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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총선을 앞두고 참석한 민방위 교육에서 다소 충격적인, 아니 상당히 충격적인 광경과 마주쳐야 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오전부터 모여든 사람들은 꾸벅꾸벅 졸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가스 안전 교육도, 응급처치 교육도 '부주의에 의한 사고'를, '지식의 부재에 의한 사고'를 교과서처럼 말하고 있었으나, 아무도 경청하지 않았다.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사들로부터 아무런 자극도 받지 못하고 경청 대신 잠을 청할 때 즈음, 목소리가 큰 강사 하나가 등장했다. 자신을 경찰이라 소개한 그는 좌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의 능력은 가히 대단했는데, 잠들어있던 모두가 깨어나 그의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했다.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강의는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내용이었는데, 그가 쏟아낸 자료들은 사망사고 장면이 담긴 CCTV와 차량 블랙박스의 영상이었다.

일반인에게 '스너프 필름'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미치광이의 쇼를 강제로 보는 불행한 관객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에서 벌어진 사고들 중 자신이 사고 조사한 사례들을 집중적으로 모았다며 사고 상황들과 이후의 처리 결과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다. 영상은 일체의 가공, 이를테면 모자이크 등의 여과 없이 사람이 차에 치여 날아가거나 트럭 바퀴에 머리가 깔리는 등의 충격적인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몇 개의 영상에서는 사망자의 얼굴이나 운전자의 얼굴은 물론 비명이 함께 녹음된 것도 있었다. 약 200 명에 이르는 일반인에게 '스너프 필름'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에 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신문고, 경찰청 등을 통해 민원을 넣었고 이후 강의를 했던 경찰관은 징계를 받았다.

누구도 '중계된 죽음'의 문제와 그 문제의 규모를 포착하지 못했다.

나의 그 고발이 행정적 절차를 밟으며 여러 기관과 담당 공무원들과 통화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발견한 흥미로운 지점 하나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담당자와 구청 공무원 한 명을 제외하고는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경찰은 자신의 행위에 어떠한 악한 의도가 없었고, 단순히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심고자 하는 마음이었으며, 재미있는 강의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을 뿐이라는 변을 늘어 놓았다. 누구도 '중계된 죽음'의 문제와 그 문제의 규모를 포착하지 못했다. 그때, 이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의 평균적인 감수성을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침몰하는 세월호의 이미지'가 한국 사회에 더없는 충격이었던 것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산 채로 수장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기 때문이다.

노동식의 작업을 보자마자 작년의 그 기억이 머릿속에 정확하게 착륙했다. 처음 그 작업을 보고 SNS에 올린 나의 반응-굉장히 상스러운 표현을 했다-을 둘러싼 작가와 기획자의 반응은 200명의 시민에게 '스너프 필름'을 보여주고 자신의 의도가 '선한 의도'였음을 피력하던 것과 다름이 없었다. '침몰하는 세월호의 이미지'가 2010년대 한국 사회에 더없는 충격이었던 것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산 채로 수장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기 때문이다. 참극이 보도 형태로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것, 그러니까 하나의 '스펙터클'을 목격하게 되는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가 앓게 된 공통의 질병은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트라우마가 분열하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충격적 장면의 목격이 노이로제의 발병으로 이어진다거나 알레르기 반응으로 이어지던 것을 사회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현상이 '침몰하는 배의 이미지', 즉 '스펙터클의 장면'이 보도를 넘어 여러가지 형태로 변신하며 재생산되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한 번 일어난 참극의 이미지가 연속 재생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이들의 정신을 흐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기 드보르는 '스펙터클'에 대해 '외양의 지배'라고 표현했다. 정작 바라보아야 하는 사건의 서사나 문제는 거대한 하나의 이미지, 즉 스펙터클에 의해 완전히 가려지고 그 이미지를 바라보는 우리는 거대한 스크린 앞에서 수동적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불행한 관객'이 되고 만다. 노동식의 작업은 첫 번째로 이 지점에서 관객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이 작업을 본 관객들이 그들의 죽음과 관계된 수많은 장면들을 병렬하며 감상할 수밖에 없다.

이 작업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세월호의 침몰 장면, 그것도 마지막에 비현실적 희망으로 에어포켓이라는 개념이 전 국민에게 설명되던 그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을 넘길 수 없다. 이 이미지 내부에는 수장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분명하게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 작업을 본 관객들이 그들의 죽음과 관계된 수많은 장면들을 병렬하며 감상할 수밖에 없다. 이 이미지는 그저 그 죽음만을 향해 뻗어가는데, 작가의 의도나 다른 조형적 장치들은 '죽음의 이미지' 앞에서 맥없이 매몰된다. 이 작업의 문법이 포르노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포르노는 오직 하나의 이미지-감각만을 위해 발단과 전개는 물론 결말에 이르는 연출 전체를 의미 없이 깔아 놓는다. 포르노 내부에 놓인 장소, 시간, 출연자는 사실 '사정을 위한 이미지'를 위해 매장된 것들이며, 여기엔 아무 의미가 없다. 포르노의 장르 구분, 그러니까 어떤 포르노들이 특정 취향을 조준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그 취향 지향의 목적 역시 사정을 위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으므로 전혀 특별하지 않다. 노동식의 작업은 세월호-죄책감을 향한 이미지일 뿐이라는 점에서 포르노다. 작가가 치장한 다른 레이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김선일 씨의 죽음을 상기하며 어떤 사회학적 요소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그의 목이 잘리던 그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은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고어물'을 벗어날 수 없다.

당사자나 가족이 그 자리에 앉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지난 겨울, 목원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과가 '침몰하는 세월호의 상황을 묘사하라'는 주제를 수험생들에게 제시했던 일을 강력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여기엔 윤리적 측면의 접근이 많이 들어갔는데, 그중 하나는 우리 사회의 조심성 없음에서 발현하는 폭력에 대한 접근이었다. 왜 미술대학에서 그날의 상황을 묘사하라는 주제로 시험을 내면 안 되는가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했는데, 적확한 이유는 하나였다. 생존자나 유가족이 해당 학교에 지원한 입시생이었을 경우에 대해 상상해보았고, 이 경우는 절대로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도입부에 언급한 민방위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자신의 관할 지역에서 벌어진 사고라 말했고, 사고의 당사자나 가족이 그 자리에 앉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설령, 당사자들이 이런 상황에서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되어야 한다.

노동식의 작업은 해로운 작업이다. 거의 재앙 수준으로.

* 이 글은 현재 '성북도원'이라는 공간에서 진행 중인 전시 〈나는 블랙리스트다〉에 참여한 작가 중 노동식 작가의 작품을 겨냥해 쓴 글입니다. 해당 작품은 침몰하는 세월호를 입체로 정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작품의 이미지를 직접 싣지 않은 것은 글이 해당 장면의 재생산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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