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모디 총리, 당신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온 나라에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 파시스트 독재자라는 사실을."
인도 경찰이 시위대 연행과 도심 봉쇄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에 청년 정치운동 단체 '바퀴벌레당(CJP)' 창립자 아비지트 딥케는 12일(현지시각) 엑스(X·옛 트위터)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거세게 비판했다.
10월11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기아네시 쿠마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바퀴벌레당(CJP) 시위 도중 한 시위 참가자가 현장 인근에서 보안요원들에게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이날 또 다른 글에서 "청년들이 폭행당하고, 기자들이 폭행당하고, 심지어 국회의원들까지 델리 경찰에 폭행당하고 있다"며 "기아네시 쿠마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모디 총리에게 대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기에 그를 지키려고 모든 사람을 상대로 전쟁까지 벌이려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딥케의 거센 비판은 인도에서 대규모 유권자 명부 삭제를 둘러싸고 청년들의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12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CJP와 청년 운동 지지자들은 유권자 명부 개정이 모디 총리와 집권 여당인 BJP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기아네시 쿠마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10월2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 시바지 공원에서 바퀴벌레당(CJP) 지지자들이 기아네시 쿠마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위는 지난 9월 23일 인도 일간지 인디언 익스프레스가 선거관리위원회 내부에서 유권자 명부 개정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됐다고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유권자 검증 과정에서 사망자와 거주지 이전자, 소재 불명자 등 약 1억 3천만 명이 명부에서 삭제됐기 때문이다. 야권은 무슬림 등 소수집단이 집중적으로 삭제 대상에 올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10월11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보안요원들이 기아네시 쿠마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바퀴벌레당(CJP)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반발한 청년들은 거리로 나섰다. CJP를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델리 도심 행진을 시도했다. 이들은 이달 들어 거의 매일 거리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며 정부와 선거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바퀴벌레'라는 이름부터 저항의 상징이다. 실업 청년을 기생충에 빗댄 인도 대법원장의 발언에 반발해 붙인 이름으로, 이들은 경찰의 집회 제한에도 체포와 구금을 불사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10월11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의 인도프레스클럽에서 바퀴벌레당(CJP) 수석대변인 사우라브 다스(왼쪽)가 공동조정관 아슈토시 란카와 함께 석방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아네시 쿠마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 과정에서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찰은 지난 주말 수천 명의 보안 인력을 동원해 델리 중심부를 봉쇄하고 시위대의 행진을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딥케를 비롯한 CJP 지도부와 수천 명의 시위 참가자가 구금됐다.
CJP 창립자 아비지트 딥케는 지난 8일에도 "당신들이 권력을 쥐고 있을지는 몰라도 거리는 우리의 것"이라며 "그리고 바로 이 거리에서 우리 인도 국민은 민주주의를 되찾을 것이다. 인도에 영광을"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지난 10일 엑스에 "모디는 우리 항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패배를 인정했다"며 "시위대에 대한 대규모 탄압과 델리의 폐쇄는 힘의 상징이 아니라 자신의 국민을 두려워하는 지도자의 공포를 드러내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법원의 석방 명령으로 풀려난 딥케도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엑스에 "시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는 서명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다시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10월10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기아네시 쿠마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바퀴벌레당(CJP) 주최 시위 도중 한 여성 시위 참가자가 연행된 시위대가 탄 경찰 버스를 막아서려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CJP는 추가 집회 준비에도 나섰다. 단체 측은 델리 경찰과 만나 평화적 시위를 위한 날짜 지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당국이 24시간 이내에 날짜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시위를 촉구하겠다고 경고했다.
12일 현재 델리 도심에는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은 보안상의 이유로 지하철역 6곳을 폐쇄하고 20개 이상의 도로 구간에서 차량 통행을 제한하거나 우회 조치를 시행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도 시위에 가세했다.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라훌 간디가 이끄는 야권은 대법원까지 행진해 유권자 명부 개정 중단과 쿠마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집권 여당인 BJP는 야권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명부를 개정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잘못 삭제된 유권자는 재등록할 수 있다고 밝혔다. BJP 역시 야당이 정당한 선거 절차에 부당하게 의문을 제기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청년 시위는 12년 넘게 집권해 온 모디 총리에게 새로운 정치적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27년 인도 최대 인구 지역인 우타르프라데시주를 비롯한 주요 주의회 선거와 2029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시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도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총선에서 선출된 하원 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총리가 결정된다. 모디 총리는 2024년 총선 이후 세 번째 연속 임기를 시작했다. 다음 총선은 2029년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