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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들과 모인 술자리. 테이블 위에 빈 술병들이 늘어가고 서로 조금씩 친밀감이 든다 싶으면 누군가 내게 묻는다. 타투 진짜예요? 네. 안 아팠어요? 아팠는데 잊혀요. 근데 정말 평생 가는 거예요? 네. 후회 안 돼요? 아! 니! 요! 사랑하는데요. 싫어진 그림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요. 자연스럽게 저의 일부가 되어버렸거든요.

내 몸에 가득한 타투에 대한 질문들. 타투라는 단어를 '내면의 흉터'로 바꾸어도 나의 대답은 똑같다. 내 삶에 일어난 일들이 진짜였는지, 아팠는지, 그 고통이 언제까지 지속되는지, 정말 끝난 것인지, 그것들을 품고 사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색한 미소를 띠고 똑같은 대답을 한다.

작은 바늘이 뚫은 살갗에 잉크가 스며 만들어진 그림. 그것이 자리 잡고 완전히 아물기까지의 과정은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과도 닮았다. 아름다운 추억은 기쁨의 삽화가 되기도 하고, 미숙한 결정, 충동들은 어둠의 기록으로 남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그 안에는 이야기와 이미지가 들어 있다. 자랑하고 싶은 것이든 숨기고 싶은 것이든.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타투와 과거는 그런 것이다.

누구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처가 있을 것이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쓰라린 기억. 도무지 흉터가 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진행 중인 고통. 다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 것인가, 치유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내 몸과 마음에 그려진 작은 생채기, 제법 커다란 흉터조차 받아들이고 살기로 했고 그것을 떠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방정맞게 지난날의 절망을 전시한다며 손가락질 받더라도 그러한 방식만이 나를 나아가도록, 살아가도록 만든다. 젊음의 풍경, 사랑과 이혼, 우울, 기쁨, 허위로웠으나 내가 진실하게 마주한 순간들. 내가 겪은 모든 일들 위에 마음에서 쏟아져 나온 단어와 그림의 딱지를 앉힌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해방감을 느낀다. 고통은 괴로웠으나 흉터는 결코 부끄럽지 않다. 나의 영혼에 단단히 결속되어 새 생명을 얻고 수다를 떠는 예쁜 흉터와 타투들은 나를 스토리텔러로 만든다.

너의 그림책, 내 몸을 읽어줄게

요즘 세 살 딸아이와 함께 목욕을 한다. 그럴 때의 나는 그녀의 비밀 없는 그림책, 정확하게는 목욕책이 된다. 자, 엄마의 타투들을 보렴. 여기 새가 있고 전하지 못할 편지가 있고 너의 탄생을 축하하려 그려 넣은 소녀가 있고, 운명적 반려묘! 나의 먼지가 있어. 너의 아빠가 까맣게 칠한 엄마의 심장도 있고 땅의 비밀을 듣는다는 뱀도 있단다. 물론 실제 대화는 덜 낭만적이다. 꼬꼬? 꼬꼬. 뱀? 뱀. 야옹이? 야옹이. 수십 번 반복하여 이어지는 단순 문답이다. 아직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와 의미를 가진 어미의 몸. 여리고 어린 내 딸, 지금 내 몸에 새겨진 그림들로 배울 수 있는 것은 동물의 이름뿐이다.

그러나 딸은 점점 자라날 것이다. 나는 천천히(희망사항) 늙어갈 것이다. 예쁜 추억의 감상이 날아가고 끙끙 앓던 날들의 아픔이 잊히듯이 내 몸에 새겨진 무늬들도 번지고 흐려질 것이다. 어쩌면 이야기들도 날로 생기를 잃어갈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모녀의 목욕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나는 딸의 성장에 맞춰 보다 따뜻하고 흥미로운 그림책이 되고 싶다. 엄마는 타투도 상처도 사랑하는 여자야. 울퉁불퉁 걸어온 길이 내 발목을 붙잡을 때도 '후회하지 않아' 주문을 외우면 정말 다 괜찮아진단다. 평판 나쁜 엄마의 불온하지만 다정한 농담들, 아니 진심들. 다 자란 딸이 만약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녀가 세상에 초대한 작은 생명에게 불러주라고 노래도 하나 만들어 줄 것이다.

외할머니 몸에 모두 있었지. 몸과 마음에 흩어져 살던 그들. 지구의 작은 짐승들, 실패한 연인들, 웃음소리, 울음소리, 청춘의 다짐, 모두 모여 축제를 했지. 끝과 시작이 없는 동그라미 군무, 부끄럽지 않은 소란, 낮과 밤이 한데 엉킨 그녀의 이야기.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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