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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 한국에서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우리는 현대사에 속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십 년 전 같은 현대사 시기라도 전혀 지금과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는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지금보다 가난했고, 제약이 많았다. 물론 핵심은 비슷하고, 모습만 다른 일도 꽤 있었다. 우리 현대사 속 문화를 통해 역사를 되짚어 보자.

수십 년 전 한국에서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1. 국가는 몸뻬 바지를 입도록 했다.

수십 년 전 한국에서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여성들의 옷에도 변화가 일어났어. 이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바지를 잘 입지 않았는데 몸뻬를 입으면서 바지를 입는 일이 친숙해졌지. 동사무소 앞에 “몸뻬를 입지 않은 여성은 들어오지 마시오”라는 푯말이 붙기까지 했어. 이 조치에 사람들의 불만이 터지자 내무부 장관이 ‘몸뻬 단속에 대하여’라는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지. …. 그런데 왜 몸뻬를 입지 않으면 동사무소에 못 들어가게 했을까? 전쟁을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잖아. 전쟁을 하는 나라에서는 국민들에게 세금도 더 내라고 하고 길거리에서 모금 운동도 하고 그래. 그러니 여성들한테도 사치하지 말고 절약해서 전쟁에 쓸 돈을 모으라고 한 거지. 전쟁 동안 여성들은 윗도리는 한복 저고리를, 아랫도리는 몸뻬를 입었어.” (책 ‘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 이임하 저)

몸뻬는 허리와 발목에 고무줄을 넣어 일하기 편하게 만든 ‘일바지’를 뜻한다. 한국전쟁 때 비용을 절약해 전쟁을 치르려는 국가의 의도에 따라 널리 보급되었다. 절약이 주 목적이었다. 몸뻬가 한국전쟁부터 입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일제시대 때인 1941년 한복 대신 몸뻬를 입도록 총독부가 시켰다. 방공훈련에 동원하기 위함이었다. 우리에게 몸뻬는 아픈 기억의 옷인 셈이다.

2. ‘백범일지’도 금서였다.

수십 년 전 한국에서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해방 뒤 출판물의 통제는 미 군정청이 1946년 5월 4일에 ‘군정법령’ 제72호를 공포하면서 시작됐어. ‘군정법령’ 제72호는 ‘군정 위반에 대한 범죄’를 규정한 것인데 총 6조로 구성되어 있어. 제1조는 무려 82개에 달하는 범죄 행위가 나열되어 있지. …. 이에 따라 조선문학가동맹을 결성한 임화의 시집 ‘찬가’(백양당)가 1947년 5월 24일에 발매 금지됐어. 이는 해방 뒤 첫 금서 조치였지. 김구의 자전적 독립운동 기록인 ‘백범일지’도 금서 취급을 당했어. 이 책은 1947년 국사원에서 출판되어 5,000부가 순식간에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였어. 1949년 6월 26일 김구가 저격당할 때까지 5쇄가 나왔대. 그런데 김구의 피살과 함께 ‘백범일지’도 이승만 정권 아래에서 소리 없이 금서가 됐지. ‘백범일지’뿐만 아니라 김구와 관련된 책도 금서 조치를 당했어.” (책 ‘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 이임하 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금서는 존재했다. 권력을 쥔 자는 집요하게 탄압했고, 책을 읽고 지키려는 자는 기를 쓰고 숨겼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특히 불멸의 고전으로 추앙 받는 책 중에도 금서 출신이 많다. 저자는 ‘성서’, ‘코란’, ‘수상록’(몽테뉴 저),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저), ‘홍길동전’(허균 저), ‘열하일기’(박지원 저), ‘목민심서’(정약용 저) 등을 그 예로 든다.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고 사랑 받고 있는 김구의 ‘백범일지’가 정치적 이유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은 아무리 권력이 무섭고 강력한 듯하여도, 그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3. 소를 팔아 대학에 보냈다.

수십 년 전 한국에서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1950년대 후반에 이르면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 10명 가운데 6~7명으로 늘었어. 한국처럼 빠른 속도로 문자 습득률이 높은 나라는 없대. …. 한국인의 교육열이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추는데 가장 크게 작용했던 거야. …. 나라의 국방비 예산은 50%가 넘었지만 교육비는 10%도 넘지 못했으니 사친회비나 기성회비 또는 잡부금을 걷지 않고는 학교를 운영할 수 없었던 거야. 해마다 되풀이되는 잡부금 소동으로 부모들은 힘들었지만 자식들을 학교에 보냈어. …. 1958년 대학교는 56개로 학생 수는 7만 6,000명 정도였어. 해당 연령의 1%도 안 되는 학생들만 대학교에 진학하는 셈이지. 대학생을 둔 부모들은 학교 재정의 65% 이상을 떠맡고 있었어. 그래서 대학교를 ‘우골탑’이라고 했지.” (책 ‘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 이임하 저)

같은 학년에서 대학을 갈 수 있는 비율이 1%밖에 안 되던 시절에도 부모들의 교육열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본인들이 굶는 한이 있더라도 자식 교육을 시키고, 대학을 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강력했다. 자녀를 대학교에 보내기 위해 농사 짓던 집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던 소까지 팔았다는 데서 대학을 우골탑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겉모습은 바뀌었지만 본질은 지금과 상당히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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