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 최현수 회장이 단독대표 체제로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10년 전 생리대 유해성 논란 때보다 복잡하다.
과거에는 비효율 사업과 품목을 정리하고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제지업황 부진으로 적자에 빠진 PS사업부(산업용 포장재 제지 제조·판매)의 수익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신사업 안착과 대규모 설비투자 마무리, 차입 부담까지 해결해야 한다.
주력 사업의 경쟁력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을 함께 풀어야 하는 만큼 최 회장의 경영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최현수 깨끗한나라 회장이 단독대표 체제에서 실적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연합뉴스
5일 깨끗한나라의 공시를 종합해보면 최근 지배구조 면에서 주요 변화를 맞았다. 이동열 대표이사가 지난 4일 사임하면서 기존 최현수·이동열 각자대표 체제가 최현수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같은 날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최병민 전 명예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도 부결됐다.
선임안 찬성률은 의결권 행사 주식 수 기준 45.5%에 그쳤으며, 반대·기권 등을 합친 비율은 54.5%였다. 최 전 회장의 이사회 복귀가 무산되고 각자대표 체제의 한 축이 물러나면서 최 회장 중심으로 경영진 구성이 재편됐다.
이번 변화는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서 경영 의사결정의 중심에 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대표이사직 확보가 소유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2026년 6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분 20.42%를 보유한 희성전자다.
개인 주주 가운데는 최 회장의 동생인 최정규 최고운영책임자(COO)가 15.96%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 회장의 지분율은 7.63%다. 경영 의사결정은 최 회장에게 집중됐지만 지분 구조상 다른 주주들의 영향력도 여전히 큰 셈이다. 단독대표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경영 성과를 통해 주주와 이사회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실적 회복이다. 2026년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2613억63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3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약 1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적자 폭을 줄였다. 2분기에는 분기 기준 영업흑자도 기록했다. 다만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업부별 수익성 격차가 전사 실적 개선의 걸림돌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업부별로 보면 생활용품을 담당하는 HL사업부는 흑자를 냈지만 제지사업을 담당하는 PS사업부는 적자를 이어갔다. 화장지와 물티슈, 생리대 등을 제조·판매하는 HL사업부는 상반기 매출 1337억6100만 원, 영업이익 22억6000만 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51.2%를 차지하며 영업흑자를 유지했다.
반면 산업용 포장재 제지를 제조·판매하는 PS사업부는 매출 1269억8600만 원으로 전체 매출의 48.6%를 차지했지만 영업손실 57억2천만 원을 냈다. 두 사업부의 매출 규모는 비슷하지만 수익성은 크게 엇갈린 셈이다. PS사업부의 영업손실률은 4.5%로 HL사업부의 영업이익률 1.7%와 6.2%포인트 차이가 난다.
특히 PS사업부는 전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만큼 이 부문의 적자를 줄이지 못하면 전체 수익성 개선에도 한계가 있다. 문제는 개별 기업의 비용 절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업황 부담까지 겹쳐 있다는 점이다. 백판지 시장의 공급과잉과 경쟁 심화로 판매가격을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깨끗한나라의 무보증사채와 기업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하면서 단기·중기 영업수익성 개선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백판지 판매가격 인상과 생산 효율 개선이 수익성 회복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시장의 공급 부담이 개선 폭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부진은 재무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깨끗한나라의 2025년 말 순차입금은 3333억 원, 부채비율은 273.4%였다. 2026년 1분기에도 순차입금은 3200억 원, 부채비율은 280.5%로 재무안정성 지표가 저조한 수준을 이어갔다. 조현성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신용등급 하향 사유로 "영업현금 창출력이 저하된 가운데, 투자 확대로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2026년 6월 말 기준 깨끗한나라의 총차입금은 3394억1900만 원에 달했다. 장래매출채권 유동화채무도 170억 원으로 집계됐다. 7월에는 이사회에서 총 150억 원 규모의 사채 발행을 결의했다. 영업활동에서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차입금과 금융비용 부담까지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결국 수익성 회복을 통해 영업현금흐름을 개선하는 일이 재무구조 개선의 선결 과제가 됐다.
여기에 대규모 설비투자의 마무리도 남아 있다. 깨끗한나라는 2023년 청주공장 에너지 재활용시설과 발전설비 구축에 700억 원을 투자한다고 공시했다. 이후 실제 계약금액은 650억 원으로 조정됐다. 당초 2025년 말까지였던 계약기간도 기술적 조정 등을 거쳐 2027년 4월11일까지 연장됐다. 시설이 완공되면 에너지 효율과 원가 경쟁력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투자 종료와 안정적 가동, 실제 비용 절감 효과 확인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투자 성과가 영업이익과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져야 차입 부담을 낮추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최 회장이 이번 위기에서 다시 입증해야 할 역량은 과거 보여준 사업 구조조정과 수익성 개선 능력이다. 최 회장은 2017년 생리대 유해성 논란으로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당시 경영 전면에 나섰다. 2016년 183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7년 253억 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섰고, 2018년에도 29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수익성이 낮은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고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제지 1호기 가동 중단과 비핵심 사업 정리도 추진했다. 그 결과 회사는 2019년 3분기 영업흑자로 전환했고, 연간 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생활용품사업의 브랜드와 판매 채널을 재정비한 것도 당시 최 회장이 추진한 변화다. 2019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기존 생리대 브랜드 릴리안을 정리하고 2020년 유기농 순면을 사용한 디어스킨을 출시했다.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를 통한 생활용품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아마존 등 해외 온라인 유통 채널로 판로를 넓히는 등 판매 방식도 다변화했다.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브랜드 재편과 온라인 중심의 유통 채널 확대 경험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신규 사업의 시장 안착을 추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경영 자산이다.
다만 현재의 경영 환경은 과거 위기 때와 다르다. 당시에는 비효율 사업과 제품을 정리하고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실적 회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은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PS사업부의 수익성 회복이 업황과 맞물려 있어 단순한 생산 효율 개선만으로 적자를 해소하기 어렵다. 판매가격과 원재료 비용, 생산 규모를 함께 조정해야 하는 데다 신사업의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 설비투자 부담도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