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세계에서 안일함은 회귀의 또 다른 단어다. 우리가 축적한 수익과 성공적 회수로 인한 자본은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며, 확신을 가지고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다시 던져져야 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GSO)이 올해 1월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메시지의 한 대목이다. 박 회장은 여기서 그 자본의 출처와 규모를 명시했다. 향후 5년간 스페이스X와 xAI 투자 회수금, 그리고 영업이익을 합쳐 약 200억 달러(약 28조 원)다.
박 회장이 제시한 비전은 명확하다. 적극적 투자와 회수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축적하고, 그 자본으로 미래에셋그룹을 '제2의 창업'에 준하는 글로벌 디지털 투자 그룹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 최전선에 서 있는 계열사가 바로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박 회장이 말한 '적극적 투자'의 첨병이기 때문이다.
다만 재원 마련 방식이 자기자본을 활용한 투자라는 점에서 변동성 리스크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박 회장이 그리는 청사진은 결국 그 리스크를 관리해 '성공적 회수'를 실행하고, 그 재원으로 그룹을 바꿔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그리는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의 선봉에 미래에셋증권이 서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 ‘계열사 하나’의 실적보다 더 중요한 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성적표, 박현주가 말한 '성공적 회수'의 첫 페이지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박 회장이 제시한 그룹 전환의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반기 이익의 상당 부분이 박 회장이 신년사에서 지목한 '미래'와 직결된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이견의 여지가 없는 호실적이다. 상반기 연결 세전이익은 3조8863억 원, 당기순이익은 2조9072억 원으로 2025년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349%, 338% 증가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연결 세전이익 2조5287억 원, 당기순이익 1조9052억 원이다. 증권업계에서 2개 분기 연속 순이익 1조 원을 넘어선 것은 미래에셋증권이 처음이다. 상반기 누적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9.5%을 기록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업계 최초'나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아니다. 2분기 세전이익 2조5287억 원 가운데 PI(자기자본투자) 주요자산 평가손익이 1조6407억 원이라는 사실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여기에는 스페이스X 상장주식의 6월 말 종가 170.86달러 기준 평가이익 1조6242억원이 포함돼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2조5659억 원으로, 세전이익의 66%에 해당한다.
박 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룹 성장의 재원으로 스페이스X 투자 성과를 직접 못 박았다. 이번 실적이 한 계열사의 호실적에서 그치지 않는 이유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역대 최대’보다도 중요한 지점은, 박 회장이 제시한 미래에셋그룹의 이정표가 실제 장부에 숫자로 찍혔다는 점인 셈이다.
◆ 미래에셋증권, 박현주의 미래에셋그룹 대전환의 첨병
박 회장이 그리는 '제2의 창업'의 핵심은 글로벌 디지털 투자회로의 도약이다. 신년사에서 제시한 세 축은 △그룹 투자자산을 토큰화한 '디지털 자산 투자망' 구축 △미국 웰스스팟의 AI 운용 역량과 글로벌X 유통망을 결합한 '디지털 자산운용사' 도약 △엑시트 자금의 재투자다.
미래에셋증권이 2분기 실적보고서에 제시한 2026년 중점 추진전략도 이와 맞닿아 있다. '혁신 기업 투자 확대 및 모험자본 공급 강화', '전통자산과 디지털 자산이 융합되는 글로벌 금융 혁신 선도' 등이다. 각각 박 회장이 제시한 세 번째, 첫 번째 목표와 맞닿아 있는 전략이다.
특히 ‘글로벌’과의 연결고리는 실적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2분기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6091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선진시장(미국·홍콩·런던·싱가포르)이 5577억 원, 신흥시장이 514억 원이다.
수익 구성의 변화는 더 뚜렷하다. 해외법인 순영업수익에서 트레이딩·PI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분기 52%에서 올해 2분기 86%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WM(자산관리) 비중은 33%에서 10%로 내려갔다. 홍콩법인은 코너스톤 등 PI 투자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 여전히 남아있는, 변동성과 미회수 현금이라는 두 개의 덫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성적표가 '증명'이 아니라 '이정표' 단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서로 맞물려 있는 두 개의 덫 때문이다.
첫 번째는 변동성이다. 스페이스X 주가는 6월12일 나스닥 상장 후 공모가 135달러로 출발해 6월16일 장중에는 225.64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곧 하락하기 시작해 7월31일에는 110달러 선이 무너져 108달러대까지 밀렸고, 상장 후 최저가는 104.83달러였다. 이후 스페이스X 주가는 다시 반등해 8월 12일에는 140달러대를 회복했다. 상장 이후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225달러에서 104달러, 다시 140달러를 오간 셈이다.
설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 주가 1달러당 미래에셋증권의 평가손익 민감도를 약 250억 원으로 추정했다.
두 번째는 이 이익이 아직 장부에만 존재하는 미실현 이익이라는 점이다. 팔기 전까지는 수익도 손실도 아니라는 투자 격언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글로벌스페이스투자조합1호 등 여러 펀드를 통해 투자했으며,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국내외 합산 투자금액을 8천억 원 수준으로 밝힌 바 있다. 보유 물량 상당수는 펀드를 통한 초기 투자분으로 보호예수에 묶여 있다. 성과보수와 세금, 환율까지 감안하면 장부상 평가이익과 실제 회수액은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두 덫은 개별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강혁 미래에셋증권 경영혁신부문 대표(전무)는 실적발표에서 상장 과정에서 추가로 배정받은 3천억 원 규모에 대해서만 헤지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나머지는 락업에 걸려 있어 전량 헤지가 어려운 상태다. 회수가 막힌 물량이 곧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된 물량인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이 내세우는 대응의 핵심은 시야를 연 단위로 넓히는 것이다.
이강혁 전무는 “분기 단위로는 수익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으나 연 단위로는 상당한 수익 기여를 할 자산”이라고 밝혔다. 분기로 보면 변동성이 문제지만 연간으로 보면 우상향한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장의 시선도 올해 연간 실적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 재무정보 플랫폼 에프엔가이드 미래에셋증권의 2026년 연간 당기순이익(지배주주 귀속) 컨센서스는 3조528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20.9%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 2조8922억 원을 빼면 하반기 몫으로 남는 것은 6300억 원 남짓이다. 시장 역시 하반기 스페이스X 평가이익의 되돌림 가능성을 이미 셈에 넣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