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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SM 던전을 취재하러 갔다가 5년 동안 도미나트릭스로 일했다
BDSM 던전을 취재하러 갔다가 5년 동안 도미나트릭스로 일했다
ⓒMARNI ANGEL

몇 년 전, 34살의 나는 뉴욕의 유명한 BDSM ‘던전’에서 도미나트릭스로 일하기 위한 면접을 봤다. 그날 면접에서 나는 거짓말을 아주 많이 했다. 거기서 BDSM의 매혹적인 지하 세계에 사는 남녀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서 면접을 보러왔다고 밝힐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하 세계’라지만 진짜 지하는 아니었다. 맨해튼 미드타운 사무실 빌딩 2층이었다. 아침, 점심시간, 퇴근 직후에 들러서 쓱 도미네이션 세션을 하고 가기 아주 편리한 위치였다.

도미나트릭스로 일하는 여성들과 클라이언트들에게 먼저 접근한 후, 평판이 좋은 BDSM 던전(*뉴욕주에서는 합법적 사업이다)에 취업해 그쪽 산업에 대해 취재하겠다는 것이 그때 나의 계획이었다. 이 일을 몇 주 정도 한 다음에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명망있는 선댄스 영화제에 첫 선을 보이고 각광을 받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 10분짜리 면접이 내 인생을 영영 바꿔놓을 거라고 누가 말했다면 나는 비웃었을 것이다.

초인종을 누르고 50대 여성 매니저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엄청나게 심장이 빨리 뛰었던 걸 지금도 기억한다.

나는 안에 들어간 다음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배우 지망생으로 세일즈, 빵집 계산대, PR 기업 비서, 웨이트리스 등 15개 종류의 일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 ‘던전’은 내가 그때까지 가봤던, 일했던 다른 사무실들과 똑같았다. 체인과 채찍 등 온갖 고문 도구들이 가득한 방에 들어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작은 라커룸과 커피 기계가 있고, 벽에 싸구려 그림이 걸린 평범한 대기실이었다.

매니저는 내 뉴욕주 신분증을 들고 내 억양, 키, 신발 사이즈를 물었다. 10분도 되지 않아 매니저는 나를 채용하고, 내가 쓸 도미나트릭스 이름을 고르라고 했다.

면접 후 사흘 뒤, 나는 ‘미스트리스 카산드라’라는 이름을 얻었다. 새로운 자아를 얻은 나는 진한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하이힐을 신고 내가 엄청나게 매력적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가죽 펜슬 스커트, 코르셋, 비닐 드레스, 캣수트, 비싼 수녀와 간호사 코스튬, 심지어 내 몸을 완전히 가리고 모든 것을 상상에만 맡기게 하는 터틀넥과 턱시도 팬츠도 입었다. 새 직장의 공용 옷장은 마치 BDSM 장난감 가게 같았고 나는 천국에 온 듯했다!

'포니 트레이닝' 세션에서 쓰는 말채찍. 가끔 말을 부리듯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클라이언트들이 있다.
'포니 트레이닝' 세션에서 쓰는 말채찍. 가끔 말을 부리듯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클라이언트들이 있다. ⓒMISTRESS KRISTY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신체의 통제권을 전적으로 쥐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미스트리스 카산드라는 강력했고, 변명을 하지 않았고, 사납고 다정하면서 순수하고 더러웠다. 미스 카산드라가 되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었고 내 자신에게 여러가지로 변명할 필요를 느끼지도 않았다. 그뿐 아니라 내 안에서 새로 발견한 이 힘과 자신감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존경을 받았고, 벌이도 아주 괜찮았다.

다큐멘터리? 나는 도미나트릭스 활동에 푹 빠졌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새 직장에서 처음으로 배운 것 중 하나는 온갖 연령, 사회적 계급, 종교와 민족적 배경을 가진 남성들에게 이 던전이 치유를 얻고 더 나은 남성이 되기 위해 가면을 벗고, 갑옷을 내려놓고, 자신들의 약점, 트라우마, 고통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란 사실이었다. 그들의 마음과 영혼이 굴복하는 모습은 내가 평생 본 중 가장 아름다운 것 중 하나였다. 이 모든 일은 강력한 여성의 손 안에서 일어났다.

‘도미나트릭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리는 마르고 아름다우며 머리색이 진한 백인 여성이 온몸에 가죽옷을 입고 남성을 고문하는 걸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의 여성 직장동료들의 체형, 체격, 피부색, 민족, 연령은 아주 다양했다. 기혼자, 독신자, 아이가 있는 사람, 석사 학위를 받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사람 등 신상도 다양했다.

두 번째 월급으로 산 캣수트. 공용 수트를 더이상 입지 않기 위해 샀다.
두 번째 월급으로 산 캣수트. 공용 수트를 더이상 입지 않기 위해 샀다. ⓒMISTRESS KRISTY

던전에서의 일은 1) 일정을 잡고, 2) 제시간에 출근하고, 3) 일과가 끝나면 퇴근하고, 4) 일터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5) 클라이언트와 동료들을 존중하고, 6) 바쁘지 않을 때는 휴게실에서 잡담하는 점 등에서는 그전에 했던 다른 일들과 아주 비슷했다.

우리는 8시간 교대제로 일했지만 돈은 세션 단위로 벌었다. 클라이언트가 우리와 1시간짜리 도미네이션을 예약하면 던전은 240달러, 도미나트릭스는 80달러를 가져갔다. 클라이언트가 팁을 준다면 팁은 온전히 우리 몫이었다. 30분짜리 짧은 세션 요금은 150달러였고 도미나트릭스는 그중 50달러를 받았다. 매니저가 세션들을 다 관리했고, 금요일 오전마다 돈을 나누어 주었다.

1시간에 80달러, 하다못해 30분에 50달러라도 내겐 아주 괜찮은 돈이었지만, 담보 대출금, 자녀 학비, 학자금 대출을 내야 하는 여성들에겐 부족했다. 가끔은 한 교대 시간에 거의 20명이 함께 일해서 대부분은 거의 한푼도 못 버는 때도 있었다. 예약이 늘기를 기다리며 버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1~2주 만에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할 일이 없어서 쉬는 날에도 출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던전은 익숙한 곳이 되었고, 두 번째 가족과도 같은 곳이 되었다.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라이버시다. 도미나트릭스를 만나러 다닌다고 인정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는 남성을 나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자주 오는 클라이언트 중에는 꽤 유명한 남성들도 있었다. 그래서 초인종에는 합법적인 기업 이름이 쓰여있었다. 사람을 들여보내고, 카메라를 확인하고, 정문에서 맞아주는 일은 도미나트릭스가 아닌 전담 사무직 매니저가 했다. 우리들은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기다리다, 클라이언트가 들어와 빈 방에서 불안해 하며 앉아 있을 때에야 찾아갔다.

미리 전화해서 원하는 도미나트릭스를 예약하는 클라이언트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여성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방을 향해서 복도를 걸어갈 때가 제일 불안했다. 미스트리스 카산드라를 기다리는 저 방 안의 사람이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사람이면 어쩌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나면 나는 안심했고 상대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고백' 세션에서는 보통 이런 모습으로 앉아 있다. 남자들이 내 앞에 서서 그들이 저지른 모든 죄와 과오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시간이다.
'고백' 세션에서는 보통 이런 모습으로 앉아 있다. 남자들이 내 앞에 서서 그들이 저지른 모든 죄와 과오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시간이다. ⓒMISTRESS KRISTY

나는 남성 클라이언트들에게 ”지금 느끼는 그 무엇이라도 말해도 좋다”, ”귀기울여 듣고 당신을 평가하는 대신 도와주겠다”고 늘 말했다. 그들은 감정, 불안, 민감함이 모두 넘치는 상태에서 그곳을 찾는다. 나는 비록 그곳에서뿐이라고 해도 용감하게 자신의 문제에 직면하려 하는 남성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세션과 세션 사이에는 다른 도미나트릭스들에게 전기 의자와 재갈 사용법, 채찍 휘두르는 방법과 피즐(소 음경으로 만든 채찍) 쓰는 법, 분위기 잡는 법, 피어싱하는 법, 멋진 매듭 묶는 법을 배우곤 했다.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안전‘과 ‘동의’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도 나는 일을 할수록 모든 토이를 다 써보고 싶었고 허락된 모든 플레이를 다 해보길 원했다.

내 클라이언트들은 대부분 똑똑하고 친절하고 나를 존중했다. 열린 마음을 가진 점잖은 사람들로, 자기 파트너와는 할 수 없는 경험을 찾는 이들이었다. 싱글 남성도 많았는데, 밖에서 따로 만나는 상상을 해본 남성들도 몇 명 있었음을 인정한다.

기혼 남성들 대부분은 던전에 오는 걸 바람 피우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실제 섹스를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은 본질적으로 성적이다. 세션이 끝날 때쯤 자위를 통해 오르가즘을 느끼는 클라이언트들도 있었지만 이 경우에는 꼭 내 허락을 받고 했다. 다른 형태의 분출을 선택하는 남성들도 많았다. 숨김없이 감정을 털어놓고, 울거나 포옹을 요청하는 사람들이었다. 

본디지(bondage)와 훈육(discipline) 세션은 인기가 많았다.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털어놓기 위해서는 몸이 묶여야 하는 남성들이 많았다. 남성 복종 심리 플레이, 고환 고문, 체벌, 크로스드레싱, 발 숭배, 동물 플레이, 방독면, 미이라 플레이(자루나 비닐 랩을 쓴다), ‘완전한 굴복’ 같은 플레이들을 주로 했다.

던전 밖에서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이들은 현실에서 그런 역할을 집어던졌다가는 모든 걸 잃게되기 때문에, 대신 매주 한두 시간씩 나를 찾아와 자아, 자존심, 헛소리, 믿음, 롤렉스 시계와 구찌 로퍼 등 걸치고 다니는 모든 비싼 물건들을 다 내려놓고 ‘항복’하는 것이었다.

동물 역할극 중 강아지 역할을 하는 클라이언트를 음식으로 케이지로 유인하는 플레이 장면
동물 역할극 중 강아지 역할을 하는 클라이언트를 음식으로 케이지로 유인하는 플레이 장면 ⓒMISTRESS KRISTY

열번에 일곱번은 끝날 때쯤 울음을 터뜨린다. 내가 보기엔 그때가 그들이 가장 남성다운 순간이었다. 이때면 내가 나이가 들며 점점 잃어버리게 된 내 직감에 대한 감각을 다시 찾게되는 느낌이었다.

도미나트릭스로 일하면서 한 또다른 새로운 경험은 상대가 내 말을 끊거나 반대하지 않고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들어준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나에게는 정말 여러 해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클라이언트들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다. 내가 목소리를 높여도 괜찮았다. 내 분노와 좌절을 분출했지만 좋지 않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내 자신을 재발견하고 내게 있는 줄도 몰랐던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일주일에 2천 달러 가까이를 벌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의식의 새로운 차원에 닿게 해준 나에게 아주 후한 팁을 주는 클라이언트들도 많았다. 사실은 그들이 나를 도와주고 있었기도 한데 말이다.

출근 두 번째 주가 끝나갈 무렵, 거울 속의 내 모습에서 뭔가 다른 것을 느꼈다. 나는 더 당당해졌다. 자신감이 느껴졌다. 걸음걸이가 조금 더 느려졌고, 사과를 덜하고, 호흡이 편해졌고, 잠을 더 잘 잤고, 진심으로 미소짓고 싶을 때만 미소지었다. 클라이언트들이 내게 ‘그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매일 말해주는 일은 내 평소 생활과 성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취재를 위해 딱 2주만 일하려고 한 계획은 2달로 바뀌었다. 그리고 2달이 지났지만, 나는 계속해서 일을 했다. 그리고 던전에서 독립해 솔로 도미나트릭스로 5년 넘게 일하게 되었다. 독립해서 하는 도미나트릭스 일은 던전에서 하는 것에 비해 여러 위험이 따른다. 나는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익혔다.

영상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는 내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큐멘터리는 결국 만들지 못했지만, ‘SWITCH’라는 드라마 시리즈를 만들었다.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여성의 관점에서 들려주는 게 이 시리즈의 궁극적인 목표다. 사람들이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망가져 있고, 모두 같은 욕구와 필요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서로 연결되고, 자기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

이 드라마를 위해 나는 몇 달 전, 5년 간 계속해온 파트타임 도미나트릭스 일을 그만두었다. 작가/감독/배우로 일하면서 도미나트릭스 일까지 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본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대신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소수의 남성, 여성, 커플들은 지금도 가끔 시간을 내서 만난다. 이 일은 내게 큰 기쁨을 주었으며, 앞으로도 여러 해 동안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도미나트릭스 일은 나 자신을 향한 연민을 갖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나를 가치있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떠나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내가 늘 원해왔던 삶을 살아도 괜찮다고 누군가 허락해주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두려움없이 추구하는 법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겐 그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당신에게도 그럴 권리가 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의 독자 기고 글을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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