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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복제시대의 폭력
ⓒFarknot_Architect via Getty Images
기술복제시대의 폭력
ⓒhuffpost

“살아 있는 생명을 유희의 목적으로 도구화”. 동물권 단체 케어 대표의 지적은 정확하다. 많은 사람들이 양진호의 동물학대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공감을 표한다. 여기에 ‘동물’ 대신 ‘여성’을 넣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생명’인 여성을 유희의 목적으로 도구화한 ‘야동’에도 분노하는가.

연일 언론에 등장하는 양진호의 폭력은 ‘국민적 공분’의 대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야동’의 고객님들은 ‘갑질’에 분노한다. 디지털 성폭력은 산업의 ‘콘텐츠’가 되지만 직원 폭행은 갑질이 되어 공분을 낳는다. 100원만 내면 ‘국산 야동’이라 불리는 이 불법촬영 영상물의 고객이 되어 소비할 수 있다. 때로는 100원조차 필요 없이 공짜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야동’ 산업은 고객만족서비스를 제공한다.

양진호에게 뺨을 맞는 영상 속의 피해자에게는 인격이 있는 사람으로 쉽게 감정이입되지만, ‘야동’ 속 여성은 섹스 로봇이나 고깃덩어리처럼 인격 없는 대상으로 바라보기에 제 쾌락의 도구로 삼을 수 있다. 영상 속 여성들이 실제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 영상을 소비하는 사람들도 다 안다. ‘로봇처럼’ ‘고깃덩어리처럼’이지 실제 로봇이나 고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야동’을 더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살아 있는 사람임을 분명히 알지만 그 사실을 무시해도 되는 존재이기에 안전하게 보는 권력을 누릴 수 있다.

인격이 없는 사물은 자신의 괴롭힘에 반응하지 않아서 권력을 확인할 수 없다. 로봇이나 인형은 고문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괴롭힘은 권력행위이다. 여성이 고통에 반응하고 최후의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하나의 인격적 존재가 마침내 몰락했다는 쾌감을 증폭시켜준다. ‘유작 마케팅’은 그래서 가능하다.

누구의 공포가 정치화되는가. 평범한 폭력에 대한 공포는 정치화되기 어렵다. 그 ‘평범한 폭력’을 통해 이득을 얻는 집단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선명하게 보이는 폭력은 공분을 쉽게 이끌어내지만 생활에 젖어들어 있는 폭력은 가해 행위로 인식하기도 쉽지 않다. 성폭력,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이별폭력 등으로 불리는 절대다수 남성의 폭력은 여성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기에 사회적으로 덜 공분의 대상이 된다. 이 평범한 폭력은 돈으로 자라나 그 돈이 다시 폭력을 비호하며 폭력의 두께는 점점 두텁고 견고해진다.

‘야동’을 즐겨온 그들은 그 ‘야동’ 속의 여성도 모니터 밖에서 걸어다니는 피가 있고 살이 있으며 숨쉬는 인간임을 알지만 부정한다. 그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권력을 얻는다. 맛있는 고기를 즐기기 위해 동물의 삶을 적당히 모른 척하듯이, 자신의 시선 권력과 폭력적 쾌감을 추구하기 위해 여성의 삶은 적당히 모른 척한다. 게다가 피해 여성과 얼굴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유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기에 폭력을 폭력이라 인지하지 않아도 된다.

기술복제시대의 폭력에 대해 생각한다. 물리적 거리를 붕괴시키는 클로즈업, 무한복제가 가능한 유통시스템 등이 찍힌 사람에게 끝없는 공포를 준다. ‘몇 번’이라는 정확한 숫자로 기록되지 않은 폭력 속에서 여성들은 죽어간다. 세상에는 몸 밖으로 피가 흐르지 않는 폭력도 있다. 모니터 안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마주한 채 벌어지는 폭력은 뚜렷하게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니터 바깥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는 시선은 공기 속을 떠돌며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눈이 폭력을 증식시키는 무기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보는 폭력’의 무기는 계속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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