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친팔레스타인 성향 후보들이 잇따라 승리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통적 동맹 관계가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선거가 미국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유지돼 온 친이스라엘 초당적 합의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선거 당일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AFP통신=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미국 중간선거는 미국·이스라엘 관계에 대한 강력한 질책이었다'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조차 이스라엘과의 관계가 정치적 부담이 됐으며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이스라엘이 더 이상 군사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연말부터 연간 약 40억 달러(한화 약 5조3천억 원) 규모의 군사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무기판매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실질적 변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디언은 이러한 발표가 가자지구 전쟁 이후 미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얼마나 약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로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압둘 엘사예드 민주당 후보는 스스로 무슬림임을 밝혀왔다.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가 그의 낙선을 위해 4천만 달러(약 537억 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엘사예드 당선인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이슬람 혐오와 반유대주의 논란을 둘러싼 공세에 맞섰다.
하원에서도 가자지구 의료봉사에 참여한 군의관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비판하다 로펌에서 해고된 변호사, 팔레스타인 농성에 참여했던 활동가 등이 의회에 진출하게 됐다.
이러한 선거 결과는 '이스라엘 비판'을 반유대주의와 동일시해 온 정치적 논리가 유권자들에게 더 이상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유대계 평화단체 '평화를 위한 유대인 목소리 행동'의 베스 밀러 정치국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구시대적인 양당 합의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 의회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와 함께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폭력적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둘러싸고 이스라엘 당국자에 대한 제재가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미국-이란 전쟁에 대한 반발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DC 아랍센터의 유세프 무나예르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프로그램 책임자는 "미국인들은 주유소와 식료품점을 방문할 때마다 미국-이란 전쟁의 실패를 떠올려야 했다"며 "이스라엘은 그 이야기의 핵심 요소"라고 지적했다.
다만 민주당이 이스라엘 문제와 해외 전쟁 반대에 관해 통일된 입장을 확립한 것은 아니다.
국제정책센터(CIP)의 매트 더스 수석 부사장은 가디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반전 후보를 자처해 승리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민주당이 이제 반전 정당으로 거듭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