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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조합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악안 폐기 긴급 결의대회'를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최저임금법 개악안 폐기를 촉구하며 청와대 분수대까지 행진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악안 폐기 긴급 결의대회'를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최저임금법 개악안 폐기를 촉구하며 청와대 분수대까지 행진했다.  ⓒ뉴스1
청와대 소득통계는 ‘통계조작’인가 ‘논증의 가중치’인가
ⓒhuffpost

소득 하위 20% 계층인 1분위 집단의 가구별 소득이 1년 전보다 8%나 떨어졌다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최저임금 부작용 논란이 재점화됐다.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근로자들의 근로소득 증가와 격차 완화, 중산층 가구의 소득 증가가 가능했다며, 그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표현까지 보탰다. 최저임금 인상 실패론은 잦아들지 않았고 “최저임금 인상 효과 90%”의 근거를 제시하라는 압력도 커졌다.

결국, 가구별 소득 통계의 의미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깊이 파악할 목적으로 통계청의 가구별 소득 원자료를 가공해 새롭게 얻어낸 통계가 그 근거라는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표가 있었다. 자영업자와 무직자 등 ‘근로자외가구’를 제외한 근로자가구를 대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을 추출해 별도로 분석했다는 것이다.

가계를 대상으로 한 통계를 개인에 대한 통계로 가공하는 것은 ‘통계조작’이라거나, 무직자나 자영업자와 같은 잠재적 피해집단을 빼놓고 효과를 논하는 것은 꼼수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통계청 조사의 가구소득을 개인소득으로 재구성한 것은 최저임금 정책이 ‘개인’을 단위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근로자외가구를 제외한 것은 소득이 가장 많이 감소한 1분위 비근로가구가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초고소득 가구를 포함시키고 빈곤율이 가장 높은 집단인 노령가구 비중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계조사의 표본추출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세상이 사악함 때문이 아니라 어리석음으로 인해 파멸되고 있다며 불확실성 아래 합리적 행동의 원리를 찾아내려 했다. 그에게 합리적 행동이란 확률과 윤리 양쪽 모두의 통제를 받는 것이었는데, 그 핵심 원리는 ‘논증의 가중치’와 ‘도덕적 위험’이었다. ‘논증의 가중치’란 믿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량으로 ‘확신의 크기’를 변화시킨다. ‘도덕적 위험’의 원칙이란 성취의 가능성이 크게 여겨지는 작은 선을 목표로 하는 것이 가능성이 적다고 여겨지는 큰 선을 목표로 하는 것보다 합리적임을 뜻한다.

경제수석실의 새로운 통계 개발은 정책 효과를 객관적·입체적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진실에 근접할 판단의 근거를 더 많이 얻어내려는 시도였다. 최저임금 성과를 과장하기 위한 조작이 아니라 케인스가 말한 ‘논증의 가중치’를 높이려는 활동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고용에 미치는 다른 많은 요인들을 통제해야 한다. 이 방법에 의거한 노동연구원의 연구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였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고, 기업들은 해고가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도 최저임금이 중위값 60%를 넘어가면 임금질서 교란이 예상된다는 사족을 더했지만 올해의 고용 감소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증거들을 추가하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세간의 판단보다 높았다는 쪽으로 확신이 더 커진다고 할 수 있겠다.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 임금의 하한을 규정함으로써 경제적 존엄과 안정을 보장해줄 대표적인 수단이다. 그렇지만 최저임금만으로 너무 많은 과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늘 필요하다. 경제는 공동체 내 구성원들의 이익이 충돌한다는 점에서 성과를 내기가 대단히 어려운 영역이다. 우리의 경제팀과 눈 밝은 시민들이 높은 소명의식과 사심 없는 토론으로 ‘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데 ‘한 실력’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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