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씨가 숙소를 나선 지 104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가운데,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장미란씨 실종 사건을 계기로 퍼지는 중인 '제주 괴담. AI 이미지.
제주경찰청은 25일 전날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발견된 주검은 실종된 장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5월12일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으며, 실종 104일 만에 숙소에서 약 400~5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발견 당시 장씨가 실종될 때 소지했던 휴대전화와 전자담배 등이 함께 있었고 팔찌와 반지도 착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부검과 치아 감정 등을 거쳐 장씨와 일치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부실한 실종자 관리 문제로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장씨 유족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아무개 경장(구속)은 실제로 장씨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연락이 닿았다'고 허위로 보고한 뒤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 경장은 장씨 사건뿐 아니라 또 다른 60대 남성의 실종 사건도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 경장의 실종 사건 처리 건수는 경찰 조사 결과 모두 298건으로 확인됐으며, 경찰은 이 가운데 허위 종결이나 부실 처리가 있었는지를 전수 점검하고 있다.
경찰청은 이와 함께 장씨 사건이 허위로 종결된 과정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을 묻기 위해 제주서부경찰서의 전·현직 서장과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지휘라인 4명을 대기발령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장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직까지 타살을 의심할 만한 흔적은 없다"며 "제주경찰청장으로부터 장씨가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당시까지의 현장 판단에 따른 추정으로, 정확한 사인과 사망 경위는 추가 감식과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장씨의 남자친구가 "자살할 만한 점은 없다", "평소 지나다닐 때마다 무섭다고 하던 곳인데 왜 그곳에서 발견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한 내용 등이 퍼지면서 타살 가능성을 확신하는 글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제주도 실종 사건 관련 퍼지는 중인 무분별한 괴담. ⓒ온라인 커뮤니티 등 캡쳐
제주도 실종 사건 관련 퍼지는 중인 무분별한 괴담. ⓒ온라인 커뮤니티 등 캡쳐
여기에 지난 22일부터 24일 동안 장씨를 포함한 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4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인신매매가 벌어지고 있다'거나 경찰 또는 외국인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등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도 확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 사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없다.
의사 출신 방송인 홍혜걸씨는 최근 제주에서 외진 곳을 혼자 다니지 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자신의 의도가 제주 전체를 위험한 곳으로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장씨 실종 사건을 두고 수색 과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찰 역시 발견 장소와 사망 경위 등을 포함해 타살 정황이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아직 확인하지 않은 가능성을 사실처럼 단정하거나, 서로 관련이 없는 사건을 하나의 범죄로 묶어 확산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반복적으로 유통될 경우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혼선을 줄 뿐 아니라 제주 주민과 관광업계에도 불필요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 제주 관광은 이번 사건 이전부터 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항공료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최근 제주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7월 제주 방문 관광객은 122만8천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8만4천 명 감소했다.
다만 이번 실종 사건 이후 제주 관광객이 실제로 급감했다는 통계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제주관광빅데이터플랫폼에 따르면 지난 23일 제주에 입도한 내국인 방문객은 3만3천111명으로, 전주 같은 요일보다 7% 증가했다. 이는 하루 단위의 잠정 통계인 만큼 장기적인 관광 수요 변화를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사건 이후 관광객이 뚜렷하게 감소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오히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제주에 대한 여행 수요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지난 5월부터 8월 중순까지 대한민국 여행객의 추석 연휴 숙소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여행지 가운데 제주가 가장 많이 검색된 지역으로 나타났다.
제주 숙소 검색량은 비교 기간보다 131% 증가했으며 부산·서울·속초·경주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 자료는 실제 예약이나 방문객 수가 아니라 숙소 검색량을 분석한 것이므로, 추석 연휴 관광객 규모를 직접 보여주는 통계라기보다는 향후 관광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선행 지표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건이 제주 관광에 미칠 영향은 사건 자체보다 이후 대응과 정보 확산 양상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의 허위 종결과 부실 대응에 대해서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제주 전체의 치안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제주 주민과 관광업계에 해를 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역시 실종 사건 처리 논란을 계기로 안전 대응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지난 24일 주간정책회의에서 최근 처리된 실종·위기 사건 전반을 재점검하고, 담당자 개인의 판단에 따라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검증체계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