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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9일 이승규씨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 자락에서 찍은 원숭이 
6월9일 이승규씨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 자락에서 찍은 원숭이  ⓒ이승규씨 제공

북한산에 원숭이가 나타났다. 개인이 키우던 원숭이가 탈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환경부는 원숭이가 잡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4시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사는 영어강사 이승규씨는 동네에 있는 북한산 자락의 호박골 야생화 동산에서 원숭이를 발견했다. 동산은 산 아래 주택가에서 3분이면 닿을 거리다. 원숭이는 계단 위에서 땅에 떨어진 뭔가를 주워 먹었고 소변과 대변을 보며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더욱이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가가는 이씨에게 달려들어 공격하기도 했다. 검도 연습을 하러 나온 이씨가 목검으로 원숭이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면 원숭이에게 물릴 수도 있었다.

“키가 성인 남자 무릎 높이는 되는 수컷이었다. 허벅지 뒤쪽 털이 벗겨져 있었다. 영양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이씨는 신고해 소방관이 출동했지만, 원숭이는 사라진 뒤였다. 그는 6분가량의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원숭이를 목격했다는 주민들은 더 있었다. 한 주민은 “원숭이가 나의 시선을 피하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또 다른 주민은 “목에 검은 리본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키우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도 이씨에게 ”전에도 원숭이를 봤다는 신고를 받은 적 있다”고 했다고 한다. 환경부는 이 원숭이를 필리핀원숭이(게잡이짧은꼬리원숭이)나 히말라야원숭이(레서스원숭이)로 추정하고 있다.

원숭이는 어디서 왔을까. 발견 지점 인근에는 동물 사육시설은 없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에서 경기 과천 서울동물원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원숭이가 있는지도 알아봤지만 없었다고 한다.

원숭이는 목줄을 차고 있었다. 동물원 원숭이는 보통 목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씨 등은 개인이 불법적으로 사육하던 개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동네 주민인 이씨는 바로 옆 주택가가 재건축에 들어간 것에 주목했다. 서대문구에 확인한 결과 홍은제13구역 주택재정비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들어온 상태로 주민들이 이주를 시작까지는 불과 10개월~1년이 남았다. 이씨는 주민 누군가 원숭이를 버리고 이사를 하였거나, 원숭이가 집에서 탈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원숭이가 북한산 자락에 있는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일단 야생동물 담당 부서인 환경부는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한 방송사가 설치한 포획틀에 원숭이가 잡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26일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우리가 파악하고 있지 않다. 원숭이가 나이가 있어 보이는데, 과거에 개인이 밀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원숭이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개인이 사육할 용도로 수입할 수 없다. 전시용이나 연구용만 허가받고 수입이 가능하다. 만약 국내에서 양도·양수할 경우에는 환경부에 사육시설을 등록하고 신고도 해야 한다. 만약 이를 하지 않으면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16조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제도가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것이 동물보호단체의 설명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카페나 캠핑장 등에서 데리고 있는 원숭이가 남아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며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사육할 경우 사육기준에 맞는 시설을 등록하도록 2013년 야생생물법을 개정하면서, 개인의 불법 야생동물 사육을 양성화하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어느 시설에서 누가 보유하는지 정도는 환경부가 파악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원숭이를 포획하면 질병 유무를 검사한 후 보호할 곳을 알아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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