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2분기 저조한 실적을 받아들었다.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으로 ‘어닝 쇼크’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핵심 제품의 매출 인식 시점이 연기되고, GC녹십자웰빙 지분 매각으로 2분기부터 이 회사가 연결 실적에서 제외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3분기 이후에는 큰 폭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평가도 나왔다.
비록 하반기 전망이 밝기는 하지만 이 회사 허은철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실적 반등을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핵심 제품인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매출 목표 달성이 중요해졌다.
허은철 대표이사 사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최근 2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이 회사는 2분기 매출액 4212억 원, 영업이익 17억 원, 당기순이익 11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8%, 93.8%, 96.6% 하락한 것이다. 전기(1분기)에 견줘서도 3.3%, 85.5%, 94.5% 감소했다. 증권사 예상치 4373억 원, 영업이익 88억 원과 견줘서도 밑도는 실적이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연결 자회사 제외 효과와 함께, 계절성 고마진 품목의 매출 인식이 하반기로 이연된 점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통상 2분기에 발생하던 독감백신 원액 매출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유행균주 3종 교체로 표준품 확보가 늦어지면서 생산 및 공급 일정이 조정돼 3분기로 연기됐다.
WHO는 해마다 그해 가을·겨울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 균주(A형 2종, B형 2종)를 예측해 발표하는데, 2026년 시즌을 앞두고는 이 중 3종을 전면 교체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GC녹십자 등 제조사는 WHO의 권고와 지정기관의 체계에 따라 해당 시즌 생산에 필요한 표준 균주(표준품)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품질시험·출하 절차를 진행하는데, 균주가 대폭 바뀌면서 표준품 배포 일정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지연됐다.
이와 관련 GC녹십자는 독감백신 원액 물량이 7월 전량 출하돼 3분기 실적에 문제없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두백신 배라셀라주와 헌트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역시 2분기에 잡혀 있던 출하 일정이 4분기로 이연됐다.
아울러 GC녹십자는 보유하고 있던 GC녹십자웰빙 지분 전량(22.1%)을 3월 GC(녹십자홀딩스)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 사유를 두고 “재무구조 개선 및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 확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GC녹십자웰빙 실적이 2분기부터 GC녹십자 연결 실적에서 제외됐다. 증권가에서는 분기당 약 500억 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3분기 실적 전망을 밝히는 요인으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있다. GC녹십자는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데, 연간 미국 매출 목표치로 전년 대비 40% 증가한 1억5천만 달러(약 2200억 원)를 제시한 바 있다. 1분기 349억 원, 2분기 405억 원의 매출을 내면서 전반기에 약 5천만 달러를 달성했다.
회사 쪽은 매출 성장 추세와 하반기 매출이 집중되는 특성을 감안할 때 매출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증권가에서도 하반기에 1억 달러 매출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본다.
이밖에도 일라이 릴리로부터 받은 ‘큐레보’ 지분 매각 선급금 약 2868억 원이 3분기 순이익에 일회성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GC녹십자는 백신 사업을 하는 미국 관계사 큐레보 지분 전량(20.3%)을 5월 일라이 릴리에 매각한 바 있다. 총 매각대금은 약 4621억 원이다.
큐레보는 GC녹십자가 2017년 미국에 설립한 백신 개발 전문 회사다. 설립 초기 지분율은 81.4%에 달했으나 이후 투자 유치 과정에서 20.3%까지 줄었다. 이번 거래는 큐레보 지분 전체와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CRV-101)에 대한 독점적 권리에 대한 것으로 총 15억 달러(약 2조2천억 원) 규모다.
GC녹십자는 선급금(upfront payment) 3087억 원을 두 번에 걸쳐 받고, 일정기간 내 매출 목표 달성 시 마일스톤으로 1533억 원을 받기로 돼 있다.
◆ 허은철 대표, 실적 반전 과제 여전히 무겁다
이와 같이 GC녹십자의 2분기 부진에 일회성 요인이 많고 하반기 전망이 밝지만, 허은철 대표이사 사장에게 주어진 책임은 여전히 무겁다고 볼 수 있다.
핵심은 하반기로 이연된 물량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연간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다. 회사는 2026년 실적 목표치로 ‘매출액 10% 이상 성장, 영업이익 30% 이상 성장’을 내세웠는데, 2025년 실적(매출액 1조9913억 원, 영업이익 691억 원)을 감안하면, 2026년 목표는 매출액 2조1904억 원, 영업이익 899억 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의 목표치(1억5천만 달러)를 차질없이 이루는 게 가장 중요하다. 허 사장은 알리글로 처방 확대와 유통망 정착에 힘쓰면서 미국 시장 매출 확대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알리글로 소아 적응증 확대 절차를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5월 임상 3상 환자 투약을 마쳤고, 4분기 중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를 확보할 것으로 보이며, 2027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소아 적응증을 추가하는 허가 변경 신청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품목허가를 획득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알리글로 소아 적응증 추가는 미국 원발성 면역결핍증 시장에서 성인과 소아를 포함하는 전체 연령대의 처방 범위를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은 17세 이상 환자에게만 처방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허 사장은 큐레보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재무건전성 개선에 전략적으로 배분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큐레보와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을 인수한 일라이 릴리와 위탁생산(CMO) 및 로열티 협력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일도 숙제다. GC녹십자는 일라이 릴리와 큐레보 지분 매각 계약을 맺으면서 아메조스바테인 상업화 물량 일부를 전담 생산하는 CMO 권리와 글로벌 시장 매출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로열티 권리를 확보했다.
다만 CMO와 로열티 관련 세부 조항은 최종 확정하지 않고 잠재적 권리 형태로만 삽입해 제품 상업화 단계에 맞춰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는 아메조스바테인이 아직 임상 2상 중이어서 임상 3상과 품목허가, 상업화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