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에 카카오 대신 귀리와 해바라기씨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포도씨와 곡물로 초콜릿 풍미를 내는 제품도 등장했다. 카카오 가격 변동성이 커지자 식품기업들이 대체 원료 확보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는 국제가격이 2024년 톤당 1만2천 달러를 넘었다가 올해 11월 초 5555달러까지 내려오는 등 큰 폭의 등락을 겪었다. 고점에서는 크게 하락했지만 2022년 톤당 2천 달러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후변화와 원자재 가격 불안이 식품기업의 원료 조달 방식을 바꾸면서 식품기업들은 기존 원료의 공급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원료를 찾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카카오를 넘어 커피와 바닐라, 홉 등 식품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카카오 가격 변동과 원료 수급 불안에 대응해 식품업계의 대체 원료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초콜릿의 주 원료인 카카오 빈. ⓒ연합뉴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대체 원료는 글로벌 식품기업의 제품 출시와 공급 협력을 통해 상용화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표 사례는 독일 스타트업 플래닛A푸즈가 개발한 '초비바(ChoViva)'다. 귀리와 해바라기씨 등을 발효·로스팅해 카카오와 비슷한 풍미를 내는 원료다.
플래닛A푸즈에 따르면 초비바는 2026년 10월 기준 12개국 230개 이상 제품에 적용됐다. 네슬레 독일은 초비바를 활용한 스낵 '초코 크로스티스 스낵 바이브스'를 출시했다. 글로벌 초콜릿 원료기업 바리칼레보도 플래닛A푸즈와 협력해 생산·공급 확대에 나섰다. 플래닛A푸즈는 2024년 12월 시리즈B 투자에서 3천만 달러를 유치했다.
이탈리아 스타트업 포에버랜드는 캐롭 열매와 호박씨, 병아리콩 등을 활용한 대체 초콜릿 원료 '초루바(Choruba)'를 개발했다. 이탈리아 제과업체 둘치아르·왈코르·막스트리스와 슬로베니아 아이스크림 업체 인콤 레오네 등이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포에버랜드는 2026년 3월 600만 유로를 추가로 유치해 누적 투자금 940만 유로를 확보했다. 이탈리아 생산시설의 연간 대체 초콜릿 생산능력은 500톤 규모다.
미국 보야지푸즈는 와인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포도씨를 활용해 대체 초콜릿 원료 '넥스트코아(NextCoa)'를 개발했다. 글로벌 식품 원료기업 카길과 협력해 북미 공급망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스타트업 윈윈도 쌀과 캐롭, 해바라기씨 등을 발효·가공한 카카오 프리 원료를 개발해 유럽 식품업체를 대상으로 공급 확대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대체 카카오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HN노바텍은 치커리 뿌리와 기장, 들깨 유박과 메밀껍질 부산물 등을 활용해 카카오의 향과 식감을 구현한 '에카오(ECAO)'를 개발했다. 연세유업 초코우유 등 일부 제품에 적용되면서 국내에서도 대체 원료를 실제 식품에 활용하는 사례가 나왔다.
카카오 세포를 배양해 초콜릿 원료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스라엘 셀레스트바이오는 카카오 세포를 배양해 코코아버터의 지방 성분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식품기업 몬델리즈와 협력해 영국 버밍엄의 캐드버리 본빌 공장에서 배양 카카오버터를 활용한 초콜릿바 시제품 10여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상용화에 맞춰 배양 카카오버터 생산량을 연간 5만t까지 늘리는 구상도 내놨다.
스위스 푸드브루어 역시 카카오 세포배양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초콜릿 기업 린트가 투자에 참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컬처드는 식품 원료기업 퓨라토스와 손잡고 배양 카카오를 활용한 초콜릿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2026년 말 미국 시장 출시를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체 원료 개발은 초콜릿을 넘어 커피와 바닐라, 맥주 원료인 홉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 아토모는 대추야자 씨앗을 활용해 커피 맛을 구현한 대체 커피를 개발했다. 국내 스타트업 웨이크는 대추씨와 치커리 뿌리를 발효해 만든 '산스'를 선보였다. 핀란드 국립기술연구센터(VTT)는 커피 세포배양에 성공했으며, 이스라엘 커피사이는 대량생산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바닐라 향의 주요 성분인 바닐린은 효모 발효로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캐나다 원료기업 랄르망은 효모를 활용해 바닐린을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맥주 원료인 홉도 대체 대상이다.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은 유전자 변형 효모를 활용해 홉 없이도 홉 향을 내는 맥주 제조 기술을 연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