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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여, 어디로 가십니까
ⓒ한겨레

교회(교단)에도 이른바 헌법이 있다. 교리와 권징조례, 예배모범 등 교인과 성직자의 모든 종교 활동의 판단 근거가 되는 법이다. 이런 헌법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개정을 거듭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한국에서 가장 큰 개신교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이 헌법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놀랍다. 이미 '십일조'를 내지 않으면 교인으로서의 권리를 박탈하는 헌법 개정을 하려다가 논란 속에서 무산된 적이 몇 년 전에 있었는데, 이번 개정도 만만치 않다. 목사의 자격에 '만 30세 이상의 남자'로 명시하는 성별 제한 규정을 추가하고, 목사의 권위로 동성애자 교인을 쫓아낼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인권 의식이 향상되는 시대적 변화를 의식해서 그 흐름에 동참하지 않기 위해 굳이 새로운 조항을 만드는 것이다.

교회 헌법에 성별 규정이 없음에도 지금까지 여성 목사가 없었는데, 새삼스레 성별 규정을 넣는다는 것은 향후 더 거세어지리라 예상되는 여성 목사 안수 요청의 목소리를 그 싹부터 자르겠다는 의도다. 여성은 교회의 신자가 될 수 있고, 헌금도 내며, 교회의 청소부터 교육 프로그램과 예배 진행까지 모든 봉사와 헌신에는 참여하지만 결코 목사 안수만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상한 일이다. 여자는 왜 목사를 할 수 없는지 질문할 필요는 없다. 이미 여성 목사 안수를 시행하는 다른 교단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질문은 이렇게 바꾸어야 한다. 합동 교단은 왜 이토록 목사직의 남성 독점을 원하는가?

성직자의 자격 요건을 어떻게 구성할지는 종교의 자유에 속한다. 해명을 들을 방법은 없겠지만 질문을 던지는 것,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는 종교의 자유를 훼손하지 않을 터이다. 합동 교단의 총회장이기도 했던 임태득 목사가 여자가 기저귀를 차고 강단에 오를 수 없다는 발언을 해서 크게 비난을 받았던 사건이 2003년에 있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일까. 왜 좀더 나아지지 않은 것인가.

교회가 교인을 지목해서 추방할 수 있는 근거로 '목사의 권위'를 제시한 조항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목사는 동성애자 교인을 지목해 나가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권한이 필요한 것일까? 목사의 권위가 왜 교인들에게 이런 식으로 쓰여야 할까? 기독교대한감리교는 한발 앞서 2015년 12월에 동성애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목회자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과 동성애자는 목회자가 될 수 없는 조항을 신설하는 헌법 개정을 이미 했다. 아! 이쯤 되면 눈치를 챌 수 있다. 교단에서 헌법을 이렇게 개정하는 이유는 향후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것에 대비해 교회가 동성애자와 여성을 차별할 수 있도록 내부 근거를 마련해두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부터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부르는 풍조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나타났다. 성직자의 횡령과 성범죄를 비롯해 교회 세습 등으로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가 추락한 탓이었다. 하지만 개신교의 대응은 이런 내부의 비리를 도려내고 쇄신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밝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 정착'에 노력하자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개신교를 향한 비판을 조직적인 '모함'이나 '음해'로 여겼기 때문이다.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의견에는 마치 종교 탄압인 양 반응했다.

며칠 전 예장 합동에서 발표한 '한국교회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5.3%가 목사와 교회를 불신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가 낮은 것은 개신교 내부에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개신교가 혐오와 차별의 정치를 펼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중 운동이 시작되고 전파되려면 신에 대한 믿음은 없어도 가능하지만 악마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미국의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의 말이 떠오른다.

편견과 혐오를 이용해 불안한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것이 더 쉽다. 신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지만 인간 앞에서 신의 사랑은 사라진다. 그렇게 역사가 이루어놓은 진전도 사라진다. 먼 옛날, 베드로에게 질문을 받았던 예수님이 이제는 자신과 다른 길을 가는 교회를 붙잡고 묻고 싶으실 것 같다. 한국 교회여!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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