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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황인데도 우리는 어디에 왜 돈을 쓰고 있을까?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비 성향이 많이 줄어들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8월 4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 평균소비성향(소득에 대한 소비 비율)은 1분기 72.1%로, 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가계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가계 부채 부담이 심각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불황의 늪에 빠져 20년 넘게 허덕인다는 일본보다도 낮은 소비성향이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경제 불황인데도 우리는 어디에 왜 돈을 쓰고 있을까?

이럴 때일수록 매출을 올리는 산업 몇몇에만 사람과 돈이 몰린다. 대표적인 것이 중고 시장, 렌탈 시장 등이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코웨이,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쿠쿠 등 렌탈업체 간 치열한 경쟁은 렌탈시장 전체를 키웠다. 이들이 정수기 제습기 공기청정기에 이어 매트리스 사업군까지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결과 렌탈계정이 950만개로 늘었다. 이는 국내 전체 가구(1800만가구)의 절반을 넘어선 숫자다.”라고 한다. 지갑이 얇아지니 조금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들을 소비자가 찾아나선 것이다.

경제 불황인데도 우리는 어디에 왜 돈을 쓰고 있을까?

또 이렇게 돈이 몰리는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가 문화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류’로 대표되는 K드라마, K팝, K툰(웹툰) 등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 덕에 수많은 드라마, 가요, 웹툰, 영화 등이 제작되고,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여름에도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등 한국영화들이 외화를 눌렀다는 기사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문화 콘텐츠의 수명이 짧아졌다는 느낌을 확연히 받는다. 어떤 노래가 떴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주 후에 가요 순위를 보면 이미 그 노래는 사라졌다. 영화도 흥미진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 후에 예매를 하려고 보면 이미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더 이상 상영을 하지 않는다. 출시 직후 비교적 순위가 낮았던 문화 상품들은 그 회전주기가 더욱 빠르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설명은 책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지그문트 바우만, 리카르도 마체오 저)에 잘 나타나 있다.

“유동하는 현대 문화는 더 이상 역사가들과 민족지학자들이 기록에 남긴 문화들 같은 배움과 축적의 문화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대신 이탈과 단절, 망각의 문화로 보이죠. 미국의 비평가 조지 스타이너가 ‘카지노 문화(casino culture)’라 명명한 이런 문화에서 모든 문화 상품은 최대의 효과를 낸 뒤(어제의 것을 해체하고 밀어내고 제거한 뒤) 곧장 폐기되도록(새로운 문화 상품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도록, 즉 미적거리지 않고 내일의 새로운 상품이 들어설 자리를 만들기 위해 서둘러 무대를 비우도록) 계산되어 있습니다.” (책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지그문트 바우만, 리카르도 마체오 저)

끊임 없이 새로운 것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지노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사전에 따르면 카지노 문화는 ‘데이트레이딩, 복권, 도메인 이름 매매 등 확률은 낮지만, 고수익의 가능성이 있는 돈벌이에 주로 투자하는 문화’를 뜻한다. 빠른 회전을 일으켜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경제 불황인데도 우리는 어디에 왜 돈을 쓰고 있을까?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에게는 특별한 선택지가 없다. 그 점에 대해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다음과 같이 밝힌다.

“고객들은 – 어리둥절할 만큼 다양하게 쏟아지는 상품들과 아찔한 변화 속도에 혼란을 느끼고 있기에 – 더 이상 학습하고 기억하는 능력에 의지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제공되는 상품이 ‘바로 그것(the thing)’, ‘잘 나가는 것(hot thing)’, ‘꼭 가져야 하는 것(must have)’, ‘(갖고 있음을) 꼭 보여주어야 하는 것(must be seen)’이라는 감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기꺼이 받아들이죠.)” (책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지그문트 바우만, 리카르도 마체오 저)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왜 끊임없이 문화상품들이 나오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몇몇 상품, 서비스들에 대해서는 왜 계속해서 돈을 지불했는지, 왜 그렇게 문화상품의 수명은 짧아지고 있는지 등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불황일수록 소비는 현명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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