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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다시 생각한다
ⓒ연합뉴스

글 | 강승규 (우석대 명예교수)

교육에서는 학생들에게 편향된 가치를 가르치면 안 된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나를 경멸하고 내가 속한 단체와 나라를 망가뜨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하는 말이 정말 맞는가? 교사에게 강조되고 있는 이 말에 큰 음모가 숨겨 있다.

교사는 불의와 부정이 저질러지고 있는 곳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이는 바로 불의와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말과 같아진다. 우리는 학교나 교육청에서 일어나는 부정과 불의를 저지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사회와 국가에서 또 정치계와 경제계에서도 부정과 불의가 있다는 말은 바로 우리에 모두의 이익과 정신을 해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도 교육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한다면 그 말은 무슨 뜻인가? 이는 부정과 불의를 저지른 사람들을 옹호해야 한다는 말과 같지 않는가!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부정과 불의를 눈감아줘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 된다. 결국 학생들에게 부정과 불의를 가르치는 셈이 된다. 이는 불의와 부정 앞에서도 비굴하게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셈이며 부정과 불의를 저질러도 된다고 선동하고 있는 셈이 된다. 부정과 불의는 바로 옳은 길이 아니다. 옳은 길을 가라고 하면서 행동은 그릇된 길을 가라고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즉 비굴해도 좋으니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일제 식민지 시대에 주권이 없었던 우리 조상님들께서 당하고 살면서 터득한 삶의 이치일 수도 있다.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민주 주권국가에서 살고 있다. 그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에서 밝히고 있다. 나의 '나다움'을 온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자랑스럽게 만들기 위하여 바르고 옳은 것을 떳떳하게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 '고통받는 자 앞에서는 중립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바로 우리가 지금 고통받고 있고 나라가 고통받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을 회유 설득한 짓들에 대해서 반성해야 한다.

그보다도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말 자체가 중립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가치를 주장하고 있으므로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헌법 31조 제 4항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아울러, 헌법 제 31조에 규정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에 관한 헌재의 판례에 따르면, 법률이 정한 일정한 교육을 받을 전제조건으로서의 능력을 갖추었을 경우에 차별 없이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보장된다는 것이지 일정한 능력이 있다고 하여 제한 없이 다른 사람과 차별하여 어떠한 내용과 종류와 기간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수학능력을 갖추었다고 하여 조기입학을 불허한 것은 헌법 제 31조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능력 이외의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등에 의해 차별 받지 않으며 장애인이나 경제적 능력이 없는 자도 균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교육의 외적 조건의 정비를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고 유권해석을 해 놓은 적이 있다.

그런데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란 규정에는 중요한 문제가 빠져 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큰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존중이란 가치는 능력 이전에 더 큰 가치이다. '사람으로서 존재가치' 즉, 인간의 존엄성보다도 능력을 앞세운 규정은 자칫 능력주의를 우선하고 실력주의를 우선한다는 해석으로 여겨진다. 이는 헌법을 만들 당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실력과 능력을 중요하게 여겨서 국가건설을 우선하는 사회분위기가 반영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교육에서는 그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한 가치가 바로 '사람존중', 인권존중, 인간의 존엄성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천부인권적인 권리로서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면 우리 헌법 31조에서는 이러한 민주주의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존중'이란 가치보다도 사람의 능력을 앞세우고 있는 셈이다. 인류 보편 가치인 '사람의 존엄성', '사람 존중', '나다움'이란 소중한 가치를 최우선으로 배려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사람에게 능력 이전에 더 소중한 가치인 보편적인 가치인 존엄성을 지키고 키우는 교육은 헌법에서 명확히 보장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그러니 민주국가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교육에 관한 규정에서는 간과하고 있는 셈이다. 아마도 헌법을 제정할 당시 외국의 선진 헌법을 참조하여 민주적인 보편 가치를 반영한 헌법이었겠으나 교육 부분을 다루면서는 당시 국가건설이란 과제가 앞서서 사람의 가치보다 능력이란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겼을 수도 있다. 교육행위에서 그리고 민주주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능력에 앞서서 사람이 더 크다. 헌법에서 이 철학이 반영되어야 한다.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를 수정하여, 국민 모두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함이 옳다. 또는 모든 국민은 기초기본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각자 능력에 적합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강조해야 한다.

교육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할 수 없으며, 모든 인간은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권한을 가지며 모든 아동은 적절한 보호 및 보살핌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헝거리 헌법)란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교육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기본이 될 조항으로 헌법 제 1조에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 받지 아니 한다(독일 헌법)를 규정하고, 모든 국가 권력은 이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독일 헌법)란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고 교육에서는 인간의 존엄은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하며, 아동 및 청소년은 특별히 온전하게 보호받고 그 성장발달을 지원받을 권리를 가진다. 아동 및 청소년은 그 판단능력의 범위 내에서 권리를 행사한다(스위스 헌법)를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

요약 하자면, 헌법 제 1조에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받지 아니 하며 모든 국가 공권력은 이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란 조항을 넣고, 헌법 제 31조를 '국민 모두가 교육받을 권리를 가지며 모든 아동은 적절한 보호와 보살핌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로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제31조 4항을 삭제되어야 한다.

글 | 강승규(우석대 명예교수, 새정치디딤돌 대표)

국가발전과 학생개인의 내면계발이 균형을 이룬 교육이 실현되기를 바라며, 뒤쳐진 학생이 없는 학교를 만드는 일을 희망한다. 학생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제대로 찾기를 희망한다. 교육철학을 전공하고 가르쳤으며, 한국교육학회 이사, 우석대학교 대학원장, 전국사립사범대학장협의회 회장, 전국대학원장협의회 이사,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고, 저서로 <나다움, 어떻게 찾을까!>, <학생의 삶을 존중하는 교사>, <교육의 역사와 철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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