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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멤버십 확보로 각축전을 벌이면서 은행원들은 영업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겨레

시중은행에 다니는 정모(32세)씨. 정씨는 은행 창구에서 고객을 맞을 때마다 "스마트폰 쓰시면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깔아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한다.

고객이 앱을 깔면 정씨는 사원번호를 입력해 정씨의 실적으로 챙긴다.

본점에서 영업점마다 할당량을 주고, 영업점은 이를 직원들에게 할당한다. 정씨에게 할당된 사람은 500명이다.

할당량을 채우려면 친·인척, 지인은 물론 두세 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에게도 부탁하는 상황이다.

그는 "매일 이삭줍기식으로 하다 보니 아직 100명도 못 채웠다"며 "동료들끼리 요즘은 은행원인지 앱팔이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은행원들은 퇴근 후 식당이나 술집, 영화관, 공연장, 교회 등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으로 나가 앱 가입을 권유하고 사원번호를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한 금융사 직원들은 지점 인근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회원모집을 하다가 이를 본 학부모가 금감원에 민원을 넣어 자제 권고를 받기도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은행들이 너도나도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치열한 고객 유치 전쟁이 벌어져서다.

통합 멤버십 서비스는 은행이나 카드사 등 금융그룹 계열사를 이용하면 통합 포인트를 쌓아주고 이를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하는 플랫폼 서비스다.

포인트 적립을 유인책으로 고객들이 해당 금융그룹 안에서 계속해서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하나금융그룹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하나멤버스를 출시했고, 최근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해 가장 많은 통합 멤버십 고객을 유치한 상태다.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안에 가입자 800만명을 넘긴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고객 유치 압박에 시달렸고, 결국 하나은행 등 계열사 6곳 노동조합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은행과 신한금융그룹도 이달 들어 '위비 멤버스'와 '신한 판(FAN)클럽'을 각각 내놨다.

두 금융사 직원들 역시 가입 실적 할당을 받고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신한금융그룹이나 우리은행 모두 올해 안에 500만명 이상은 가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메신저인 위비톡을 내놔서 온갖 사람들에게 부탁해가며 쓰지도 않는 위비톡 앱을 깔게 했는데 이번에는 멤버스 영업을 해야 한다"며 "아직 위비톡 할당은 다 채우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KB금융도 조만간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 직원들이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에 할당을 줘서 직원들을 들들 볶더니 이번에는 멤버스 영업이다"라며 "노조든 금감원이든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지난 15일 17개 은행 부행장을 소집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4대 금융지주 부사장들을 불러 과당 경쟁을 벌이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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