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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톡스(Money talks). 돈이 말한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은 모든 것의 척도다. 20년 경력의 회계사 K에게 대우조선해양에서 어떻게 2조원이나 분식이 되고 일개 차장이 180억원을 횡령할 수 있는지, 회계법인은 뭘 했는지 물었다. K는 "간단하다"고 했다.

"다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이트에 들어가 봅시다. 여기 있네요. 대우조선해양 2015년도 사업보고서. 안진회계법인에 감사 보수로 5억4600만원 줬네요. 한국 대기업들이 주는 감사 보수는 미국·유럽의 10분의 1 수준이에요. 외국 기업들은 이 감사 보수액만 봐도 감사가 얼마나 주먹구구인지 알 겁니다. 회계법인 내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수사로 밝혀지겠죠."

이렇듯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세상 한 구석에서 민간 잠수사 한 명이 숨졌다. 43세 김관홍. 2014년 세월호 선체 수색에 참여했던 그는 당시 무리한 잠수 후유증으로 생업인 잠수 일을 접었다. 꽃가게를 하는 아내를 돕고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시신을 수습하고 '세월호 의인'으로 불렸지만 의사상자 지정을 받지 못했다. 연 386조원의 정부 예산 가운데 그를 위한 돈은 없었다.

그는 지난해 9월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자발적으로 저희 마음이 아파서 간 거지... 돈을 벌려고 간 현장이었으면 우리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 정부가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자신은 국민이기 때문에 간 것이지 애국자나 영웅은 아니라고 했던 그는 트라우마와 생활고 속에 생을 마감했다.

돈이 말하는 세상에 김씨 같은 이가 한 명 더 있었다. 지난달 구의역에서 숨진 19세 김모군. 그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끼니를 거르며 일했고, 집에 오면 씻지도 못한 채 지쳐 잠이 들었다. 김군 어머니의 말처럼 책임감이 그를 삼켰다. 그는 월급 통장에 찍힌 1,446,000원어치만, 딱 그만큼만 일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은성PSD의 동갑내기 동료들은 10년 후에도 스크린도어 수리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가장 자신 있는 일이고... 시민들이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자랑스럽다."(19일 오마이뉴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근무시간만이라도 구내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패스 카드"를 말했다. 그렇게 알뜰하게 부정 사용까지 걱정하는 시스템 속에서도 젊은 그들은 여전히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다.

돈의 발언권은 한국 땅에서 유독 강하다. 지난주 옥시는 1, 2등급 판정을 받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주겠다고 했다. 평생을 산소 호스를 코에 끼고 살아야 하는데 1억원이다. 옥시가 참작했다는 법원 판례를 만든 건 바로 한국 사회다.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은 악착같이 잔돈까지 긁어가면서, 공직과 은행에 있는 자들은 수조원씩 공적자금을 날리면서 정작 가난하거나 피해 본 자들이 돈을 이야기하면 손가락질한다. "에이, 돈 벌려는 수작이잖아."

대통령도 돈으로 말한다.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특별조사위 기한 연장에 대해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고 했다.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것인데, 조사는 사람이 하는 일인데 세금·인건비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치사하지만 돈으로 응답할 필요가 있다. 세금이 그리 소중하다면 방위사업청이 업체를 잘못 선정해 100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엔 왜 분노하지 않는가. 검사 월급부터 압수수색 비용까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검찰 수사가 전관들의 먹잇감이 됐는데 검찰 출신 국무총리는 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지 않는가. 우리의 물음도 철저히 자본주의적이어야 한다.

세상 떠난 잠수사는 이제 돈이 필요없지만 잠수사 가족에겐 돈이 필요하다. 부인의 농협 계좌로 조의금을 보낸다. 세금은 대체 어디에 쓰이는 것인가. 매달 나가는 세금에 꼬리표를 달아서라도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다. 나는 청와대도 아니고, 정부 청사도 아니고, 괜한 ATM기에 대고 꾹꾹 숫자를 누른다.

돈이 말하는 한국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지난 17일 숨진 세월호 민간잠수사 김관홍씨의 영정과 관이 화장을 위해 옮겨지고 있다. © 한겨레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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