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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과 어느 가족, 그 섬뜩한 유사성
기생충과 어느 가족, 그 섬뜩한 유사성

한국과 일본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무척 비슷하다. 가끔씩 그 유사함에 섬뜩해질 때가 있다. 영화 <기생충>과 <어느 가족>도 그런 경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자 자연스레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이 화제가 됐다.

이웃나라 일본의 작품인데다 주제의식도 유사하니 비교가 된다. 두 영화는 모두 양극화가 초래한 몰락의 상황이 비극적 엔딩을 맞는 구조를 갖고 있다. 주인공 가족이 보여주는 도덕 규범을 무시하는 태도도 공통적이라서 관객은 이들에게 쉽게 동일시하기 어렵다. 쉬운 몰입보다는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들이다.

한국의 양극화 심화는 우리 자신이 실감하고 있으니 굳이 거론하지 말자. 일본의 1970~80년대는 국민의 70% 이상이 중산층에 속한다고 믿던 ‘1억 총중류’ 신화의 시대였다. 대다수가 백화점 쇼핑을 즐기고, 1년에 한번은 해외여행을 나간다던 무렵이다. 옛말이 된 지 오래다. 2000년대 이후에는 아예 ‘격차사회’라는 말이 일본을 특징짓고 있다. 두 나라가 참 비슷하다.

물론 두 영화 사이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차이도 있다. <기생충> 속 몰락한 가족은 상승의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피자 상자를 쌓아올리며 반지하 탈출의 꿈을 꾸고, 이윽고 긴 계단을 올라 부유한 가족의 세계로 침입한다. 그 침입은 뜻하지 않은 우연들과 겹치면서 파국으로 귀결된다. 여기에는 사회적 적대와 대결의 문제 설정이 있다. 반면 세상에서 탈락한 이들이 유사가족을 이룬 <어느 가족>에 상승 욕망 따위란 없다. 노동도 좀도둑질도 일용할 양식거리 장만에 그칠 뿐 미래를 향한 욕망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부자는 등장하지 않으며, 적대도 대결도 없다.

일본에는 변화의 에너지가 없지만 한국에는 아직 그 에너지가 살아 있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조은 교수의 노작 <사당동 더하기 25>가 고발하듯 한국 사회에도 이미 상승 욕망을 포기한 빈곤층이 엄연히 존재한다.

아무튼 여기서는 두 나라 공통의 역사 경로에 주목하고 싶다. 거칠게 말한다면 일본은 패망 후 한국전쟁 특수를 계기로 부흥에 성공하면서 고도성장을 이뤘고, 한국은 6·25의 잿더미에서 베트남전쟁 특수로 부흥의 길에 접어들어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그리고 지금 두 나라 모두 저성장과 양극화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두 나라의 유사성과 관련하여 잘 거론되지 않는 역사적 사건이 있다. 바로 토지개혁이다. 일본은 미군정 시절이던 1947년, 한국은 이승만 정부 시절이던 1949~50년 사이에 토지개혁이 실시됐다. 모두 인구의 대다수가 농민, 그것도 소작농이던 시절이다. 민중의 열화와 같은 요구, 중국에서의 실패로 교훈을 얻은 미국의 압력 등 다양한 요인 속에서 양국에서는 농가 1호당 3정보(9075평)를 분배하는 농지개혁이 실시됐다. 지주의 땅을 빼앗아 소작농을 자영농으로 바꾸는 천지개벽 수준의 개혁이었다.

세계은행의 2003년 정책보고서 ‘성장과 빈곤 감소를 위한 토지정책’을 보면 그 성과가 분명하다. 1960년 시점에 토지분배가 평등한 나라일수록 1960년에서 2000년까지의 장기 경제성장률이 높았다. 경제성장률 최상위에 한국·일본·대만·중국 등이 있는데, 모두 과감한 토지개혁으로 토지분배가 가장 평등했던 나라들이다. 반면 최하위에는 토지개혁에 실패한 중남미 나라들이 있다.

토지개혁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이렇게 비유하곤 한다. 토지개혁이란 국가가 부유층의 자산을 유상 몰수해서, 여러분에게 정년보장이 되는 정규직을 제공하고 퇴직 후 죽을 때까지 연금을 주는 정도쯤의 개혁이라고. 사유재산을 신성시하는 자본주의 나라들이 이런 개혁을 했고, 그 결과로 공산화를 막았다고.

현대 한국과 일본의 자산 양극화 정도는 토지개혁 당시의 토지소유 양극화 정도에 버금갈 것이다. 두 나라의 개혁 담론들에 토지개혁 수준의 담대함이 있을까. 두 영화를 비교하며 그래도 한국에는 변화의 희망이 있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래도 훌륭한 영화들이다. <기생충>은 약자가 자기보다 더 약한 자를 배제하려 할 때 닥쳐오는 파국을 경고한다. <어느 가족>에서는 약자들이 서로에게 기대며 삶의 의미를 얻는다. 힘 약한 소작농들이 단결하지 않았다면 언감생심 농지개혁 따위는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 한겨레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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