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계파나 친소관계를 배제하고 능력을 기준으로 적임자를 선정해달라고 주문했다. CEO 후보군 선정부터 검증·평가·기록까지 승계 절차 전반의 기준을 구체화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금고은행 입찰 과정의 과도한 협력사업비 경쟁에도 제동을 걸었다. 내부 직원뿐 아니라 외부인 사기와 해외 점포를 중심으로 금융사고가 늘고 있는 만큼 내부통제에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왼쪽 세번째)이 23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이 원장이 간담회를 열고 은행연합회장, 8개 금융지주 회장들과 함께 금융권 현안과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올해 하반기를 금융권의 '변화의 시기'로 평가했다. 대외적으로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다 내부적으로 은행장 등을 포함한 70여 개 자회사 CEO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에 매몰되지 말고 능력을 토대로 적임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라며 "CEO 후보군 선정과 검증, 평가, 기록 등 승계 절차 전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CEO 선임 과정에서 계열사 이사회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지주회사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가 CEO 후보를 추천하고 검증·선정하는 과정에서 '금융사지배구조법'과 모범관행 취지에 따라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역할'의 구체적 예시로는 CEO 상시 후보군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 후보 평가 과정에 자회사 임추위원들의 의견 반영 등이 제시됐다.
이 원장은 지자체 금고은행 입찰을 둘러싼 과당 경쟁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자본력이 큰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을 앞세워 금고은행으로 선정될 경우 불공정한 경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금고 입찰을 은행의 이해타산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지역 내 자금 순환과 지방 균형발전도 함께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도 주문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금융사고는 2023년 33건, 696억9천만 원에서 올해 1~7월 47건, 1708억2천만 원으로 늘었다. 금감원은 내부 직원이 일으킨 사고뿐 아니라 소득·재직증명서 위·변조, 담보평가액 부풀리기, 허위 분양계약서 이용 등 외부인 사기와 해외 점포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에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지 않으면 제도 개선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주 내 금융회사 전반에서 내부통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자원을 확보하고 책임 있는 실행이 가능한 조직문화를 구축해달라고 요구했다.
회의에 참석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를 책임지는 CEO의 선임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라며 "은행지주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위상에 걸맞게 지방 균형 발전, 지배구조 개선 및 내부통제 강화 등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 역시 자회사 CEO 선임 절차를 재점검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인력과 자원을 확충해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뜻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