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종교적 열기가 강한 미국에서 '이교도'를 인정한 셈이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압둘 엘사예드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당선인은 전국민 건강보험과 이스라엘 군사 지원 중단 등을 주장했고, 이번 중간선거 핵심 경합주로 꼽혔던 미시간주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의 향후 노선과 2028년 대통령 선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압둘 엘사예드 당선인이 11월5일(현지시각)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EPA=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의 리디아 폴그린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4일(현지시각) 기고문에서 미시간주 상원의원 선거에 승리한 압둘 엘사예드 민주당 당선인을 조명하며 "그 도박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엘사예드 당선인은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이자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인 마이크 로저스 공화당 후보를 꺾고 미국 최초의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 당선인이 됐다.
폴그린 칼럼니스트는 이번 선거가 무슬림 후보도 경합주에서 승리할 수 있으며, 민주당 지도부의 전폭적 지원 없이도 선명한 진보정책으로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특히 민주당이 이미 확보한 상원 의석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진보성향이 강한 후보를 내세우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선택이었다고 폴그린 칼럼니스트는 짚었다. 그러나 엘사예드 당선인의 승리는 중도 확장성을 위해 진보적 정책을 후퇴시켜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의 통념을 깨뜨린 것으로 보인다.
압둘 엘사예드 당선인은 이집트계 무슬림 이민자의 아들로, 의학을 공부한 공중보건 전문가 출신이다. 그는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다. 학창 시절에는 라크로스(구기종목의 일종) 등 운동선수로도 활동했다.
엘사예드 당선인은 의료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을 정치적 강점으로 활용했다. 선거운동 당시 전국민 건강보험인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 도입과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 이스라엘 군사 지원 중단 등을 주장했다.
선거운동에서는 "정치에서 돈을 빼고, 당신의 주머니에 돈을 넣자"는 구호를 앞세웠다. 폴그린 칼럼니스트는 복잡한 정책을 쉽게 설명하는 소통능력과 개인적 매력이 엘사예드 당선인의 핵심 경쟁력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엘사예드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넘어야 했던 장벽은 정책적 논쟁에 그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은 당시 엘사예드 후보의 종교적 배경을 문제 삼으며 '테러리스트' 등의 표현으로 공격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활동한 제이미 메츨 전 외교정책 관리는 2026년 10월28일 "엘사예드 후보가 민주당과 미국의 가치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한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은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2026년 10월 미시간주립대학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8% 이상이 무슬림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폴그린 칼럼니스트는 이 같은 '이슬람포비아(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도 엘사예드 당선인이 승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엘사예드 후보를 지지한 것도 주목할 점으로 꼽혔다.
폴그린 칼럼니스트는 "민주당의 성공적 두 정치인이 선거 과정에서 엘사예드 후보를 지지했다는 점은 정치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엘사예드 당선인의 승리가 이념과 정체성의 차이를 넘어 공동의 목표로 유권자를 설득하는 정치인의 역량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리디아 폴그린은 뉴욕타임스(NYT)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로, 국제정치와 사회·문화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과거 NYT 남아프리카공화국 지국장과 허프포스트 미국판 편집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