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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디터의 신혼일기] 명절의 잔소리는 결혼을 해도 끝이 없다
ⓒTongRo Images Inc via Getty Images
[뉴디터의 신혼일기] 명절의 잔소리는 결혼을 해도 끝이 없다
ⓒhuffpost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어마무시한 시골 깡촌까지는 아니었(다고 믿고 싶)지만, 도시라고 부르기엔 살짝 애매한 거주인구의 대다수가 노년층인 실버시티에서 나고 자란 나에겐 ‘명절’ 잔소리랄 게 따로 없었다. 고향만 가면 듣는 게 그거였던 것이다.

대학생 때

“아이고 나무집 손녀가 이래 컸노. 핵교 잘 댕기제? 혹시 애인 생겼나?”

“어머머, 그럴리가요(오버액션) 애인은 무슨~^^”

“그려그려,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애인은 절대 안된다잉. 알제? 특히 여자는, 함부로 애인 사귀고 이러면 안 되는기라.”

“오홍홍~ 할머니 말씀이 맞아용~ 홍홍~^^ 그럼 안뇽히 가세요~(뒤돌아서 한숨)”

휴학생 인턴 시절

“아이고, 니 왔나! 졸업했겠네!”

“아 저 졸업 아직 안하구..학교 쉬고 회사에서 일 배우고 있어요^^”

“아니 왜? 학교 빨리 졸업하고 회사 다니는 게 맞는기라. 설마... 니 학교 댕기기 싫어서 그런 기가? 니가 그태 공부를 해가 스울에 학교를 가서는 학교 다니기 싫다고 그라문 안 되는 기라! 얼른 졸업을 하믄 더 좋은 회사 댕길수 있을낀데 와 그런 짓을 하고 있노?!(안타까운 마음에 역정..)”

“(어.. 음.. 이걸.. 스펙.. 인턴.. 이런 걸 만주국이 존재하던 시절 유년시절을 보낸 분께 어떻게 설명하지.. 음.. 오..아..예...) 예... 제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요.. 얼른 졸업할게요 할머니...”

취업 직후

“아이고 나무집 손녀 오랜만이네! 학교 졸업했나!”

“예 할머니~ 저 취직해써요! 예이!”

“아이고 축하해. 어디 댕기노?”

“아 저 허핑턴포스트라고 외국계 회사예요^^”

“뭐이라꼬? 허.. 뭐? 외국? 외에에에국?”

“네..(왜 화내시지..?)”

“니 슬마 회사에 양놈들이랑 같이 일하나!”

“...? 어.. 가끔 외국에서 오긴 하는데... (앗.. 척화비라도 세웠어야 했나..)”

“절대로! 절대로 양놈이랑 연애하면 안 되는기라! 알았제? 이 할매는 걱정이 돼 가꼬 그런데이. 그리고 인자 취업도 했고 니가 맻살이고?”

“스물 다섯이예요.”

“인자 결혼할 나이네. 빨리 공무원이랑 선 봐서 결혼 준비해야제. 공무원이 최고데이. 니가 서울서 대학도 나왔으니 공무원하고 꼭 결혼해야지. 할미 말 단디 기억해라.”

아, 이 아름다운 시골의 정나미...

물론 너무 어린 시절부터 나를 챙겨주신 할머니들이셔서 친손녀 같은 마음에 그러셨겠으나, 지금의 내 삶과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를 ‘조언’이랍시고 늘어놓으시는 게 부담스러운 잔소리로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쨌든 할머님들의 우려에 힘입어 나는 양놈(?)과는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할머님들께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선 봐서 만난 공무원이 아니라, 대학 때부터 연애해온 회사원이랑 결혼하게 됐다. 그리고 나는 신혼생활의 행복에 취해 고향에는 거의 안 가보게 됐고, 할머니들의 잔소리는 완전 잊고 지냈다.

마냥 행복한 나날들...

잊고 있던 잔소리를 오랜만에 다시 들은 건 올해 첫날이었다. 그 날 나랑 남편은 누워 있었다. 행복한 핵인싸 부부답게 전날 친구란 친구는 다 초대해서 새해를 너무 과하게 축복했던 것이다. 숙취해소제를 한움큼씩 집어삼켰음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수가 없었다. 1월 1일이니까 같이 떡국 끓여먹으면서 새해 결심을 적어보자 했던 우리 계획은 어젯밤 기억과 함께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고 떠나갔다.

저녁 9시가 돼서야 분리됐던 육체와 정신이 원래대로 돌아와, 양가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기로 했다. 먼저 우리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아빠가 받았다.

“아빠가 오늘 잔소리 하나 듣고 왔다.”

“무슨, 누가 아빠 연배의 아저씨한테 잔소리를 해요?”

“오늘 동네 할매들한테 새배 하고 왔거든. 어르신들이 죄다 나보고 올해는 꼭 할아버지 되란다. 출산율 낮은데 애국해야 하지 않녜. 첫째는 그래도 아들 낳아야 한다고 아이고 얼마나 떠드는지. 아무튼 너 음력 설에 꼭 와서 인사하시라더라. ”

아...

역시, 아빠 연배의 아버지가 되어도 사라지지 않는 Endless 잔소리...

그렇게 나까지 대대손손 물려져오는 Endless 잔소리...

내가 동네에 안 가니까 우리 아빠를 통해서라도 전달되는 매-직...

몇백km 멀리에서 알아서 결혼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어도 잔소리는 끝나지 않는 것이었다. 멀리 갈것도 없이 po애국wer까지 연결되는 그 잔소리...

중요한 건 내가 누구랑 결혼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별 관심이 없기에 저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발 90000回...

설이 코앞이다. 아마 이번 명절에도 전국 곳곳에서는 주제넘는 잔소리가 이어질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기나긴 연휴, 나와 남편은 명절 당일에만 각자의 집에 딱 3시간씩만 방문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할머님들 포함 세간의 잔소리를 들을 시간이 아예 사라지는 셈이다. 내 입장에서 워낙 어릴때부터 봬 온 할머님들이니 보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이제 나는 남편도 있는 바, 동네에서 말도 안 되는 잔소리는 제발 안 듣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이 솔찍헌 심정이다. 

나머지 연휴에는 또 명절 잔소리가 싫어 도망치고 싶은 지인들을 마포구 신혼집에 모아 ‘루나 뉴이어 파티’를 하고 놀 예정이다. 각자 직업이 뭐든 애인이 있든 결혼을 했든 애를 낳든 어쨌든 간에 자기 인생은 자기가 가장 잘 알아서 살아갈 테니, 옹기종기 모여앉아 어디 안 나가고 따뜻한 방에서 맥주 마시면서 ‘SKY캐슬’ 뒷이야기나 하면서 보내면 얼마나 행복한 명절이란 말인가. 다들 좋은 게 좋자고 살아가는 건데 제발, 행복한 명절에는 말도 안 되는 잔소리 좀 안 하시면 안 될까요.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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