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중국산 의료기기 업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온 결과가 결실을 맺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년 동안 자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장려해 왔으며, 가격 우대 혜택도 제공했.
이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 의료기기 수출은 급증하고 있으며, 외국산 의료기기와 품질 면에서 유사하지만 훨씬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다만 해외 시장 공략에는 아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의료기기 마인드레이의 올해 상반기 수출액이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53%를 넘으며 주목받고 있다. ⓒ마인드레이
닛케이아시아는 21일 "최근 중국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점차 기존 글로벌 업체에 도전장을 내밀며 중국의 제조 가치 사슬 확대를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2010년 의료기기를 국가 전략 신흥 산업 정책 체계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면서 국내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지원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012년에 의료기기 산업만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이후 5년마다 계획을 갱신해 왔다.
이어서 2015년에는 '중국제조 2025' 산업 전략에 따라 2020년까지 병원 구매량의 50%를 국내산 중고가 의료기기가 차지하도록, 그리고 2025년까지는 70%를 국내산으로 확보하도록 규정했다.
올해부터는 일부 고가 제품도 정부 조달에서 20%의 가격 우대 혜택을 받게 되었고, 7월에는 공공 의료기관이 중앙 조달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기기를 구매하도록 의무화됐다.
유럽의 중국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는 202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의료기기 기업들이 보조금, 연구개발 자금 지원, 세금 감면, 국가 지도에 따른 추가 자본 제공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에게 현지 부품 사용을 의무화하고 생산 및 연구 개발 활동을 중국 내에서 펼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연구소는 "2017년에서 2022년 사이 122개 의료기기 기업의 정부 지원액은 50억 위안(약 1조 원)에서 200억~270억 위안(약 4조~5조4100억 원)로 늘어났다"며 "2022년에는 정부 연구개발비의 약 10%에 해당하는 400억 위안(약 8조 원)가 의료 기술에 투자됐다"고 바라봤다.
이에 힘입어 중국 의약품·건강 제품 수출입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의 의료 진단 및 치료 관련 장비 수출액은 2025년에 240억6천만 달러(약 31조8400억 원)에 달해 2024년보다 8.1% 증가했다. 수술 로봇 수출액은 368.1% 급증했다.
홍콩의 주요 사립 병원인 어드벤티스트 병원의 앤디 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산 시스템을 채택한 이유는) 비용 효율성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우수한 결과를 입증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민간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 IHH헬스케어의 케네스 창 북아시아지역 총괄 사장은 "중국 기업 마인드레이의 초음파 장비가 서구 브랜드의 유사 제품보다 20~30% 저렴하다"며 "또 기계가 고장 났을 때 중국 공급업체는 서구 업체보다 훨씬 빠르게 교체 부품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CT스캐너, MRI 시스템, 대형 X선 장비 등 고급 의료기기 시장은 GE헬스케어, 필립스, 지멘스헬스케어가 약 70%를 장악해 왔으나,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제약혁신연구개발협회는 이들 기업의 중국 고급 의료기기 시장 점유율은 2022년 67.1%에서 2025년 61.7%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기업 유나이티드이미징의 점유율은 12.4%에서 18.2%로 상승했다.
유나이티드이미징과 마인드레이 등 중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유나이티드이미징의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17억7천만 위안(약 35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증가했고,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다. 마인드레이의 경우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94억7천만 위안(약 1조88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53%를 넘었다.
그럼에도 중국 업체들은 해외 시장 진출에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나이티드이미징 관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해외 고객들이 중국 제품을 신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며 "미국에서 고객들이 GE헬스케어 대신 우리 제품을 선택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