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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한현민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17세, 모델, 키 185cm, 흑인, 그리고 혼혈.

한국인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한현민은 지난 2016년 3월 국내 첫 '흑인 혼혈 모델'로 데뷔해 서울패션위크의 런웨이를 빛내며 한국 패션계를 휩쓸고 있다. 많은 패션계 관계자들은 디자이너 한상혁의 2016 F/W 시즌 heich es heich 쇼에서 핑크 빛 머리를 하고 밝은 톤의 옷을 입었던 그를 평범한 외국인 모델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 외에는 외국어를 하지 못하고 순대국을 가장 좋아하는 한국인이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어린 나이로 국내 패션계에 진출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 속에도 차별은 여전하고, 특히 한국인 모델로만 가득한 한국 패션계에 다른 피부색의 모델이 발을 들인다는 결정 자체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뷔한 지 반년 만에 무려 10개 쇼에 서게 된 그는 앞으로 하나하나 열심히 해 결국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남과 다른 것'이 본인의 주무기라는 그를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만나 모델로서의 커리어와 17세 소년으로서의 평범한 삶에 대해 물었다.

[허프인터뷰] 한국인 모델 한현민은 한국 런웨이에 컬러를 새기고 있다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현민입니다. 저는 17살이고요. 모델로 활동하고 있고, 한국인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흑인 혼혈 모델입니다.

어릴 적부터 모델이 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는 엄마가 장난삼아 커서 모델하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어요.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178cm였거든요. 중학교에 다니면서 옷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옷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엄마가 어릴 때 해주신 말이 생각나기도 했고, 예쁜 옷을 입는 게 정말 좋았어서 모델 일을 꿈꾸게 됐어요. 사실 어릴 적에는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농구를 좋아하는데, 운동하려면 돈이 많이 들잖아요. 제가 5남매 중 첫째 거든요. 그래서 운동은 취미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 다니던 PC방이 있었는데, 자주 가다 보니까 아르바이트하던 형이랑 친해지게 됐어요. 그런데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던 그 아르바이트형의 사촌이 저한테 룩북 촬영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하더라고요. 그렇게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허프인터뷰] 한국인 모델 한현민은 한국 런웨이에 컬러를 새기고 있다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하시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모델로서는 좋은 첫 단추를 꿴 그는 평소 다른 17세 학생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도 용돈을 받고 있고, 첫 수입으로는 어머니께 가방을 사드렸다고 한다. 처음부터 아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하길 바랬던 어머니는 선물을 받고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매일 매고 다니며 아들에게 은근히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처음 촬영은 어떤 기분이었는지?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찍다 보니 재밌었어요. 처음으로 결과물이 나오니까 좋았어요. 문제는, 당시에 분명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정말 어색하다는 것?

한현민은 룩북, 쇼핑몰 촬영과 수 차례의 캐스팅 콜을 거쳐 현재 에이전시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에이전시 캐스팅 과정이 정말 독특했다.

정식 모델로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제 일상 사진을 올렸는데, 운 좋게도 지금 대표님이 사진을 보시고 저한테 만나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어느 날 이태원 한복판에서 대표님을 만나게 됐는데, 갑자기 걸어보라고 하셨어요. 이태원 한복판을 런웨이처럼 걸었는데 바로 계약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실감이 전혀 안 났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죠.

처음 서게 된 쇼는 어떤 쇼였어요?

=2016 F/W 시즌에 한상혁 선생님의 'heich es heich' 쇼에 서게 됐어요. 선생님께서 저를 오프닝에 세워주셨는데 정말 떨렸죠. 백스테이지에서는 처음에 제가 외국인인 줄 알고 말을 안 거시더라고요. 그러다 누가 영어로 말을 걸어주셨는데, 제가 한국말로 답하니까 신기하다면서 다른 분들도 하나둘 말을 걸어주시기 시작했어요. 저는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아요.

한현민의 데뷔 쇼.

첫 쇼에 대한 후회가 있었다면?

=쇼를 마친 뒤에 동영상을 확인했는데 제가 워킹을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다 보니까 좀 맘에 안 들더라고요. 다음에는 조금 더 열심히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현민은 데뷔 시즌, 한상혁 디자이너의 쇼에만 독점적으로 서기로 하고 다음 시즌을 기다렸다. 첫 쇼에서의 모습이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었는지, 그는 바로 다음 시즌에 무려 10개의 쇼에 캐스팅되며 16살의 어린 나이가 무색하게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현민에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릴 적부터 많은 시선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원래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즐기나요?

=처음에는 피부색이 다르다 보니까 사람들이 저를 많이 쳐다보곤 했는데, 그 시선이 싫었어요. 그런데 모델로 데뷔하고 나서 이런 시선을 즐기게 됐고, 오히려 활동에 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사실 나쁜 시선이라고 해도 시선은 시선이니까요.

사실 말을 해보면 평범한 한국 사람인데, 외국인인 줄 알았던 사람들도 있었겠어요.

=제가 영어를 하나도 못하다 보니까 저한테 영어로 길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는 곳도 외국인이 많은 이태원이다 보니 외국인이 저한테 길을 물어보면 "쏘리, 노 스피킹 잉글리시." 이렇게 답하기도 했어요.

어릴 때 주변에 혼혈인 친구들이 많았나요?

=네, 정말 많았어요. 초등학교도 그렇고 중학교도요. 그래서 다른 일반 한국 친구들도 혼혈인 저를 정말 자연스럽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하철을 탈 때 사람들이 쳐다보곤 했어요. 그럴 때면 제가 다르다는 걸 느꼈죠.

한국 사람이라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순댓국을 좋아해서 맨날 친구들이 "넌 피부색만 다르지 입맛은 완전 한국 사람이야"라고 하더라고요.

[허프인터뷰] 한국인 모델 한현민은 한국 런웨이에 컬러를 새기고 있다

서울 패션위크에 서는 유일한 흑인 모델은 아닌 거로 알고 있어요.

=아니에요. 그런데 흑인 혼혈 모델로는 유일해요.

본인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

반면에 단점이 있다면?

=단점 역시 남들과 다르다는 거요. 달라서 그런지 잘 안 쓰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사실 피부색 말고는 일반 한국 친구들이랑 똑같거든요.

서울 패션위크 역시 다양성이 늘어가는 추세다. 외국인 모델은 물론이고 혼혈 모델도 많아지고는 있지만, 한현민이 지금도 특별한 이유는 그가 유일한 '흑인 혼혈 모델'이라는 점이다. 개인 인스타그램에도, 인터뷰에서도, 한현민은 본인을 '흑인 혼혈 모델'로 소개했다. 지금은 '흑인 혼혈 모델'이지만 언젠가는 "한현민이라는 모델의 매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모델 일하면서 후회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별로 없었어요. 아직 얼마 되지 않았기도 하고. 지금은 재밌어요. 적성에도 맞아요.

[허프인터뷰] 한국인 모델 한현민은 한국 런웨이에 컬러를 새기고 있다

꿈이 있다면?

=해외에 나가고 싶어요. 도시에 상관 없이요. 아디다스 Y-3나 발망 쇼도 서고 싶어요.

해외에 나가면 본인이 지금 주장하는 '다르다'라는 장점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흑인 혼혈 모델이 해외에는 워낙 많으니까요. 이것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지금도 그 고민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해외에 나가면 저 같은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저를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인으로 보는 분들도 있거든요. 해외에 나가면 사람들이 저를 한국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영어를 배우고 싶어요. 제가 영어를 하나도 못하거든요. 영어를 배우면 (해외에서) 편하게 활동할 수 있으니까요.

[허프인터뷰] 한국인 모델 한현민은 한국 런웨이에 컬러를 새기고 있다

어릴 적 꿈꾸던 게 다 이뤄졌나요?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요?

=네 ,다 이뤄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다면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는 지난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얼마나 중요한 선례인지 알아요. 혼혈 모델들이 점점 많아질 텐데,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다문화 가정 출신 모델이 런웨이에 색을 더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한현민은 오는 4월, 생애 세 번째 패션위크를 앞두고 있다. 이번 패션위크 기간이 지나고 몇 년 내면 모델 한현민은 한국 모델계 정상을 누비게 될지도 모르겠다. "흑인인 것을 떠나서 모델 한현민이라는 매력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그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해보자.

[허프인터뷰] 한국인 모델 한현민은 한국 런웨이에 컬러를 새기고 있다

사진: 허핑턴포스트코리아/윤인경

영상: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이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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