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개정된 형소법을 저는 안 읽어봐서 개정된 법에 의하면 검사는 (합수본에서) 수사하면 안 된다고 돼 있느냐"는 발언이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의 부처 업무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범죄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읽어보지도 않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것이냐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맥락을 살펴보면 개정된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합동수사본부(합수본) 유지'에 대한 법무부의 인식을 드러낸 장면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가 떠들썩했다"며 "너무 태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읽어보지 않았다는)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대통령이 맞나. 우리가 대통령으로 인정해줘야 하나"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비판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법무부·행정안전부·법제처·경찰청 등 업무보고에서 이뤄진 토론에서 나왔다. 법무부는 "개정된 형사소송법 체계에서 공소청 검사가 합수본에 참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수사에 관여할 경우 절차적 정당성과 증거능력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개정) 형소법에 검사가 수사 권한을 완전히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설계돼 있고, 책임도 분명하게 규정을 해놨기 때문에 앞으로 검사가 직접 수사에 개입하는 경우에는 수사 절차상 위법 수사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금 9개 정도의 합수본이 있는데 거기에 파견 나가 있는 검사들의 역할을 어떻게 할 건지가 매우 애매한 상태"라고 힘을 실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의 논리를 짧게 요약하면 '이제 수사권이 없으니 합수본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검사는 '공소 제기 및 유지'를 담당하고,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담당하는 구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법무부는 수사권이 없는 공소청 검사가 합수본에서 실질적인 수사에 참여할 경우 재판 과정에서 위법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이 그동안 '피해자 보호'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고, 이에 터잡아 보완수사권을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태도 변화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만약 법무부의 '피해자 보호' 주장이 진심이었다면 개정 형사소송법 아래에서도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해 검사의 직접 수사권이 사라진 만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수사 주체인 경찰에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사실 합동수사본부는 명시적인 법률상 설치 근거 없이 관계기관 간 협력을 통해 운영돼 왔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과 현행 검찰청법, 경찰청법에도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나 운영을 직접 규정한 조항은 찾아보기 어렵다. 각 기관이 법률상 부여받은 권한을 쓰면서 협업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금까지의 검·경 합수본 설치도 형사소송법에 명확한 근거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검·경 합동수사본부라기보다는 아마 공·중·경(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경찰청) 합동수사본부가 만들어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합수본의 취지가 수사 진행 상황에서 검·경이 합력해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정리될 경우 검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법 통제 부분, 영장에 대한 검토 등을 상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장 검토만으로 지금과 같은 검사 파견이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검사의 직접수사권 제한이 현실화되자 피해자 보호를 위한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기보다 대통령 앞에서 수사권이 없으니 합수본 참여가 어렵다는 한계를 강조한 것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핵심은 합수본을 유지할 수 있느냐, 아니냐다"라며 "법무부에서는 그냥 (형소법 개정안) 통과시켰으니까 우리 안 가, 이런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행안부와 법무부가 굉장한 긴장 관계에 있고 감정이 많이 상한 게 사실"이라며 "중수청을 어디에 놓느냐를 두고도 갈등이 있었고 형사사법체계 개편 과정에서 법무부만 두들겨 맞고 행안부는 꿀만 빠는 게 아니냐라는 불만이 있다"고 짚었다.
결국 이번 논란의 본질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라 검찰개혁 이후 법무부가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쉬운 대목은 법무부가 수사권이라는 권력을 빼앗기자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 안에서 수사기관과 협력하는 방안은 적극적으로 찾이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합수본이라는 게 보통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지시해 만들어지는 게 대다수 아니냐"라며 "검사도 공무원인데 합수본에 들어가냐, 마냐를 가지고 트집을 잡는 모습을 보이는 건 좋아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만일 법무부가 공소청 검사의 합수본 참여 불가 주장만 고수한다면 그동안 반복해 온 '피해자 보호'라는 명분은 결국 수사권 유지를 위한 논리였던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근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검·경을 함께 아우르는 행정부 수장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통령 지시로만 만들 수 있는 게 합수본"이라며 "검찰에서 합동수사기구 근거 규정을 형소법에 넣어달라고 요구를 하는 건 경찰 수사에 사실상 관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