼굴로 무대 위의 아서를 지켜보는 가운데, 아서는 자신이 노트에 적은 개그를 하기 시작한다. 아서는 관객들과 호흡하지 못하고, (그의 병 때문에) 혼자서만 웃고, 재미없는 농담만 내뱉는다. 그런데 이때 영화는 아서의 말을 끊고 음악을 넣는다. 갑자기 찾아온 아름다운 장면. 소피는 계속 아서를 보면서 웃고, 아서는 열심히 웃으며 뭔가 말을 하고 있다. 이 장면은 아서가 결국에는 성공적인 공연을 했을 거라는 착각을 일으킨다. 영화 속 아서도 같은 착각을 했을 것이다.

 

끝내 한번도 웃겨보지 못한 코미디언

다시 이렇게 볼 때, 조커가 군중들에게 환호를 받는 것 또한 그의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스탠드업 코미디의 무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조커는 내가 처음으로 사람들을 웃게 했다는 착각에 빠져있던 건 아닐까? 누군가가 앰뷸런스로 조커를 구하는 부분부터 시작해 군중의 환호로 이어지는 부분들이 모두 조커의 망상이라면? 아마도 조커는 경찰차로 호송되는 과정에서 망상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 망상은 옆집 여성과 데이트를 했던 것만큼 행복한 것이라, 계속 그를 사로잡았을지 모른다. 아서는 언제나 자신이 행복한 쪽으로만 상상을 해왔으니 말이다. 군중의 환호를 망상으로 분석할 때, ‘조커’는 전혀 다른 악이 된다. 그는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태어나 그에 공감한 사람들의 응원으로 태어난 영웅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람들의 응원을 상상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의 악행을 정당화하는 악당에 가깝다.

영화 '조커' 스틸
영화 '조커' 스틸 ⓒwarner

‘조커’의 마지막 장면은 조커와 정신병원 감시자들의 술래잡기다.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서 이들의 모습 위로 ‘That’s Life’가 흐르고, 그 위로 과거 할리우드 고전 코미디 영화에 쓰이던 것 같은 엔딩타이틀이 나온다. ‘조커‘의 레퍼런스 중 하나인 ‘모던 타임즈‘의 찰리 채플린이 남긴 명언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을 그대로 옮긴 듯한 장면이다. ‘조커‘는 조커의 기원을 탐구하며 그의 비극적인 인생을 상상했고, 곳곳에 더 많은 상상의 영역을 남겨놓았다. 그 생략의 틈을 파고들 때 ‘조커‘는 더 비극적인 인물이 된다. 자신이 드디어 사람들을 웃겼다고 생각한 것이 망상의 결과라면, 그래서 조커가 한 번도 누군가를 웃겨보지 못한 코미디언으로 남는다면, 그보다 더 큰 비극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코미디언의 이야기를 멀리서 보면 ‘조커’는 지금보다 더 웃긴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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