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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사랑한 성소수자
ⓒChung Sung-Jun via Getty Images

최근 동성애와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개헌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성소수자 차별 세력들이 전국 각지에서 규합되고 있다. 평소 같으면 무시했을 법도 하지만 문제는 원내 정당들이 차별 세력들을 등에 업고 정치적인 이득을 얻으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미 성소수자 차별 세력과 깊게 결탁해 있었지만, 국민의당은 성소수자 인권에 관련해 소극적인 정도였다. 그런데 개헌 논의를 중심으로 성소수자 차별 세력들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더니 광주에서 반동성애 집회가 열리자 박지원 전 대표를 포함한 시·도·국회의원들이 총출동하여 지지연설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의원 다수가 후보 인준에 반대함으로써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채택되지 않았던 사건에서도, 그를 동성애 지지자로 비난하는 조직들이 국민의당에 강력하게 압박하던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차별 세력과 결탁하고 성소수자 인권을 이용해 정치적 타협을 일삼는 이 구도는 내년 개헌까지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작 현행 헌법 어디에도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구절은 찾을 수 없다. 헌법은 동성애는 물론이고 동성결혼을 제한한 적도 없다. 헌법 제36조 1항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때 양성의 평등이라는 것은 가부장제적 성차별의 오랜 역사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미이지, 혼인의 전제가 양성인 것이 아니다. 지금 헌법도 동성혼을 금지하는 헌법이 아닌 것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누구나 부당한 사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의 근본 정신이다. 이미 이 원칙에 따라 성소수자들 또한 부당한 차별 없이 존엄한 삶을 꾸려갈 권리를 가진다. 개헌을 운운하며 현행 헌법이 성소수자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거짓인 셈이다.

성소수자 차별 선동은 새롭지도 않고, 여전히 조악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차별이라는 기술이 그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차별은 단순히 혐오라는 개인의 정서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혐오의 정서 자체는 권력이 이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포하는 것에 가깝다. 마치 박정희 독재정권에서 누군가를 아무렇게나 빨갱이, 종북이라고 낙인찍고 공격을 조장하였던 일과 비슷하다. 정작 사회주의가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것에 직관적인 반감을 갖게 되었던 사람이 많지 않았던가. 일부 보수 종교계와 국민의당을 비롯한 일부 정치권도 바로 그 점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가속화하려 한다. 그래서 더 집중하고 견제해야 할 대상은 시민들의 개별적 혐오 감정이 아니라 정치권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집단들 간의 불순한 연결망이다.

그러나 고작 기득권 지키려고 시대를 퇴행시키려는 이들에게 휘말릴 필요 없다. 지금 당장은 강고해 보이는 연결망일지라도 그것은 전혀 미래지향적인 흐름 위에 있지 않다. 헌법의 차별 반대 정신은 성소수자 차별을 선동하는 사람들보다는 성소수자의 삶을 존엄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게이로 살아가는 나의 친구, 이웃, 가족들도 그 정신을 공유한다. 그런 우리가 새롭게 연결되어 차별 없는 시대를 요구한 것이 박근혜를 퇴진시킨 촛불의 정신이기도 했다. 그 정신들을 이어갈 수 있다면 미래의 흐름은 차별 세력에 있지 않다. 담대하게 나아가자. 결국 사랑이 이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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