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지원 유세에 잇따라 나서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는 박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인파가 몰려들지만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의 비판과 별도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당한 대통령이 마치 특정 정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인 양 전국 골목을 누비는 모습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이 28일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가장 왼쪽)의 선거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8일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를 찾아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께서 군에 계실 때 양구에서 근무하셨기 때문에 강원 지역에 남다른 애정을 느낀다"며 "김진태 후보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책임감 있고 성실한 분이니까 원주시민 여러분이 도움을 주시라"고 호소했다.
그는 23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 지원 행보에 나섰다. 25일에는 충북 옥천의 고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았고 이후 대전·울산·부산 일정까지 숨가쁘게 소화했다.
'박정희 향수 자극' 메시지는 27일 울산 방문 때도 이어졌다. 그는 "울산은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결과물이라는 점을 올 때마다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맞불 유세' 모양새도 연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바다의 날' 기념식 참여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남항시장에서 방문했는데, 박 전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장시장을 방문해 공개 유세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 등판이 '강성 보수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도와 청년층에는 탄핵 정권의 기억을 다시 소환하는 역효과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박 전 대통령 등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이미지까지 함께 환기되며 수도권·청년 지지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25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 유세로) 역효과가 생길 수가 있다"며 "대구를 넘어서 오늘 대전 가고 또 공주 가고 옥천까지, 그건 좀 오버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이 27일 오후 부산 기장군 기장시장을 찾아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앞줄 오른쪽)를 시민들에게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전 대표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 전 대통령 유세를 비판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억까(억지로 비난)하지 말라. 부러우면 이미 진 것"이라고 조롱한 것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의 선거 지원 행보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중요한 질문을 유권자에게 던진다는 반응도 있다.
전직 대통령은 국가 원로로서 경호·연금 등 상당한 수준의 예우를 받는다. 많은 이들은 그 만큼 전직 대통령이 '품격'을 지켜주길 바란다.
지금껏 우리나라의 어떤 전직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전국 시장을 돌며 시민들과 악수하는 식으로 선거판에 직접 뛰어든 적은 없다.
물론 전직 대통령은 법적으로 정치활동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본인이 원한다면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출마도 가능하다. 다만 '할 수 있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조갑제 조갑제TV 대표는 2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전직 대통령은 국민 모두를 대표했던 사람으로서 퇴임 후 행동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이분처럼 바닥을 다니며 노골적인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헌법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